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국내 현안 및 중동 정세 고려해 나토 불참"
日 이시바 총리, 호주 총리도 불참...위성락, 나토 대신 참석
'반중·반러' 나토와 거리두며 동북아 긴장 관리 차원?
한미 정상회담 무산 가능성에 워싱턴 방문 추진
국힘 "외교적 실책" "왕따 외교" 공세
개혁신당 "李대통령, 지금이라도 입장 바꿔 나토 회의 참석하라"
민주당 "중동發 위기까지 색깔론 덧씌우나...나토 무작정 달려가면 해결?"

이재명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국내 현안과 중동 정세 대응을 이유로 나토 정상회의 불참을 선언했다. 이번 주에는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있고, 2차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국내 현안에 집중해야 할 때라는 판단을 한 것이다.

특히, 미국이 이란의 핵시설을 타격하며 중동 정세 불안이 고조된 상황에서 국정 컨트롤타워가 자리를 비워서는 안된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외교가에서는 이 대통령이 임기 초 나토의 '반중·반러' 행렬에 함께 하는 것을 피하기 위함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중동 정세가 불안한 가운데 동북아 긴장까지 고조시킬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나아가 G7정상회의에서 예정됐던 한미정상회담이 무산된 가운데 이번 나토정상회의에서도 유의미한 한미정상회담이 성사되기 어렵다는 판단도 불참의 이유로 해석된다. 다자회의가 아닌 백악관 방문으로 내실 있는 한미정상회담을 가지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국내 현안 및 중동 정세 고려해 나토 불참"

日 이시바 총리, 호주 총리도 불참 ...위성락 안보실장 참석

앞서 이 대통령은 오는 24∼25일(이하 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릴 예정인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신 위성락 대통령실 안보실장이 참석할 예정이다.

당초 이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 가능성은 높았다. 지난 G7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동 문제로 조기 귀국하면서 예정됐던 한미정상회담이 무산됐기 때문에 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 정상의 만남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관세 문제와 방위비 협상, 주한 미군 재배치 문제 등 양국 간에 얽혀있는 각종 중요 현안의 실마리를 풀어야 하는 만큼 한시라도 빨리 한미정상회담을 열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의 이란 핵시설 타격 소식이 전해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22일 서면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의 산적한 국정 현안에도 불구하고, 그간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적극 검토해 왔다"면서 "그러나 여러 국내 현안과 중동 정세로 인한 불확실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번에는 참석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다"고 불참 사실을 밝혔다.

대통령실은 불참 결정의 이유로 '여러 가지 국내 현안'과 '중동 정세로 인한 불확실성'을 꼽았다.

'국내 현안'은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과 국회 심사를 앞둔 2차 추가경정예산안 등으로 추정된다. 

인수위 없이 출범한 이재명 정부의 내각은 여전히 윤석열 정부 인사들로 구성되어 있다. 지난 16일 G7 정상회의로 대한민국의 외교 정상화를 알린 만큼 이제는 내각 구성을 최대한 빨리 마무리 짓는 것이 급선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또, 2차 추경도 이번주 통과 가능성이 높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은 단독으로라도 본회의를 열러 6월 임시회 안에 추경안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정부 초기 굵직한 현안이 이번 주에 몰려 있다는 점에서 대통령실의 해명은 어느 정도 납득이 된다. 

무엇보다 미국의 이란 핵시설 타격으로 중동 정세가 크게 악화한 것이 불참 결정의 직접적인 배경인 것으로 보인다. 중동 리스크로 유가와 환율이 급등하는 데 대한 경제 대응 지휘가 중요해진 상황에서 자리를 비우기 어렵다는 것이다. 

박상혁 민주당 원내소통수석부대표는 23일 YTN라디오에서 "만약 우리가 조각(組閣·내각 조직)이 잘 구성돼 있고 원활한 대응 체계가 준비돼 있다면 여유가 있겠지만 국무총리도 이번주에야 인사청문회를 할 정도라 대통령 외에 국내의 정치·경제적 판단을 내려줄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부재하다"며 "핵심 안보 컨트롤타워인 대통령이 없으면 더 불안할 수 있어서 지금으로선 가장 현실적인 판단"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나토가 초청한 4개국(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중 일본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도 불참할 것으로 보인다.

'반중·반러' 나토와 거리두며 동북아 긴장 관리 차원?

한미 정상회담 무산 가능성에 워싱턴 방문 추진

외교가에서는 이 대통령이 나토 불참을 선택한 배경에는 다른 외교적 목적도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우선, 임기 초 동북아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선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군사적 동맹 성격을 띠고 있는 나토는 기본적으로 중국과 러시아에 적대적인 입장이다. 

