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협의회
권성동 “미국·중국·일본·대만, 근로시간 유연화로 초경쟁 체제 돌입”
민주당 ‘정책 디베이트’에 “민노총 눈치 보느라 두루뭉술” 비판
안덕근 산자부 장관 “반도체 산업 변화하는데 우리만 돌덩이 안고 경쟁”
김문수 노동부 장관 “근로자 건강 보호, 공정한 보상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것”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오른쪽)이 4일 국회에서 열린 반도체특별법 주52시간제 특례 도입을 위한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502/679970_489307_45.jpg)
[폴리뉴스 김민주 기자] 국민의힘과 정부가 ‘주 52시간 근로제 적용 예외(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조항을 담은 반도체특별법의 필요성을 밝혔다. 여당은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반도체특별법 주 52시간제 특례 도입을 위한 당정협의회’ 모두발언에서 “반도체 산업을 대한민국 생존이 걸린 문제”라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다면 반드시 2월 중 반도체법을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미 미국, 중국, 일본, 대만 등 주요국들은 반도체를 국가 안보 전략 산업으로 여기고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며 “반도체 경쟁력을 잃는 것은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라 국가 안보까지 위협하는 사안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이에 각국은 국가적 정책 지원과 근로시간 유연화를 통해 초경쟁 체제에 돌입했다”며 “연구개발과 생산이 24시간, 365일 지속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산업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최근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가 발표한 인공지능(AI) 모델을 언급하며 “R&D 연구진들의 노력과 중국 정부의 파격적인 지원이 결합된 결과”라며 “중국 테크업계의 연구·개발직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 6일 근무를 뜻하는 ‘996문화’가 일반적이며, 법정 근로시간이 있지만 노사합의로 탄력적 연장이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또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에 대해서도 “고강도 근무 문화로 유명하다. 지난해 새벽 1~2시 근무, 주 7일 연속 근무 사례가 특이한 일이 아니라는 블룸버그 보도는 국내에서도 화제가 됐다”며 “파격적 보상 체계와 고소득 전문직은 근로시간 규제 예외를 허용하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이란 제도가 뒷받침됐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이 고소득 R&D 인력에 대한 근로시간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고도 프로페셔널’ 제도와 대만 TSMC의 주 70시간 이상 강도 높은 근무 사례를 소개했다.
권 원내대표는 “대한민국은 주 52시간제의 경직된 운영으로 반도체 산업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며 “연구개발과 생산라인 운영에 시간이 부족한데도 법적 제약이 가로막는 현실이다. 이대로라면 글로벌 반도체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전날 민주당의 반도체특별법 ‘정책 디베이트’에 대해 “실용주의 코스프레는 하고 싶고, 민노총 눈치는 봐야하니 두루뭉술한 이야기만 늘어놓으며 결론을 내지 않았다”며 “과거 ‘금융투자소득세’ 논란에서 봤던 이재명식 ‘두 길 보기’에 매우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어제의 맹탕 토론회는 입법권력을 독점한 이재명 대표가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계를 향해 ‘해줄까 말까’ 조롱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본인은 중재자 이미지를 얻고, 욕먹는 것은 친명 의원들에게 떠넘기는 기만적인 역할극은 금투세 한 번으로 충분하다”고 비판했다.
정부도 특례 도입의 필요성을 호소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AI와 함께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환경이 엄청난 속도로 변화하고 있는데, 우리 반도체 기업만 근로시간 규제라는 돌덩이를 안고 경쟁하고 있는 것”이라며 “반도체 분야 R&D 인력에 대한 근로시간 특례 규정을 국회에서 적극 협의해주시기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여야 합의로 반도체특별법을 원안 처리해주신다면, 고용노동부는 근로자 건강을 보호하고 성과에 상응하는 공정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법 시행에 차질 없이 모든 준비를 다해 우리 반도체 산업이 발전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이어진 비공개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권 원내대표는 주 52시간제 특례를 담은 반도체특별법을 2월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하고 야당도 지지 세력의 눈치가 아닌 기업의 절박한 현실을 직시하도록 당정이 더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고 전했다.
또 “안 장관은 ‘이미 반도체특별법에 고소득 핵심 R&D 인력으로 적용 대상을 한정하고 건강보호조치와 추가적 경제적 보상에 관한 근거도 포함한 만큼 주 52시간 규제를 과거 관점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미래 산업경쟁력 차원에서 고려해달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김 장관은 ‘트럼프 2기 출범에 따른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중국 수출 덤핑 확대 등 수출 환경 악화 가능성이 높다”며 “엔비디아, 딥시크 등 글로벌 환경이 급변할 것에 대응해 반도체특별법 제정에 속도를 내겠다’”고 했다.
이날 당정협의회에는 국민의힘 측 권 원내대표, 김 정책위의장, 이철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 박형수 원내수석부대표 등이, 정부 측에선 안 장관, 김 장관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