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DJ추모식, 여야 대표 옆자리 앉고도 서로 '외면'
민주당, 강경 노선 고수하며 입법 드라이브
21일 노봉법·상법 강행 예정…정면충돌 예고
경제계, 노란봉투법 연기에 사활 "1년 유예 달라"

국힘, 필리버스터 예고하며 총력대응에 중지 모아
송언석, 우 의장 찾아 "본회의 전대 이후로 미뤄달라" 요청
우원식 "여야가 상의해 달라"…여야 간 '협의' 주문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송언석 비대위원장이 18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서로 다른 곳을 보며 자리에 앉아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송언석 비대위원장이 18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서로 다른 곳을 보며 자리에 앉아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성지 기자] 탄핵 정국을 마무리 하고 새 정권이 들어선 지 두 달이 지났지만 여야 간 충돌은 날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내란 세력과의 손절을 주장하는 민주당은 입법 강행을 통해 '개혁 실적'을 쌓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저지 투쟁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입시비리' 조국 전 대표와 '위안부할머니 후원금 횡령' 윤미향 전 의원 등 국민의힘이 반대한 의원들의 사면도 정쟁의 논란으로 대두됐다. 여야 간 대치 역풍은 최교진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지명철회 주장으로 이어지며 인사청문회 2차전을 예고했다. 

특히 개혁 강성인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신임 당대표가 당선된 후 "내란 세력과는 악수도 하지 않겠다"며 강경 어조를 보이자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야당을 말살하려는 정치보복을 멈추라"고 맞서면서 여야 간 대치 상황은 점입가경이다. 

현재 여야 충돌의 불씨가 줄줄이 예고돼 있어 극한 대치는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과 3대 특검이 수사 과정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을 정조준하며 의원실 압수수색에 이어 당원 명부 확보를 둘러싸고 중앙당사 압수수색까지 벌이는 상황에서 조국 전 대표까지 사면·복권되면서 국민의힘을 향한 '위헌 정당 해산'을 주장하고 있다. 

당장 오는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민주당은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 범위를 제한하는 노란봉투법과 2차 상법 개정안 처리를 예고했다. 국민의힘은 '반기업법'이라며 무제한 토론, 즉 필리버스터로 입법 저지에 나서겠단 방침을 정해 두 정당 간의 충돌이 불가피하다. 

또한 민주당이 특검의 수사 기간을 연장하는 내용을 담은 특검법 개정 논의에 시동을 건 것도 정국을 흔들 '시한폭탄'이다.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 결과가 협치 복원의 변수가 될 수 있지만 여당의 개혁 입법 속도전에 이 또한 장담할 수 없으며 현재 반탄 후보인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유력한 차기 당대표로 떠오르면서 더욱 강경 대치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청래 대표와 송언석 비대위원장 간의 설전도 대치 국면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 15일 열린 광복절 경축식에서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송언석 비대위원장은 나란히 앉고서도 대화는 물론 악수조차 하지 않아 뒷말을 남겼다. 경축식에서 송언석 비대위원장은 정청래 대표를 겨냥해 "저도 사람하고 대화를 한다"고 응수했고, 이어 18일 김대중 전 대통령 추모식에서도 냉랭한 모습을 보이면서 여야는 서로를 정치적 협력 대상이 아니라 '척결해야 할 상대'로 인식하는 상태다. 

이처럼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정국은 내내 '강대강' 대치로 치닫고 있다. 민주당은 개혁 입법 완수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리고 있고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를 비롯한 의회 투쟁으로 맞서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추모식에서조차 확인된 양측의 냉전적 태도는 현재 여야가 협치와 타협에서 멀어져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이러한 분위기가 교육부와 여성가족부 장관 인사청문회, 또 국정감사로까지 이어지며 향후 몇 달간 정국은 입법 전쟁과 정치적 공방이 교차하는 격랑 속에서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80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80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광복절·DJ추모식, 여야 대표 옆자리 앉고도 서로 '외면'

지난 18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16주기 추모식은 고인의 '화해와 통합' 정신을 기리는 자리였다. 그러나 현장의 분위기는 정반대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인사를 건네지 않았고, 심지어 눈길조차 마주치지 않은 채 정면을 응시하며 서로를 외면했다. 이는 지난 광복절 경축식과 같은 모습이었다. 

