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677조 정부 원안서 4.1조 감액한 예산안 단독 처리
일부 협상 여지 열어뒀지만 2일 본회의 통과 처리하겠다는 민주당
국민의힘, ‘협상 불가’ 원칙 고수하며 민주당에 사과 요구
대통령실 “예산안 단독 처리 철회해야 협상 있다”
![29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하고 있다.예결위는 이날 감액만 반영한 내년도 예산안을 야당 단독으로 처리했다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412/672499_480949_2757.jpg)
[폴리뉴스 이경민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29일 헌정 사상 최초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증액 0원에 4.1조원 감액안 만 반영한 내년도(2025년도) 예산안을 단독 처리했다.
민주당은 2일(내일) 국회 본회의에서 삭감된 내년도 예산안 673조 3천억원을 처리할 방침이다.
한편으로는 민주당이 우원식 국회의장 주도로 오찬을 제의하는 등 협상의 여지를 열어뒀지만, 국민의힘은 감액 예산안 본회의 처리 가능성을 각오한 ‘협상 불가’로 나오면서 예산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간의 큰 충돌이 예상된다.
대통령실도 1일 "민생, 치안, 외교 문제 발생시 전적으로 민주당 책임"이라고 못박으며 민주당 주도 단독 예산안의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정부 원안서 4.1조 감액된 예산안 민주당 주도로 단독 처리
11월29일 국회 예결위에서 통과된 예산안은 677조 4천억원 규모의 정부 원안에서 증액은 전혀 없이 4조1천억원이 삭감된 673조 3천억원 규모다. 이를 통과시키기 위해 민주당은 정부 원안에 없지만 신설한 ‘이재명표 예산’에 해당하는 2조원의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예산 등의 증액을 포기할 정도였다.
이번 예산안에는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의 특수활동비(82억5천100만원) ▲검찰 특정업무경비(506억9천100만원)와 특활비(80억900만원) ▲감사원 특경비(45억원)와 특활비(15억원) ▲경찰 특활비(31억6천만원)의 전액 삭감이 포함돼 있다.
민주당은 또한 4조8천억원 규모인 정부 예비비를 2조4천억원을 감액했고, 국고채 이자 상환 예산도 5천억원 깎았다. 예비비는 예측할 수 없는 예산 외의 지출 등을 충당하기 위해 일정 한도에서 미리 책정하는 금액을 말한다.
정부안에서 505억원이었던 '대왕고래 프로젝트' 예산은 497억원이, 416억원이었던 용산공원조성 사업 예산은 229억원이, 70억원이었던 민관합작 선진 원자로 수출기반구축(R&D) 예산은 63억원이 감액됐다.
야당이 '김건희 여사 예산'이라고 지목한 전 국민 마음 투자 지원 예산도 정부안 508억원에서 74억원이 삭감됐다.
민주당 “여야 합의안 없으면 원안이 부의되는터라 감액 예산안을 단독 처리한 것’
헌법 제 57조에 따르면 국회가 예산을 늘리거나 새로운 예산 항목을 신설하려면 정부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예산을 감액하는 것은 정부 동의 없이 가능하다.
이에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여야가 합의한 '민생 예산' 증액도 반영되지 못했다.
상임위에서는 건강보험 가입지원 예산이 1조6천억원, 신재생에너지 금융지원 사업 예산이 2천억원, 개 식용 종식에 따른 폐업·전업 지원사업 예산이 400억원, 호남고속철도건설 예산이 277억원 증액된 바 있다.
예결위에 소속된 국민의힘 의원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은 “이재명 대표의 분풀이를 위해 일방적인 특활비·특경비 삭감을 하면 속이 시원한가”라며 “예산안을 갖고 국가·정부의 기능을 마비시키고, 국민께 필요한 예산을 검토하자는 약속을 민주당이 버렸다”고 질타했다.
예결위 여당 간사인 구자근 의원 또한 “윗선의 압박이 있었던게 아닌가 하는 합리적인 의심이 든다’고 언급했다.
반면 민주당은 예결위가 합의안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 원안이 본회의에 자동부의 되기 때문에 감액만 반영한 예산안을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예결위 회의에서 “집권 여당이 검찰 특활비를 살리기 위해 민생 예산을 포기했다”며 “지속적으로 검찰 특활비를 ‘깜깜이 쌈짓돈이냐’고 지적했지만 검찰이 제대로 소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영진 민주당 의원 또한 “국민 생활과 복지 관련된 사안은 감액이 없다”며 “예비비도 적절히 조정한 것이고 혁신과 성장, 복지, 국민 안전 등의 예산은 원안 통과됐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2일 예산안 강행 처리 및 우원식 회동 제안 등 일부 협상 여지 열어둬
한편 민주당은 1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예산안 본회의 상정 의사를 밝혔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인 내일(2일) 본회의에서 감액 예산안과 예산 부수 법안을 처리하겠다”며 “정부 원안은 민생과 거리가 먼 초부자 감세, 미래 포기 예산이고, 특활비 등 삭감은 잘못된 나라 살림을 정상화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내일까지 시간이 있다, 의장 중재 하에 추가 논의할 부분이 있는지 확인하겠다"고 협상 여지를 열어뒀다.
