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은 거울이라면서, 그 거울은 어디에?
![이재명 대통령이 22일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열린 여야 지도부와의 오찬 회동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 아래부터 시계방향으로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이 대통령,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 송언석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506/698550_509520_5054.jpg)
"인사는 여론에 흔들리면 그 인사는 망합니다". 22일 대통령과 여야 교섭단체 대표와의 오찬 회동에서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가 한 말이다. 대의제의 공적 기구를 맡는 고위 공직자 인사에서 여론에 흔들리지 말라는 독특한 인사론을 펼친 것이다.
인사가 주특기라며 국정원 인사처장 경력을 내세운 듯하다. 위계적 충성과 조직 능력을 우선하는 국정원 인사와 국민과 소통하면서 국정을 책임지는 대의제 고위 공직자의 역할 중심은 다를 수밖에 없다. 물론 김민석 총리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을 방어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한 말이다. 그러나 오히려 그런 논리로 총리 후보자 의혹을 방어하려는 태도가 집권당 원내대표로서 향후 역할 인식을 우려하게 만든다.
물론 국민의 지지를 받아 집권했으니 권한과 책임을 지고 국정운영을 하면 된다. 그 결과를 보고 국민들이 평가할 것이다. 극단의 경우 국민여론과 무관하게 역사의 심판에 맡기면 된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민주공화국은 선출된 전제정이 아니다. 헌정질서와 법치주의, 적재적소의 인사 원칙, 그리고 민심에 대한 호응이 함께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여론에 흔들리지 말라는 집권당 원내대표의 발언은 맥락을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우려스럽다. 뜻하는 바대로 국정을 밀어붙이려는 국정 리더십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당선 소감에서도 그랬고 취임사에서 "지지자만의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습니다"라고 했다. 국민 모두의 대통령은 정파의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을 보편적으로 대변하는 통합의 대통령, 민주적 대통령을 말하는 것 아닌가. 대통령의 통합 소명과 민주적 리더십은 인사의 향배를 통해서 가시화된다.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전략에 따라 국정운영의 동반자와 참모를 구성하더라도 민심에 호응해야 한다. 그게 국민 여론이다. 그런데 국민 여론에 휘둘리지 말라고 한다. 김 원내대표가 인사가 주특기라고 했지만, 사기업이나 폐쇄적 조직에서나 통할 수 있는 리더십 전략일 수 있다. 국민을 대표하고 국민에 호응해야 하는 대의제의 인사 원칙은 아니다. 오히려 위험하다.
간혹 국민여론에 일희일비하지 말라는 말이 나온다. 대체로 실패한 리더나 정권에서 나왔던 말이다. 애초 그 말의 취지 또한 여론에 개의치 말라는 뜻보다는 비판 여론을 참아내면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자는 다짐으로 보아야 한다. 불명확한 정보가 여론을 만들기 때문에 엄격한 검증이 이뤄지는 국회 청문회 등을 지켜보자고 한다. 일리 있는 말이다. 그러나 오늘의 여론은 말 그대로 가짜뉴스와 음모론, 집단 광기. 그리고 진실이 혼재된 채 만들어진다. 선거에서 지지와 선택 배경도 이런 현실을 토대로 이뤄진다. 그래서 소크라테스는 세속의 여론(doxa)과 진리(episteme)를 구분하고자 했다. 이런 세속의 여론이 민주공화국의 기반이 되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권력자가 자기 주장을 여론에 맞서 고집하면 독재가 된다.
여론에 흔들리지 말라는 김 대표의 발언에 글까지 덧붙이게 된 데에는 야당의 법치 주장에 대한 반박 논리에 또 실망했기 때문이다. 야당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대통령의 재판 중지 여부는 사법부의 판단에 맡기고 국회에서 대통령의 사법책임을 면소시키는 위헌적 입법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만약 사법부가 재판을 연기한다면 임기가 끝나고 재판을 받겠다고 약속해 준다면 민주공화국의 헌법 정신을 국민들께서 체감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한 민주당 김 원내대표의 응대였다. "사법 독립에 대해 말했는데 국민의힘에서 진정성을 보이려면 (사법부 독립을) 요구하기 전에 반성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대통령의 사법 책임이 걸린 중대 문제에 대한 논란 자체를 회피하려는 전략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동문서답이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황당했던 비상계엄이 민주공화국의 헌정질서와 법치주의를 무시하는 논거가 될 수는 없는 일이다. 국민의힘을 향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망상적 행보에 대한 직간접인 책임과 오늘의 상황에 대한 질책은 충분히 가능하다. 그러나 이제 권력남용을 자제하고 헌정질서와 법치를 주도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집권세력은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이다.
김만흠
폴리뉴스 논설고문
전 국회입법조사처장
서울대학교 대학원 정치학 박사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
서울신문 독자권익위원장
가톨릭대학교 교수
한성대학교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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