여야 대치의 상징적인 장면이자 당분간 정치권에서 협치가 요원하다는 신호였으며 화합을 강조했던 김대중 정신과 배치되는 태도였다. 

정청래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기리는 추모사에서도 "1980년 광주가 2024년 내란을 몰아냈다"며 국민의힘을 겨냥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오늘 당신이었다면 진정한 용서는 완전한 내란 세력 척결과 같은 말일 것"이라는 말로 국민의힘을 재차 힐난했다. 

반면 송언석 비대위원장은 추모사에서 "정치 보복과 진영 갈등을 반복해서는 대한민국이 전진할 수 없다"고 맞받으며 추모식 자리에서조차 화합은 찾아볼 수 없었고 정국의 긴장감은 한층 고조됐다.

이번 사태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대중 정신의 아이러니'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 전 대통령이 평생 강조한 화합과 통합의 정신이 기려지는 자리가 오히려 여야의 대립과 반목을 드러내는 장면으로 기록됐기 때문이다. 김 전 대통령의 화해 정신이 여야 모두에게 교훈이 돼야 하지만 현실 정치에서는 오히려 정쟁의 수단으로 소환되는 모습을 보여줘 여야 모두 국민에게 볼썽사나운 모습을 남겼다.

지난 5일 국회 본회의에서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5일 국회 본회의에서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민주당, 강경 노선 고수하며 입법 드라이브
21일 노봉법·상법 강행 예정…정면충돌 예고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민주당은 정청래 대표 체제에서 강경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이미 민주당은 지난 7월 국민의힘의 반대를 무릅쓰고 방송법·양곡관리법을 단독 처리했고 이 대통령은 해당 법률을 신속히 공포하면서 당의 입법 드라이브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8월 임시국회에서도 같은 전략을 반복할 계획이다. 정 대표는 "개혁 입법은 국민의 명령"이라고 강조하며 방송문화진흥회법(방문진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EBS법),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상법 개정안 등 주요 쟁점 법안을 처리할 방침이다. 입법 순서도 구체적으로 정해졌다. 21일 방문진법, 22일 EBS법, 23일 노란봉투법, 24일 상법 개정안 순이다.

특히 노란봉투법은 경제계의 강력한 반발을 사고 있다. 경제 6단체는 "파업 노동자에 대한 배상 책임 제한을 담은 조항은 노사 합의 없이 강행돼선 안 된다"며 국회에 시행 1년 유예를 요청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노동자의 권리를 바로 세우는 법안"이라며 일정 변경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강경 노선을 둘러싼 이견보다는 오히려 결속이 강화되는 모양새다. 정청래 대표는 연일 "내란 세력과 타협은 없다"는 강한 메시지를 내고 있으며 이는 당내 강경파 의원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임시국회에서 쟁점 법안을 처리한 뒤 곧바로 '3대 개혁 입법'으로 불리는 검찰·언론·사법 개혁 법안을 밀어붙일 계획이다. 당 지도부는 추석 전까지 모든 과정을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정청래 대표는 "추석 밥상에 개혁 성과를 올려드려야 한다"며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노조법 개정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노조법 개정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제계, 노란봉투법 연기에 사활 "1년 유예 달라"

강경 기조를 보이는 민주당이 오는 21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통과를 예고하자 경제계는 법 통과 후 6개월인 시행 시점을 "1년 이상 유예해달라"고 호소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제인협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6단체는 18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법 개정안 수정 촉구 공동성명'을 내며 "노조법이 개정될 경우 1년 이상 시간을 갖고 노사가 의견을 수렴해야 산업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할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법 개정 중단을 촉구해온 경영계는 사용자 범위는 현행법을 유지하고, 쟁의 대상을 확대하더라도 경영 판단은 제외해달라는 내용의 수정안을 제시했다. 경영상 판단을 쟁의 대상에 포함하는 것에도 "공장 해외 이전도 노조 허락을 받아야 해 정상적인 경영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벼랑 끝에 몰린 이들은 법안 통과를 막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현재 6개월로 예정된 유예기간을 최소 1년 이상으로 늘려야 기업들이 대응 방안을 찾을 수 있다고 호소했다. 

