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계엄 명백하게 위헌·위법"
총리 및 여당 대표가 국정 운영? "대통령 권한 위임 불가.. 위헌"
외신 "사임이나 탄핵 아니면 권한 양도 안돼" "尹정치미래 밝지않아"
![윤석열 대통령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412/673517_482184_5127.jpg)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후 정국을 수습하기 위한 지난 7일 '2선 후퇴' 뜻을 담은 대국민담화, 그리고 8일 한덕수 총리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질서있는 퇴진' 담화에 이르기까지 위헌·불법이 자행되고 있다는 비판이 법조계와 야권뿐만 아니라 외신에까지 오르내리고 있다.
현 정부와 여당을 제외한 모든 곳에서 대통령 직무 정지 방법은 '탄핵'이나 '하야'뿐이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법조계 "계엄 명백하게 위헌·위법"
지난 3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서는 헌법학자와 야권, 시민단체가 한목소리로 '위헌', '불법'이라고 규정했다.
헌법에서 계엄은 전시, 사변 혹은 이에 준하는 비상사태일 때 선포할 수 있으나 계엄령 발령 당시 대한민국은 그런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3일 밤 발령된 계엄사령부의 '포고령 1호'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비상계엄은 행정부와 법원의 권한에 대해서만 효력이 있으나 포고령에는 국회의 정치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국회의 계엄 해제를 막기 위한 취지로 보이는데 이 역시 계엄 해제권한이 있는 국회의 권한을 침해한 것이다.
이에 헌법학자를 비롯한 법조계는 이번 비상계엄은 헌정 질서를 유린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로스쿨 교수 등 헌법·행정법 연구자 131명은 7일 시국선언을 통해 "윤 대통령이 12월 3일 심야에 기습적으로 선포한 비상계엄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요건과 절차를 갖추지 못해 명백하게 위헌·위법"이라고 주장했다.
대한변협도 같은날 "윤 대통령이 지난 3일 선포한 비상계엄은 헌법에서 규정한 비상계엄의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함이 명백하다"며 "야당의 예산삭감이나 검사 탄핵 등의 사유가 여기에 해당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윤석열의 탄핵을 촉구하는 변호사 2436명은 7일 기자회견을 열고 "3일 선포된 비상계엄은 헌법과 계엄법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이후 선포한 포고령과 국회출입 통제 등 공권력 행사도 법률상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을 박탈하는 조치로 위헌·무효"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헌법 파괴 행위는 대법원 판례의 법리에 비춰 국헌문란 목적의 폭동 행위로서 내란죄가 성립할 수 있음을 지적한다. 조속한 수사와 엄정한 처벌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나흘 만인 7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담화를 통해 2선 후퇴를 시사한 것도 위헌 요소가 다분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윤 대통령은 "저의 임기를 포함해 앞으로 정국 안정 방안은 우리 당에 일임하겠다"며 "향후 국정운영은 우리 당과 정부가 함께 책임지고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한변협은 7일 "위헌적인 비상계엄을 선포하여 군을 동원한 대통령은 더 이상 직무를 집행해서는 안 되고, 공동책임이 있는 현 정부와 여당이 국정을 전담해서도 안 된다"며 "헌법과 법치주의 질서 회복을 위해 윤 대통령은 헌법 절차에 따라 탄핵 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도 7일 성명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이 시국을 야기한 당과 정부가 책임지겠다며 사실상 권력 유지를 선포했다"면서 "국민의힘은 이번 담화를 빌미로 임기단축 개헌 등의 고려 등 국민의 뜻을 거스를 생각을 하지 말고, 헌법파괴범죄자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에 협력하라"고 밝혔다.
헌법학자들도 "심각한 헌정 위기를 초래한 윤 대통령이 스스로 퇴진하지 않는다면 남아있는 유일한 합헌적인 수단은 탄핵소추뿐"이라며 "일단 탄핵소추를 통해 대통령의 권한을 정지시켜 또 다른 돌발 행위의 위험을 차단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총리 및 여당 대표가 국정 운영? "대통령 권한 위임 불가.. 위헌"
![한덕수 국무총리(왼쪽)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8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석열 대통령 퇴진에 대한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사진 = 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412/673517_482220_3044.jpg)
윤 대통령이 2선 후퇴하면서 국정 운영을 한덕수 국무총리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맡는 것에 대해서도 위헌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 총리와 한 대표는 8일 '대국민 공동 담화'를 통해 윤 대통령은 퇴진 전까지 국정에 관여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국무위원과 여당이 국가기능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은 국가를 대표하는 자로 선거를 거치지 않은 이들에게 권한을 위임해선 안 된다. 일임 자체가 전혀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헌법재판소 연구관을 지낸 노희범 변호사도 "질서 있는 퇴진이나 2선 퇴진은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 헌법에는 그러한 규정이나 절차가 없다"고 설명했다.
노 변호사는 "윤 대통령이 사임하거나 권한 정지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떤 사람도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며 "한 총리, 한 대표가 얘기한 외교, 국방, 안보, 경제, 민생 전반을 운영한다는 것은 헌법 위반이자 위헌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헌법이나 법률에 근거가 없기 때문에 위헌·위법하다고 생각한다"며 "한 대표나 한 총리 모두 선출직이 아니기 때문에 민주적 정당성이 없고, 대통령 권한도 위임받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우원식 "대통령 권한, 총리·여당이 행사하면 명백한 위헌"
우원식 국회의장도 비슷한 부분을 지적했다.