이재명 대표 또한 이날 이철우 경북도지사를 만난 자리에서 “증액이 필요하면 수정안을 내면 된다”며 “정부가 일방적으로 쓸데없이 특활비 등만 잔뜩 넣어놓으니 삭감안(삭감만 반영한 예산안)이 통과가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수정안을 내면 이후 저희와 협의하면 된다”며 2일이 시한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정말로 진지한 협상이 가능하다면 그거야 길이 없겠나”라고 답했다.
강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감액 예산안 단독 처리의 정당성도 주장했다. 강 원내대변인은 “소명하지 않고 조르기만 하는 윤석열 정부와 여당의 생떼야말로 폭력”이라며 “생떼와 어깃장만큼은 최고 수준이다. 민주당의 예산 삭감에 과잉 반응하는 모습이 어처구니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강 원내대변인은 검찰 특활비를 겨냥 ‘쌈짓돈’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검찰 특활비는 고위 간부가 예뻐하는 검사, 원하는 수사를 하는 검사들에게 주는 당근'이라는 임은정 검사의 폭로는 또 어떻냐"며 "국정감사에도 예산 심사에도 끝내 자료 제출을 거부한 건 검찰과 경찰, 감사원 등의 윤석열 특화 기관"이라고 강조했다,
강 원내대변인은 이 "윤석열 정부가 670조가 넘는 나라 재정을 김건희 예산, 권력기관 깜깜이 예산으로 오남용하도록 놔둘 수 없다"며 "납세자인 국민 대다수는 권력기관 특활비 전액 삭감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강 원내대변인은 “정부가 적어 내면 저절로 손에 쥐는 예산은 있을 수 없다”며 “민주당은 권력 남용 예산을 철저히 감액해 국민이 요구하는 혁신 예산안을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밝혔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한편 여야 원내대표에게 내년도 예산안 국회 본회의 처리와 관련한 만찬 회동을 제안했다.
추경호 “예결위 날치기 사과·철회 않으면 추가 협상 없다”
국민의힘은 이에 민주당의 협상과 만찬 제안을 즉각 거부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일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내년도 예산안 일방삭감 처리는 안보도, 경제도, 민생도 내팽개치고, 국정 파괴에만 몰두하는 막장 정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추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예결위 날치기 처리에 대해 국민과 정부 여당에 사과하고 즉각 감액 예산안을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거대 야당 민주당의 선 사과와 감액 예산안 철회가 선행되지 않으면 예산안에 대한 그 어떤 추가 협상에도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이어 추 원내대표는 “12월 2일에 예산안이 민주당 안대로 통과되면 향후 많은 어려움이 있기는 하겠지만 당정 간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모든 적법한 수단을 강구해 예상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해 나가면서 내년도 예산 집행 준비에 만전을 기해 나갈 것”이라고 정리했다.
실제로 추 원내대표는 “예산안이 민주당 단독 처리되면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 “예산안이 단독 통과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한동훈 “민주당 행패로 우리 모두 불행해졌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또한 1일 자신의 페이스북 메시지를 통해 “내년 예산안을 민주당이 예결위에서 단독으로 처리했다.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이라며 “대한민국 헌정사와 의회민주주의에 흑역사로 남을 것”이라고 민주당의 감액된 예산안 단독 처리를 비판했다.
이어 한 대표는 “정부 예비비와 감사원, 검찰, 경찰 등 특활비 등을 감액했는데, 누가 봐도 이재명 대표 방탄용이자 국정마비용”이라며 “놀랍게도, ‘여야가 합의한 민생예산’도 반영하지 않았다. 특히 이중에는 호남고속철도 건설 예산도 있었는데, 국정마비를 위해서라면 호남도 버리겠다는 민주당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 대표는 “이건 그냥 ‘행패’”라며 “이대로 확정되면 피해는 국민들이 본다. 전국민을 상대로 한 민주당의 예산 행패로 ‘민주당만 빼고 ’ 우리 국민 모두가 불행해진다. 백주대낮의 행패를 바로잡겠다”고 부연했다.
대통령실 “민주당 예산안 단독 처리 철회해야”
대통령실 또한 브리핑을 갖고 민주당에 예산안 단독 처리 철회와 예산안 합의 처리를 촉구했다.
대통령실 정혜전 대변인은 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갖고 “야당의 일방적인 예산 삭감으로 인해 민생, 치안, 외교 등 문제가 생기고 국민들에게 피해가 발생될 경우 이는 전적으로 야당 민주당의 책임임을 밝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예산을 감액만 하고 증액을 하지 않아 정부의 예산안 제출 이후 발생될 대외 불확실성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어렵게 만들었다”며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 어려운 분들에 대한 지원 예산이 증액되지 않아서 민생의 어려움 해소에 큰 지연이 초래된다”고도 지적했다.
이재명 대표의 협상 제시에 대해서는 “감액 단독 처리 전날까지도 야당이 증액을 이야기했기 때문에 감액 철회 없이는 진정성을 믿을 수 없다”며 “모든 논의의 시작점은 단독 감액안의 철회”라고 강조했다.
추경 편성에 대한 민주당의 주장에 대해서는 “추경은 전쟁이나 재해 등 추경 사유가 발생 하고 이미 확정된 예산으로 대처가 곤란한 경우에 편성해야 한다”며 “내년 추경을 검토할 정도의 사유가 있다면 내년 예산안에 최대한 반영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