10월 28일 가천대 시작...고려대‧연세대‧경희대 등으로 이어져
TK 경북대‧안동대 교수들도 시국선언 동참
경북대 "말을 듣지도, 물러나지도 않는다면 우리가 끌어내릴 것"
경희대 "尹,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무관심"
인천대 "단순한 국정농단 넘어…온갖 의전 실수와 망신살"
인사개입‧의료대란‧민생파탄 등 비판하며 尹 퇴진 요구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4 대한민국 소상공인대회 개막식'에 참석해 축사를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4 대한민국 소상공인대회 개막식'에 참석해 축사를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고영미 기자] 전국 대학 곳곳에서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는 교수들의 시국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서울 대학가 시국선언은 지난달 28일 가천대를 시작으로 한국외대, 한양대, 숙명여대, 국민대, 경희대, 고려대 등으로 이어져왔다. ‘보수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대구경북(TK) 지역 대학가까지 시국선언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연세대 “당신은 더 이상 우리의 대통령이 아니다”

연세대 교수 177명은 21일 선언문에서 ‘당신은 더이상 우리의 대통령이 아니다’라는 제하의 시국선언문을 내고 “윤석열 대통령은 그동안 저지른 불의와 실정에 대해 사죄하고 하루 빨리 대통령의 자리에서 물러나라”라고 밝혔다. 

이들은 시국선언문에서 이태원 참사, 채 상병 사건, 역사 왜곡, 호전적 대북정책, 부자 감세, 의료 대란 등의 실정을 짚었다.

연세대 교수들은 시국선언문에서 “대통령은 ‘자유, 인권, 공정, 연대의 가치’를 내걸고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이 약속은 불과 2년 반 만에 빈껍데기만 남았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교수들은 “‘채 상병 사건’과 ‘영부인 특검’ 논란에서 보듯, 권력 분립을 위한 대통령의 ‘거부권’은 그 자신의 이익을 지키고 자기 주변의 잘못을 감추기 위한 사적 도구로 변질되었다”라며 “감사원, 국가인권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자유와 공익의 보루가 되어야 할 기관들은 어느새 정권의 방탄 조직으로 전락했고, 존립의 정당성까지 의심받는 형편”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편 가르기와 파행적 인사,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혐오의 정치로 인해 연대 의식은 사라지고 공동체는 무너지고 있다”라고 우려했다. 

이어 “또다시 ‘국민 주권’의 외침이 거리를 메우기 전에, 탄핵의 바람이 거세게 휘몰아치기 전에 우리는 윤석열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나는 결단을 내리길 촉구한다”라고 했다.

동국대 교수들도 이날 교내 팔각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에게 더 이상 국가 운영을 맡길 수 없다고 판단한다”라고 주장했다.

동국대학교 교수들이 21일 서울 중구 동국대에서 시국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동국대학교 교수들이 21일 서울 중구 동국대에서 시국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교수 108명이 이름 올린 시국선언문에서 이들은 “위기일수록 대통령의 능력과 의지, 소통을 통해 힘을 모을 수 있는 통합의 노력이 요구되지만, 현재 윤 대통령에게는 하나도 확인된 바 없다”라고 비판했다.

‘보수의 심장’…TK 시국선언 “문제의 중심이자 근원에 윤 대통령 있어”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며 윤 대통령의 핵심지지 지역인 대구·경북 지역에서도 학자들의 시국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대구대 교수·연구자들과 안동대 교수들 시국선언에 이어, 지난 19일에는 경북대 교수·연구자들이 윤석열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경북대 시국선언에는 무려 179명의 교수·연구자가 시국선언에 참여했다. 이는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요구 당시 서명한 인원보다 두 배가 넘는다.

경북대 교수·연구자들은 “문제의 차원이 달라졌다”라며 윤석열 정권의 비선 개입 의혹, 이태원 참사에도 책임지지 않는 행정안전부 장관, 수사 대상에 올라도 주요국 대사직으로 기용하는 대통령의 행보 등을 지적하며 “왜 여기저기서 유사한 문제가 반복되나? 모든 문제의 중심이자 근원에 윤석열 대통령이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말을 듣지도, 물러나지도 않는다면 우리가 끌어내릴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해고다”라고 강조했다.

