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계 수상자들과 간담회
'토니상 6관왕' 박천휴 작가·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 수훈 조수미 성악가 등 참석
李, 문체부 장관 인선 고심도 언급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에서 문화예술계 수상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506/699329_510404_4020.jpg)
[폴리뉴스 김민주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문화예술계를 만나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를 보며 대한민국 문화의 세계적 가능성을 실감했다"며 "김구 선생이 말한 '문화강국'의 초입에 서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문화예술인 기본소득 도입 필요성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잔디밭 '파인그라스'에서 진행한 문화예술계 수상자들과의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대한민국의 문화적 가능성이 과연 어느 정도 잠재력이 있을까에 대해 사실 확신을 갖지 못했었다. 그런데 '폭싹 속았수다'를 주말에 몰아보기를 하면서 정말 놀라운 점을 발견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폭싹 속았수다' 배경이) 제주도의, 지금도 아니고 과거의 어려운 시절, 고부갈등 또는 남존여비의 가부장적 문화, 이런 건 우리는 공감하지만 과연 전 세계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엄청난 공감을 받았다"며 "결국은 그게 섬세한 표현력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는 거야 저는 당연히 갱년기라서 그런가 싶었는데 아닌 듯하다. 남미나 유럽에서도 그렇게 호평을 받았다고 하니까 정말 큰 가능성이 있겠다 생각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구 선생의 '문화강국론'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김구 선생을 개인적으로 참 좋아한다"며 "그분이 '우리가 일제강점을 당하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가 국가의 무력을 키워야겠다. 그러나 이게 다른 나라를 침략해서 지배할 정도의 무력이 아니고, 우리를 지킬 정도면 충분하다. 또 하나는 경제력, 국가의 부라고 하는 것도 우리가 잘 먹고 잘 사는 정도면 되겠다. 그러나 문화는 온 세상에 선한 영향력만 미치니까 정말 강한 문화의 힘을 가진 나라가 되는 게 내 소망이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구 선생이 말씀하신 문화강국에 우리가 초입에 서 있는 것 같다"며 "국가 정책적으로 문화 부분에 대한 투자나 지원도 대대적으로 늘리고, 우리 자라나는 세대들한테 기회도 주고, 산업으로도 키우고, 전 세계로 진출해서 대한민국의 문화적 영향력을 키우면 우리가 세계적인 강국으로, 선도 국가로 갈 수 있지 않겠나, 가장 강력한 힘이 되지 않겠나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문체부 장관 인선이 지연되는 이유도 직접 밝혔다. 이 대통령은 "요새는 그 생각하면 뿌듯하기도 한데, 그래서 지금 문화부 장관을 못 뽑고 있다"며 "이걸 다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해서 너무 복잡하게 고민하다 보니까 (그렇다). 오늘 여러분이 그 고민도 좀 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함께한 김혜경 여사는 이 대통령이 '폭싹 속았수다'를 보며 눈물을 보였던 것과 관련해 "드라마 주인공 '애순이'를 보면서 하늘나라에 가신 시누이(이 대통령의 누이)가 연상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에서 열린 문화예술계 수상자 간담회를 마치며 참석자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칸국제영화제 학생부문(라 시네프) 1등상을 수상 허가영 영화감독,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코망되르'를 수훈한 조수미 성악가, 김 여사, 이 대통령, 토니상 6관왕을 석권한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박천휴 작가,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를 연출한 김원석 감독, '로잔발레 콩쿠르'에서 우승한 박윤재 발레리노,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506/699329_510423_3212.jpg)
이날 간담회에는 넷플릭스 글로벌 톱 10 시리즈(비영어) 부문 1위를 차지한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의 김원석 감독, 토니상 6관왕을 석권한 박천휴 작가,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 '코망되르'를 수훈한 조수미 성악가, 제78회 칸국제영화제 학생부문(라 시네프) 1등상을 수상한 허가영 감독, 한국 남자 무용수 최초 '로잔발레 콩쿠르'에서 우승한 박윤재 발레리노 등이 참석했다.
김원석 감독은 "(문화예술계) 다섯 분 중에 유일하게 상을 받지 않고 이 자리에 있다"며 "대통령 내외분의 눈물이 저에게는 상(賞)인 것 같다"고 언급했다.
김 감독은 이후 비공개 자리에서 "한국적인 이야기가 세계의 시청자를 울린 이유에 대해 보편성과 휴머니즘의 힘"이라고 말했다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전했다.
또한 이 대통령이 대규모 세트장에 대한 구상을 제안하자, 김 감독도 "전문 세트장이 부족하다"며 "중국 와이탄과 같은 대규모 세트장이 필요하다"고 공감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에서 열린 문화예술계 수상자 간담회에서 조수미 성악가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506/699329_510421_3136.jpg)
예술인들 "정부 차원 지원 절실"...李대통령 "'문화예술인 기본소득' 도입 필요"
예술인들의 제언도 잇따랐다. 조수미 성악가는 "재능을 빛내기 위해서는 개인의 재능과 노력만큼이나 국가 지원이 중요하다"며 "세계 각국의 한국 문화원이 문화 허브로 역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윤재 발레리노는 "해외 무용수들은 16살에 유명 발레단에 입단하는 반면, 한국의 남자 무용수들은 군 복무 문제에 발목이 잡혀 꿈을 펼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허가영 감독은 "상업 영화가 아닌 독립 영화, 예술 영화가 더 많이 만들어질 수 있게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비전공자인 제가 영화를 배우고 국제 무대에 진출할 수 있었던 건 한국 영화 아카데미의 지원 덕분이었다"며 "영화인 양성 교육에 정부가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박천유 작가는 "한국 현지와 세계적인 무대 사이의 연결이 곧 가장 현실적인 지원책"이라며 "우리 말, 우리 감정으로 이루어진 작품의 보편성이 세계 주요 무대에 소개될 수 있는 장을 국가가 지원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 대통령은 "문화는 우리 사회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투자 역할을 한다"며 '문화예술인 기본소득' 도입 필요성을 언급했다고 강 대변인이 밝혔다.
더불어 "문화가 워낙 다종 다양해 문화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도, 문체부 장관 후보자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며 "관료적 탁상 공론이 아니라 수요자들이 정말 원하는 정책을 가감 없이 발굴하고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