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 공격 보류 "협상가능성 높아"
벙커버스터 공격 효과 의문...지지층도 개입 반대 53%
이란 항공기 3대 오만 도착…핵협상 시작됐나
시진핑-푸틴 통화…"이스라엘 조속히 휴전해야"
각국 자국민 대피 총력…이스라엘·이란 엑소더스
![트럼프 vs 하메네이 [사진=AFP=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506/698235_509190_837.jpg)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 충돌에 미국이 개입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 전 세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 공격 계획을 승인하고 전날 이란에게 '최후통첩'을 했다. 즉, 이란이 핵 포기라는 '완전한 항복'을 한다면 미군을 투입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게 약 2주간의 시간을 주겠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이란 대통령 전용기 등을 포함한 항공기가 그간 미-이란 핵협상을 중재해 오던 오만에 도착한 것으로 전해지며 협상 재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공격 보류 후 "협상가능성 높아"
벙커버스터 공격 효과 의문...지지층도 개입 반대 53%
미 백악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9일(이하 현지시간) 이란에 대한 군사공격에 나설지 여부를 향후 2주 안에 결정할 것이라며 이란과 협상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수도,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란과의 협상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사실에 근거해 나는 앞으로 2주 안에 갈지 말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이 전했다.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 이란에 대한 공격 계획을 승인했지만 이란의 결정을 일단 지켜보겠다며 이를 보류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최고지도자가 어디에 숨어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며 마음만 먹으면 이란 지도부를 제거할 수 있음을 '경고'하면서 이란에게 핵 포기 수준의 '완전한 항복'을 요구하는 '최후통첩'을 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2주라는 시간을 정한 것은 여러가지 측면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일단 이란이 미국과의 핵 협상 재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협상을 통해 이란의 핵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좋은 시나리오다.
미국의 군사 개입이 '벙커버스터'를 활용한 공습으로 끝나지 않고 중동 전쟁으로 확전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벙커버스터 폭탄을 사용하더라도 이란의 핵심 핵시설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미 언론 악시오스도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벙커버스터가 실제로 이란의 핵 시설을 성공적으로 파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중요한 질문이 그의 머릿속에 있다고 익명의 참모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또한, 국내 지지층이 미국의 이란 개입을 반대하고 있다는 것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18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 13∼16일 18세 이상 미국 시민 1512명을 대상으로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에 미군이 개입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60%가 반대하고 16%가 찬성했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찍은 이들 가운데 53%가 반대했다.
미국이 이란과 핵협상에 나서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전체 응답자 중 56%가 '그렇다'고 했으며 트럼프 지지자 63%는 '협상을 해야 한다'고 답했다.
다만 현재 이란과 이스라엘 간에 교전이 점점 격화하는 상황에서 전황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 개입을 조기에 결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내 정치적 위기에 놓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외교적 협상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 별도 군사 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이란 미사일 맞은 이스라엘 남부의 소로카병원 [사진=AP=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506/698235_509192_838.jpg)
이란 항공기 3대 오만 도착…핵협상 시작됐나
이제 관건은 이란이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느냐이다. 미국은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완전히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백악관에 따르면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가 이전에 이란에 전달했으나 이란이 거부한 제안이 "현실적이며 수용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제안의 내용을 트럼프 행정부가 공개한 적은 없지만 그간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란이 핵무기 개발에 사용될 수 있는 우라늄 농축을 포기하고 지하 핵시설 가동을 중단하되 미국과 이란 등이 참여하는 컨소시엄이 원자력발전소에 사용할 수 있는 저농축 핵연료를 생산해 이란에 공급하는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이란의 대통령 전용기 등 정부 소속 항공기 3대가 18일 오만에 도착한 모습이 포착되면서 미국과의 핵협상이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오만은 그간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을 중재해 왔다. 15일 무스카트에서는 미국과 이란의 6차 핵 협상이 예정돼 있었으나, 13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무산됐다.
아직까지 해당 항공기의 운항 목적이나 탑승객에 대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이들 여객기 중 한 대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작년 유엔 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으로 이동했을 때 등 과거에도 탑승한 적이 있어 대통령 전용기로 추정된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항공편에 회담을 위한 이란 협상가들이 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시진핑-푸틴 통화…"이스라엘 조속히 휴전해야"
국제사회도 연일 중동 긴장 완화를 촉구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해 이스라엘의 조속한 휴전을 촉구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시 주석은 "현재 중동 정세가 매우 위급하다"며 "충돌이 더욱 격화되면 충돌 당사자들뿐 아니라 지역 국가들도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휴전을 추진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무력은 국제 분쟁을 해결하는 올바른 방법이 아니고 증오와 갈등을 악화시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충돌 당사자, 특히 이스라엘은 조속히 휴전해 상황이 반복적으로 악화되는 것을 방지하고 전쟁이 외부로 확산되는 것을 단호히 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푸틴 대통령도 "이스라엘의 이란 핵 시설 공격은 매우 위험하고 충돌의 격화는 어느 한 쪽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이란 핵 문제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도 19일 이스라엘에 이란 핵개발을 둘러싼 분쟁을 외교적으로 해결하길 촉구했다.
dpa통신에 따르면 메르츠 총리는 전날 오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약 20분간 통화에서 이스라엘 안보가 위협받는 상황을 이해한다며 이같이 요청했다.
각국 자국민 대피 총력…이스라엘·이란 엑소더스
한편,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이 격화함에 따라 각국 정부는 자국민 대피 작전을 서두르고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란에 거주하던 국민 18명 및 이란 국적 가족 2명이 지난 18일 밤 이란 북부와 접해 있는 투르크메니스탄에 도착했다. 이들은 전날 오전 정부가 제공한 임차 버스를 타고 테헤란에서 출발해 약 1200㎞를 달렸다.
이란에는 무력 충돌이 본격화한 지난 13일 기준 110여명의 우리 국민이 체류하고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현지에 남은 국민에 대해서도 필요할 경우 대피 지원을 검토할 방침이다.
이어 이스라엘 체류 우리 국민 25명 및 이스라엘 국적 가족 1명도 19일 오전 부가 제공한 교통편을 통해 육로로 요르단에 무사히 도착했다. 이들은 현재 요르단 국경에서 수도 암만으로 이동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대피로 현재 이스라엘에 남아있는 국민은 460여명가량이라고 외교부는 전했다.
미국은 전날부터 항공·선박 등을 이용한 대피 작전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 국가들도 이미 자국민 상당수를 무사히 본국으로 귀환시켰다.
체코는 슬로바키아와 함께 각국의 자국민 181명을 이스라엘에서 대피시켰고 불가리아는 18일 민항기를 이용해 148명을 대피시켰다.
독일은 18, 19일 이틀간 요르단을 경유하는 항공기를 마련했으며, 이탈리아는 이스라엘에서 이집트를 경유, 본국으로 돌아오는 전세기를 22일 운용하기로 했다.
그리스는 자국 공군이 운용하는 C-130 수송기 등 군용기 3대로 자국민 등 105명을 이스라엘에서 대피시켰다.
이란에서도 대피 작전이 추진되고 있다. 헝가리는 이란에 체류하던 자국민 21명을 대피시켰고, 멕시코도 이란에 머물던 자국민 18명을 아제르바이잔으로 이동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