가장 우려하는 조항은 '사용자' 개념을 확대한 노조법 2조 2호다. 사용자 범위를 '협력업체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로 개정하면 하청 근로자가 원청 기업을 상대로 파업하고 교섭을 요구할 길이 열린다. 이에 수백, 수천 개의 하청업체를 둔 자동차, 조선, 철강, 건설기업들은 "교섭하다가 날이 샐 판"이란 하소연을 하고 있다. 

경제계는 여당이 법안 처리를 예고한 21일 전까지 정부와 국회를 최대한 설득할 계획이다.

8월 5일 국회 본회의에서 방송문화진흥회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의 무제한 토론이 시작되자 여당 의원들이 퇴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8월 5일 국회 본회의에서 방송문화진흥회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의 무제한 토론이 시작되자 여당 의원들이 퇴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힘, 필리버스터 예고하며 총력대응에 중지 모아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속도전에 맞서 '정치적 독주'라는 프레임을 강화하며 대응하고 있다. 양측의 대치가 장기화할 경우 국회 정상화는 더욱 요원해지고 민생 법안은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두 정당 모두 한 치의 물러섬 없이 대치 중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입법 강행에 맞서 '필리버스터 총력전'을 예고했다. 송언석 비대위원장은 "입법 폭주를 막아내는 것이 제1야당의 책무"라며 무제한 토론을 통한 저지 방침을 밝혔다. 

다만 현행 국회법상 필리버스터는 시작시간으로부터 24시간이 경과하면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이 동의해 이를 종결할 수 있다. 민주당이 180석 이상을 확보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필리버스터는 사실상 상징적인 저항 수단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은 '투쟁 이미지'를 강화해 지지층 결집을 노리고 있다. 여당의 '강행 처리' 프레임에 맞서 자신들은 '민주주의 절차와 합리적 토론을 수호하는 세력'임을 강조하는 전략이다. 송 비대위원장도 "정치 보복의 악순환을 끊고 협치의 길을 열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계속해서 내고 있어 당분간 강경 노선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를 비롯한 중진 의원들이 19일 국회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본회의 개의 일정 조정 등을 요청하기 위해 국회의장실을 방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를 비롯한 중진 의원들이 19일 국회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본회의 개의 일정 조정 등을 요청하기 위해 국회의장실을 방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송언석, 우원식 의장 찾아 "본회의 미뤄달라" 요청
우원식 "여야가 상의해 달라" 여야 간 '협의' 주문

송언석 비대위원장은 19일 오전 국회의장실을 방문해 우원식 의장에게 오는 21일 예정된 본회의 일정을 전당대회가 열리는 22일 이후로 연기해줄 것을 요청했다.

비대위 체제를 오래 이어온 국민의힘은 당대표 선출을 통해 대여투쟁에 본격적으로 나설 예정이지만 조기 전당대회로 인해 주말이 아닌 평일에 치르게 돼 본회의 일정 중 전당대회를 치르게 됐다. 

국민의힘은 당대표가 선출된 이후로 본회의를 미뤄 대여투쟁을 강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결선투표를 앞둔 후보 4인 중 극우 내란옹호 세력인 김문수, 장동혁 후보 중 한 명이 대표가 될 가능성이 높아 강경 대응을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이에 우 의장은 추가적인 여야 협의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 비대위원장은 의장실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의장께서 충분히 상황을 인지하고 있고, 민주당 원내대표와 상의를 하겠다고 했다"며 "여야가 일정에 대해 상의해 달라는 말씀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여야는 이날 오후 원내운영수석부대표 회동을 통해 본회의 일정과 법안 처리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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