우 의장은 8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권력의 부여도, 권한의 이양도 국민에게서 나오는 것이고 그 절차는 헌법과 국민주권의 원칙에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한민국 헌법은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을 중대하게 위반했을 때 대통령의 권한을 정지시키고 직에서 물러나게 하기 위한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탄핵 절차"라며 "위헌적 비상계엄에 대한 헌법적 책임을 묻는 헌법적 절차에는 참여하지 않은 채로, 그 누구도 부여한 바 없는 대통령의 권한을 총리와 여당이 공동 행사하겠다고 하는 것은 명백한 위헌"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나아가 공동 담화 발표 등을 통해 위헌적 행위가 마치 정당한 일인 것처럼 국민을 호도하는 것은 국민주권과 헌법을 무시하는 매우 오만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야권도 일제히 반발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8일 "공당 대표인 한동훈 대표와 국정 경험이 전무한 것도 아닌 국무총리가 이런 해괴한 일을 공식 발표할 수 있는지 어처구니가 없다"며 "일반 국민의 시각에서 보면 '네가 뭔데'라는 말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헌정질서를 파괴한 또 다른 쿠테타"라고 일갈했다.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도 같은날 기자간담회에서 "윤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 한 대표가 합의한다고 해도 위헌 통치는 1분도 허용되지 않는다"며 "대통령 직무 정지만이 유일하게 헌법에 정해진 절차이고, 그 외 어떤 주장도 위헌이자 내란 지속 행위"라고 말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도 긴급 전체회의에서 "윤석열의 탄핵, 체포, 구속 수사는 헌법과 법률의 절차에 완벽히 부합하지만, 한 대표는 민주적 절차에 따라 국민들로부터 국정 운영의 권한을 위임받은 적이 없다"며 "어떻게 총리와 함께 대통령을 대신해 국정을 운영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는 9일 기자회견에서 "한 대표와 한 총리는 대국민 담화 행보를 통해 스스로 헌법을 짓밟고 국민을 조롱하는 오만한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며 "한 대표는 대통령의 권한을 대리하거나 직무를 대행할 법적 근거가 없음에도 무책임한 발언과 행보로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는 헌법을 부정하는 중대한 위법행위"라고 했다.
외신 "사임이나 탄핵 아니면 권한 양도 안돼" "尹정치미래 밝지않아"
앞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대해 불법성을 강조했던 외신들 역시 '탄핵'이나 '사임'이 아닌 방식은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는 8일(현지시각) "윤 대통령이 직을 고수한 이후 한국의 정부는 마비돼 새로운 헌법적 위기의 진창에 빠졌다"라면서 "문제는 한국 헌법이 사임이나 탄핵이 아니고서는 누구에게도 대통령직을 대체하도록 허용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라고 전했다.
NYT는 고위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사임이나 탄핵, 선거가 아니면 윤 대통령은 누구에게도 권한을 양도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어떤 법도 국정 문제에서 대통령 배제를 규정하지 않는다"라며 "대통령직은 오로지 사임이나 탄핵을 통해서만 공석이 될 수 있다"라고 짚었다.
외신들은 또 지난 7일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에 여당인 국민의힘이 불참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여당이 투표를 보이콧하면서 한국 대통령은 탄핵을 피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대통령 탄핵 시도가 무산된 것은 한국을 뒤흔든 정치적 혼란을 연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적었다.
WSJ은 "국민의힘이 국가보다 정당을 중시하는 길을 택한 것은 최악의 결과"라는 시카고 글로벌어페어즈카운슬 소속 한국 전문가 칼 프리드호프 연구원의 발언을 소개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대규모 거리 시위도 탄핵 반대에 나선 여당을 설득하지 못했다"며 "한국은 정치적 불확실성에 더 깊이 빠져들고 있다"고 짚었다.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레델라세라는 "추운 날씨 속에서 수많은 시민이 오랜 시간 기다렸지만 결국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렸다"며 "윤석열은 적어도 당분간 대통령직을 유지하겠지만 야당인 민주당의 지도부는 다음 주에 탄핵안을 다시 발의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한국의 정치 시나리오는 이번 탄핵 무산으로 더욱 복잡해지게 됐다면서도 윤석열 대통령의 운명이 이미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일본 매체들도 비슷한 목소리를 냈다.
아사히신문은 "윤 대통령의 사실상 직무 배제가 제대로 실행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며 "탄핵 무산으로 현 정권은 (한시적으로) 존속하게 됐지만 대통령 퇴진론은 더 거세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
- [이슈] 탄핵 거부한 與 '질서있는 퇴진', 내란사태 책임없고 '대권놀음'만 골몰..."한-한 위헌적 위임통치" 촉발
- 검찰, 김용현 전 국방장관 구속영장…尹과 공모해 내란 혐의 적시
- [이슈] 친윤, 탄핵 틈타 '한동훈 축출' 시나리오.. 尹탄핵에도 '도로 친윤당' 당권 장악 구상 "친한계도 돌아섰다"
- [이슈] 경찰, 경찰청장·서울청장 긴급체포 후 대통령실 압수수색.. 칼날 尹 향한다(종합)
- [이슈] 계엄 전후 대통령 안가 '비밀회동' 파문.. 2차 계엄 모의 의혹도
- 검찰, 조국 '형 집행 연기요청' 허가…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 될 듯
- 한동훈 “혼자만의 시간 갖겠다…국민들, 계엄해제 높이 평가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