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만흠(폴리뉴스 논설고문, 전 국회입법조사처장)] 민주당의 정책변신과 실용주의 행보가 현란하다. 이 대표는 해외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실용주의가 민주당의 주된 가치라고까지 했다. 물론 이 대표 체제의 민주당은 방탄과 권력정치의 정당이었다. 국민을 위한 실용과는 멀었다. 굳이 따지자면 실용보다는 관념 또는 이념을 앞세운 권력카르텔이었다.

그런데 탄핵정국에서 오히려 민주당에 대한 따가운 시선과 한계를 깨달은 모양이다. 조기대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집권을 위해 더 절실한 자가진단의 결과로 보인다. 그들만의 권력정치가 아니라 민생과 국가경제를 위한 실용주의 세력으로 변신하는 건 바람직하다. 다만 실질적인 변신이냐,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향배를 넘어설 수 있는 담론이냐가 관건이다.

윤석열 정권, 또는 보수세력의 정책노선과 충돌했던 그동안의 여러 정책들을 보류하거나 정반대로 수용하고 있다. 이 대표의 브랜드였던 기본사회론을 정책 후순위로 유보하겠다고 했다. 물론 그의 기본사회 정책은 이전에도 상황에 따라 내놓았다 거둬들였다 했었다. 정부에서 여전히 반대하고 있는 이재명표 25만원 민생지원금도 포기할 수 있다고 추경 편성을 재촉한다. 경제 실용주의라는 것이다. 여당에서는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명분으로 빌리기도 했던 야당의 일방적인 예산 삭감에 대한 사과를 전제조건으로 요구하며 민주당의 속내를 건드리고 있다.

민주당의 변신 시도이지만, 직접적으로는 이재명 대표의 대권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실용주의를 기치로 내걸고 있는 이 대표는 ‘반도체 특별법 주 52시간 특례 도입을 위한 당정협의회’를 직접 주재하기도 했다. 이제 반도체 산업 분야 탄력근무제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회의장에서 당내 이견을 제어하는 모습도 보도됐다. 탄력근무제 확대는 민주당과 함께 해 온 민주노총 등 노동 단체의 입장과 배치된다. 양대 노총은 탄력근로제 확대 입장에 대해 바로 비판적인 논평을 냈다.

민주노총 등의 노동조직은 친민주당의 대표적인 기반 세력이다. 조금 결이 다르기는 하지만, 윤석열 정권 퇴진에서 탄핵 정국에 이르기까지 이들은 퇴진 운동의 선봉대로 활동을 해왔다. 민주당과의 관계가 재편될지, 작은 갈등일지, 아니면 일시적인 실용주의 노선 표방에 그칠지 두고 볼 일이다.

미국, 일본에 대한 외교 노선 또한 그동안과는 완전히 다른 입장을 표명했다. 과도한 중국 친화적 행동으로 한미관계에 대한 우려를 낳기까지 했던 그가 한미동맹을 역설했다. 앞의 해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일본의 국방력 강화에 대해 “현재 한일 관계가 적대적이지 않으므로 한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2022년 10월에는 “한·미·일 연합훈련을 핑계로 자위대의 군홧발이 다시 한반도를 더럽히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일본 자위대를 적대시했던 그다. 알다시피 민주당의 강경 그룹에서는 일본과의 후호적 교류나 협력 정책을 두고 토착왜구라는 용어까지 쓰며 공격하지 않았던가. 미국의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그동안의 행보를 봤을 때 ‘이재명 집권시 한․미․일 협력관계가 위험'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것인지도 모른다.

해외 토픽감 소식도 나왔다. 민주당의 박선원 의원이 도널드 트럼프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 접수했는 것이다. 개인이 추천한 것이지만, 민주당 국회의원의 중대 행보가 민주당과 무관할 수 없다. 지도부에 보고하는 장면도 보도됐다. 한때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판문점의 봄을 만들었던 시절이 있기는 하지만, 그의 정치적 리더십은 평화와 아울리지 않는다. 대외 강경책, 이민자 추방, 국제협력에 대한 독선적 태도, 탈진실의 리더십 등으로 대표되는 트럼프 대통령 아닌가. 박 의원은 추천 사유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한반도 문제해결에 대한 기대를 담았다고 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덧붙였다. 역할 기대를 하면서 노벨평화상을 추천했다는 것이다. 성적이 저조하지만 격려 목적으로 알만한 유력 공직자의 딸에게 장학금을 줬다는 부산의 어느 장학재단 사건이 떠오른다. 법원은 최종 뇌물죄 유죄로 판결했었다. 트럼프 스타일에 이런 황당함이 맞을지 모르겠지만, 민주당에서 별스러운 일도 일어나고 있다.

트럼프 노벨상 추천 문제는 별도로 하더라도, 민주당의 이런 행보가 실질화 된다면 우리 정치가 이념 대결이 아니라 실력 경쟁, 리더십 경쟁이 될 수도 있다. 정치적 공세용으로 쓰이는 토착왜구 공방도 사라질지 모른다. 진정으로 그렇게 된다면 87년 민주화 이후 길을 잃은 시대착오적 이념정치와 권력카르텔의 진영정치가 재편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한국정치의 재편을 위한 전환기의 혼돈이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민주당의 방탄 권력정치에 대한 근본적 해법이 동반되지 않으면, 당장의 부정적 이미지를 분식하려는 임시변통을 넘어서기 어렵다.

현재 민주당 이미지의 핵심에는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이를 호위하는 권력정치가 있다. 실용주의 담론으로 이를 덮을 수는 없다. 더구나 사법의 정치화가 여전하다. 선거법 위반 2심 결심을 앞두고 허위사실 공표죄 조항에 대한 위헌 제청도 했다. 그동안의 행보로 보아 예상된 ‘침대축구’ 카드의 하나였다. 이 대표의 주장처럼 검찰에 의해 조작된 사건이라면 지체없이 신속하게 재판을 받아 무죄를 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오히려 선고 막판의 위헌 제청은 이미 여러 번 합헌으로 판정된 현행법 체계에서 유죄임을 자인하는 자가당착에 다름 아니다. 그렇더라도 이 대표가 내세우는 실용주의가 사법적 책임 논란을 물타기 하려는 이슈전환 전략에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물론 공적인 약속이나 발언들을 여반장처럼 뒤집는 이 대표의 행보에 대한 불신도 극복 과제다.Ⓟ

 

                    김만흠 폴리뉴스 논설고문
                    김만흠 폴리뉴스 논설고문

김 만 흠

폴리뉴스 논설고문

전 국회입법조사처장

서울대학교 대학원 정치학 박사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

서울신문 독자권익위원장

가톨릭대학교 교수

한성대학교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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