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4월 25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2회 순직의무군경의 날 기념식'에서 참석자들과 참배를 마치고 자리로 돌아오며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4월 25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2회 순직의무군경의 날 기념식'에서 참석자들과 참배를 마치고 자리로 돌아오며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차재원 칼럼니스트]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공식적으로 막을 올렸다. 지난 23일 더불어민주당의 정강 정책 방송 연설이 시발탄이었다. 큰 주목은 받지 못했다. 선거 때면 으레 하는 연례행사쯤으로 인식된 탓이었다. 다음날 국민의힘 연설은 달랐다. “파문”이란 말이 나올 정도였다. “권력에 줄 서는 정치가 결국 계엄과 같은 처참한 결과를 낳았다.” 여의도연구원장 윤희숙의 반성문은 거침이 없었다. “대통령의 심기를 살피며 두 명의 당대표를 강제로 끌어내렸다”며 사과했다. “너무나 고통스럽다”면서도 고백을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당이 만만했기 때문에 대통령도 계엄 계획을 당에 사전 통보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지금 깊이 뉘우치고”, “진심으로 사죄”를 얘기했다. 당장 궁금증이 쏟아졌다. “이게 국힘의 공식 입장인가.” 그만큼 파격으로 들렸다. 사실 진즉 나와야 할 말이었다. 위헌적 불법 계엄으로 파면당한 대통령 윤석열. 그를 배출한 정당으로서의 당연한 도리였다. 애써 당 지도부는 외면 해왔다. 경선 주자 상당수도 공개 언급을 꺼렸다. 아직도 당을 좌지우지하는 친윤계. 여전한 강성 지지층에 대한 눈치 때문이었다. ‘윤희숙 파문’. 그래서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격이었다. 원내대표 권성동은 “전반적으로 취지에 동의한다”고 했다. 한 걸음 더 나가기도 했다. “지도부 일원으로서 건강한 당정 관계를 구축하지 못해 깊은 책임을 통감한다.”

그렇다면 국힘은 정말 바뀌는 걸까. 속단은 금물이다. 오히려 현 상황은 기대와 정반대로 흐르고 있다. 먼저 윤희숙 반성문에 나왔던 ‘권력에 줄 서는 정치’. 한창 진행 중인 당 경선 과정에 구태는 여전하다. 후보 캠프에 몸담는 걸 나무라는 말이 아니다. 이른바 ‘한덕수 대망론’에 목매는 움직임이다. 대통령 권한대행 한덕수는 출마 의사를 밝히지도 않았다. 국힘 당원도 아니다. 그래도 경선 전부터 ‘한덕수 추대’ 연판장이 돌았다. 소속 의원 절반 넘게 서명했다는 후문이다. 그가 경선에 불참했음에도 구애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지지율이 좀 잘 나오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지지율이란 권력에 또다시 줄 서기하고 있다. 구체적 방법론도 끊이지 않는다. 일단 당 경선은 한덕수 없이 진행한다. 여기서 당선된 이는 최종 후보가 아니다. 한덕수와 ‘데스 매치’를 벌여야 한다. 공당의 경선에서 뽑힌 후보가 자칫 후보직을 박탈당할 수 있다. 전당대회에서 선출됐던 당대표가 “강제로 끌어내”려졌던 장면이 ‘오버랩’ 된다. 어처구니없는 상황의 전개다. “말도 안 된다.” 애초 김문수를 빼곤 국힘 후보들도 목소리를 높였다. 시나브로 태도가 바뀌었다. 일단 한덕수 지지 당심을 얻어야 하는 탓이다. 그래야 경선을 이길 수 있다고 본다. 당연히 한덕수로선 기고만장할 수밖에 없다. 국힘과 단 한마디 상의도 없이 ‘마이 웨이’할 태세다. 윤석열이 “그렇게 만만하게” 봤던 국힘. 한덕수에게도 똑같이 “만만하게” 보이는 모양이다. 결국 윤희숙의 반성은 말로만으로 그칠 조짐이다. 그러고도 표 달라고 다시 손을 내밀 수 있을까.