이번 회의에서도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된 러시아와 북한의 불법적 군사 협력에 대한 비판 성명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즉, 중국이나 러시아와 관계 개선을 염두에 두고 있는 이 대통령 입장에서는 굳이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은 18일 SBS 라디오에서 "G7은 정치, 경제, 기후 등 거의 모든 것을 다루지만 나토는 군사동맹으로 군사만 다룬다"며 "2022년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했을 때부터 나토 동맹이 '반중반러 동맹화'하고 있어 우리처럼 러시아, 중국과 맞닿은 나라는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나토 회의는 내년에 또 있고 저들의 필요에 따라 또 부를 것이기에 살펴보고 가도 된다. 한 해 정도는 빠져도 된다"며 "G7이나 다른 회담으로 충분히 연대를 이룰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선원 민주당 의원도 22일 페이스북에 "새로운 중동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필요가 전혀 없다. 이 대통령은 동북아와 남북간 군사긴장 완화에 집중하는 게 낫다"며 "매우 지당하며 잘된 결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서도 중동 문제를 우선 순위에 두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과 유의미한 한미 정상회담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관세 협상과 방위비 분담금 등 외교 현안 논의를 내실 있게 하기 위해서는 다자회의인 나토보다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진행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23일 BBS라디오에서 "이 대통령이 가더라도 가장 중요한 한·미 정상회담이 어렵잖느냐"며 "국제 정세와 여러 가지 추이를 보면서 차분하게 한·미 정사회담을 하기 위해 가지 않기로 했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측면에서는 '중동 문제'를 핑계 삼아 한미간 무역협상 등을 지연시키기 위함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현재 미국과 무역 협상을 마무리 지은 나라는 영국이 유일하다. 빠른 협상이 예상됐던 일본의 경우 세부 사안을 놓고 미국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22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이란 공습 관련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 방송(21일 미 현지시각)을 시청하고 있는 시민들. 중동정세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2025.6.22 [사진=연합뉴스]
22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이란 공습 관련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 방송(21일 미 현지시각)을 시청하고 있는 시민들. 중동정세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2025.6.22 [사진=연합뉴스]

국힘 "외교적 실책" "왕따 외교" 공세

이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 불참 결정을 내리자 국민의힘은 '외교적 실책'이라고 규정하며 맹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한동훈 전 대표는 "나토 불참은 이재명 정부 외교정책을 이른바 대미 자주파가 주도하겠다는 공개 선언 같다"며 "2025년 블록화된 국제정세 하에서 그런 실리도 국익도 버리는 정책은 자주파라기보다 '기분파'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안철수 의원도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 외교·안보에 있어 매우 아쉬운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안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이 실용외교를 표방한다면, 실질적 확장 억제력 확보에 나서야 한다"며 "나토식 핵 공유, 핵잠수함 도입,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보 등을 추진해 북핵에 대응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나토 정상회의는 중동 사태로 인한 안보·경제적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국제 공조 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 중요한 외교적 계기였다"며 "이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에 불참하기로 한 것은 매우 잘못된 판단"이라고 밝혔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불참으로 중국과 러시아로부터는 한국이 미국의 동맹국 중 가장 약한 고리로 인식돼 도리어 중국과 러시아의 강압외교 대상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나토와 여타 인도태평양지역 파트너국(IP4)으로부터는 한국의 새 정부가 동맹과 파트너보다도 중국, 러시아 및 북한과의 관계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살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대통령실은 나토 정상회의 불참이 초래할 외교·안보적 파장을 직시하고 국민 앞에 즉시 해명하라"고 촉구했다.

외통위 야당 간사인 김건 의원은 페이스북에 "대통령실은 국내 현안과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을 불참 사유로 들고 있다"며 "하지만 중요한 외교무대를 차버릴 만큼 급박한 국내 현안이 무엇인지 불명하며 명백한 우선순위의 오판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 의원은 "중동 정세가 불안할수록 오히려 동맹 및 파트너국과의 긴밀한 외교 공조가 절실하다"며 "또한 이번 정상회의는 우리 방산 및 원전 수출 대상국 정상들과의 회동을 통해 우리 경제에도 긍정적 영향을 가져올 기회이기도 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게 되면 양자 방문 시 결과물을 내야 하는 부담감 없이 신뢰 관계를 형성하고 정확한 의중을 파악해 볼 찬스이기도 했다"며 "주어진 기회도 회피하는 게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인가"라고 되물었다.

김기현 의원은 "너무나도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국제 외교·안보 정세가 우리 경제와 안보에 영향을 곧바로 미칠 것임은 불 보듯 뻔한데 이보다 더 시급한 국내 현안이 도대체 무엇이냐"라며 "혹시라도 이 대통령 스스로가 자초한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의 '파파돈(파도 파도 계속 나오는 돈 비리 혐의)' 부패·비리 혐의 때문은 아닐 것이라 믿고 싶다"고 비꼬았다.