18일 오후 국립안동대학교 교수회에서 김상우 교수가 시국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8일 오후 국립안동대학교 교수회에서 김상우 교수가 시국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와 함께 안동대 교수 33명도 지난 18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불필요한 남북관계의 긴장 고조에 따른 전쟁위기 조장, 대일 굴종외교 및 외교참사, 의료대란, 민생파탄 등을 거론하며 윤석열 대통령은 즉각 퇴진하라는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시국선언문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빨리 민주화를 이루며 선진국 반열에 오른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수많은 민주열사가 투옥되고 고문으로 희생되었으며 무고한 국민들이 군부의 총칼에 맞서다 쓰러져간 인고의 세월을 딛고 어렵게 이루어낸 민주주의가 한순간에 침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려대‧국민대‧경희대 등 시국선언…“윤 대통령, 무지와 무책임으로 돌진” 

14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에 '윤석열 대통령 퇴진 촉구 고려대학교 교수 시국선언' 대자보가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14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에 '윤석열 대통령 퇴진 촉구 고려대학교 교수 시국선언' 대자보가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고려대 교수 152명도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 퇴진 촉구>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교수들은 시국선언문에서 “국민이 부여한 권력을 사유화한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강력히 요구하고, 특검을 즉각 시행해 그간 벌어진 국정 농단과 파행을 철저히 규명할 것도 엄중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국민대 교수 61명은 <국정 파탄, 윤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는 내용의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국민대 교수들은 지난 7일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을 거론하며 “윤 대통령은 민주공화국의 지도자로서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자질과 능력조차 결여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앞서 경희대 교수 및 연구자 226명은 지난 13일 시국선언문을 내고 윤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했다. 교수들은 “윤 대통령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무관심하며 거짓으로 진실을 가리고, 무지와 무책임으로 돌진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교수들은 윤 대통령이 추구한다던 '공정'의 가치가 무너지는 세태도 지적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매일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의 경계가 무너지고, 공정의 최전선이 허물어지는 모습을 보고 듣는다”라며 “더 이상 공정을 신뢰하며 최선을 다해 성실한 삶을 꾸려가는 것이 인간다운 삶의 보람이라는 것을 이야기하지 못한다”라고 표현했다.

한양대학교 교수들은 5일 "윤석열 정권을 맞아 대한민국은 정치와 민주주의, 경제, 사회문화, 외교와 안보, 노동, 국민의 보건과 복지, 안전, 환경 등 모든 분야에서 빠르게 반동과 퇴행이 자행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제 (김건희) 여사와 주변인에 의한 국정농단이 선을 넘고 전쟁 직전의 위기에까지 처하였다"고 지적하면서 윤 대통령의 퇴진을 강력히 촉구했다.

국립대학법인 인천대학교 교수 44명도 지난달 6일 윤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인천대 교수들은 "단순한 국정농단을 넘어 주가 조작, 명품백 수수, 각종 관급공사와 관련된 불법과 부정 의혹, 온갖 의전 실수와 망신살이 멈출 줄 모르고 그 내용과 수준 또한 치졸하고 저급하기 이를 데 없다"며 "이 모든 의혹과 범죄적 행위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증거와 정황이 명백한데도 대통령은 물론 참모들까지 거짓말과 교언으로 끊임없이 진실을 왜곡하고 국민을 속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천대 시국선언에는 퇴임을 앞두고 '윤 대통령 이름이 적힌 훈장은 받지 않겠다'고 밝힌 김철홍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도 포함됐다.

지난달 28일 가천대 교수들의 시국선언을 시작으로 윤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학 교수들의 시국선언은 잇따르고 있다. 21일 현재 한국외대, 한양대, 숙명여대, 전남대, 아주대, 충남대, 인천대, 공주대, 전남대, 목포대, 충남대, 가톨릭대, 남서울대, 전북 지역 8개 대학 교수·연구자, 제주지역 3개 대학 교수 등 56개 대학, 1700여 명의 교수들이 윤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특히 윤 대통령 모교인 서울대에는 “아내에게만 충성하는 대통령은 퇴진하라”는 내용의 대자보가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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