어쩌면 한덕수는 국힘뿐 아니라 국민마저 만만하게 보고 있는 것 같다. 국회에서, 언론이 출마 여부를 물어도 가타부타 말이 없다. 그는 국정을 총괄하는 대통령 대행.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뒤로는 계속 출마설을 흘리며 여론 ‘간보기 정치’에 여념이 없다. 그의 거취를 놓고 온갖 설이 난무한다. 당초 알려진 시나리오는 사퇴시한(5월 4일)에 맞춰 직을 던진 뒤 무소속 출마. 본선을 뛰면서 민주당 이재명을 뺀 ‘빅텐트’ 단일화로 대권을 거머쥔다는 계획이었다. 어느새 생각이 바뀐 모양이다. 좀 앞당겨 직을 던진 뒤 아예 처음부터 국힘 후보로 등록한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일단 30일쯤 물러나 전열을 정비한다. 이어 5월 3일 선출되는 국힘 후보와 단일화 ‘일합’을 겨룬다. 여기서 이겨 5월 11일까지 자신이 국힘 후보로 등록한다. 이런 상황이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을 수 있다. 한덕수로선 본선에서 108석을 가진 거대 정당의 조직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국힘은 국고로부터 2백억 원 넘는 선거비를 지원받는다. 선거 뒤엔 4백억 원을 웃도는 비용을 보전받을 수 있다. 만약 본선 무대에서 무소속 한덕수로 단일화되면 이런 이점을 모두 포기해야 한다. 반론도 없진 않다. 이 경우 빅텐트 파괴력이 약해진다는 점이다. 개혁신당 후보 이준석과 비명계 주자로 출마설이 나도는 이낙연을 놓칠 수 있는 탓이다. 아울러 국힘 후보로 나서면 ‘윤석열 아바타’ 색채가 더 짙어진다는 점도 부담이다. 따라서 아예 ‘빅텐트 신당 창당론’까지 나돌고 있다. 40여 일 밖에 남지 않은 선거일. 이를 고려하면 말이 안 되는 시나리오다.

정말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 정치공학만 확실히 드러날 뿐이다. 국민으로서, 유권자로서 부아가 치미는 건 다른 이유다. 대선 출마 대의명분에 대한 고민이 전혀 안 보인다. 한덕수가 누군가. 윤석열 정권의 유일한 국무총리였다. 지난 3년간의 국정 파탄에 대통령 못잖게 책임이 크다. “대인이시다. 제일 개혁적인 대통령이고.” 윤석열을 이렇게 옹호했던 판단에 사과 한번 없었다. 탄핵 국면에서도 정파적 처신으로 비난을 자초했다. 무엇보다 비상시국을 담당한 대통령 권한대행. 미국발 관세 폭풍 등 국가적 위기가 가중되는 국면이다. 마지막 공직이란 각오로 현직에 최선을 다해도 모자랄 참이다. 경제와 민생난에 허덕이는 국민으로선 허탈하다. 걱정이 커질 수밖에 없다. 여론조사가 뒷받침한다. 그의 출마를 반대하는 여론이 60%를 넘나들고 있다. 그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을 태세다. 55년의 공직을 통해 청와대 수석, 장관, 부총리에 이어 총리 2번까지. 그래도 여전히 “배고픈” 모양이다. 남은 한 자리, 대통령을 꼭 하고 싶은 것일까. 개인적 성취와 입신양명. 좋게 보면, 권력의지다. 그게 정치적 탐욕이 되는 건 한순간이다. 이를 가르는 칼자루는 국민이 쥐고 있다. 그래서 국민을 결코 “만만하게” 봐선 안 된다. 빅텐트, 아니 그랜드텐트를 쳐도 국민은 속지 않는다. 냉정하게 표로 심판할 것이다. 그러니 섣부른 ‘용꿈’은 부디 깨시라!

 

                   차재원 폴리뉴스 칼럼니스트
                   차재원 폴리뉴스 칼럼니스트

차 재 원

폴리뉴스 칼럼니스트

부산가톨릭대학교 특임교수(현)

국회부의장 비서실장(전)

육군미래자문위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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