김 의원은 "우리의 나토 정상회의 불참과 이로 인한 우방국과의 균열을 좋아할 나라는, 우리의 나토 참석을 비판해온 중국, 러시아, 북한일 것"이라며 "또다시 외교적 고립을 자초하는 '왕따 외교'의 길로 가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했다.

유용원 의원은 "지금 최대 방산시장으로 부상한 폴란드에 여러 무기사업이 있는데 특히 9조원 규모의 K2전차 2차 사업이 있다"며 "이제 최종계약 단계에 있는데 이번에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에 가셨으면 최종계약을 확정할 수 있는 시기인데 불참하면 계약이 상당히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나경원 의원은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재명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불참 결정은 안이한 현실 인식이 부른 외교적 실책"이라며 "G7에서의 한미 정상회담이 무산된 이후 NATO까지 불참한다면 국제사회는 대한민국을 전략 파트너가 아닌 신뢰 보류국으로 볼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나 의원은 "이 대통령 당선 후 백악관의 우려스러운 성명과 트럼프 대통령과의 지각 통화, 함흥차사인 미국대사 임명 소식에 한미동맹에 큰 우려가 있다. 이번 나토 불참 결정 전에 트럼프 대통령의 회의 참석 여부는 제대로 확인 한 것인가? 아니면 확인도 없는 고의 패싱인가?"라고 비판했다.

개혁신당 "李대통령, 지금이라도 입장 바꿔 나토 회의 참석하라"

천하람 개혁신당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이라도 입장을 바꿔서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했다.

천 원내대표는 "나토 정상회의는 다음 달 8일이 시한인 한미 관세 협상 전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대면할 유일한 기회"라며 "관세 협상과 방위비 협상만큼 시급한 국내 현안이 있느냐"고 했다.

이어 "중동 정세로 인한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오히려 미국을 포함한 주요 우방국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할 필요성이 더 크다"며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양자 회담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 간 직접 대화를 통해 공식 브리핑만으로는 알 수 없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묘한 뉘앙스와 의도를 읽어내는 것이 대한민국의 정확한 상황 인식과 향후 계획 수립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영임 개혁신당 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나토 정상회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의 연대와 협력의 중심 무대"라며 "이런 자리에 참석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국내 현안이 뭐냐. 이 자리를 외면하는 것은 명백한 외교적 실책이자 손실"이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더 심각한 문제는 이번 불참 결정에 여권 내 자주파의 영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라며 "대통령 주변에는 '한미동맹보다 자주국방'을 외치는 80년대 운동권 출신 외교관들이 포진해 있다. 그들의 조언에 대통령이 휘둘렸다면, 이는 매우 위험한 신호"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은 나토 회의 불참 방침을 지금이라도 철회하고, 동맹과 협력의 외교전략에 적극 나서기 바란다"고 했다.

민주당 "중동發 위기까지 색깔론 덧씌우나...나토 정상회의 무작정 달려가면 해결되나"

이같은 이 대통령 '나토 불참'에 야당의 집중 포화에 민주당은 "중동發위기까지 색깔론을 덧씌우느냐" "중동발 위기에 무작정 나토 달려가느냐"며 발끈했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3일 논평에서 "국민의힘은 중동발 위기가 눈앞에 닥쳐오고 있는 현 상황을 정쟁에 이용하려 들고 있으니 참담할 지경"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김 대변인은 "이재명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불참은, 내란으로 인한 혼란을 채 정리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중동전쟁까지 겹친 복합위기를 고려해 내린 고심 어린 결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대변인은 "비판 내용도 진부하기 짝이 없다"며 "결국 다시 색깔론 덧씌우기다.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낯부끄러운 정치공세와 진부한 색깔론 덧씌우기뿐이냐"고 쏘아부쳤다. 

그는 "이재명 정부의 실용외교는 굳건한 한미동맹을 토대로 한다. 이재명 정부의 외교정책에 진부한 색깔론을 덧씌우려는 헛된 노력은 포기하라"며 "한미동맹의 중요성이나 관세협상 등 양국 간 현안의 시급성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나토 정상회의에 무작정 달려가면 해결되느냐"고 반문했다.

김 대변인은 "실용외교의 중심은 국익이다. 국익을 지키며 양국 간 현안을 슬기롭게 풀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중동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대통령과 정부가 느끼는 고심도 살펴 보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적 위기 상황에도 무책임하게 정부의 외교를 흔들려는 국민의힘은 도대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힘은 나라를 망치는 것이 존재 이유가 아니라면 '기승전 정치공세'의 몰염치한 정치를 즉각 멈추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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