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국가미사일방어(NMD)체제 배치 결정을 차기 정권에 미룸으로써 NMD와 기술적으로 유사한 전역미사일방어(TMD) 계획의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NMD/TMD란 무엇인가?
미국이 추진하는 국가미사일방어(National Missile Defence : NMD) 체제는 북한과 이라크 등 미국에 적대적인 국가들이 미국 본토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면 이를 공중에서 요격하는 방어망이다. 미사일 탐지위성과 조기경보기 등으로 날아오는 미사일을 탐지한 뒤 지상에서 요격미사일을 쏘아 본토에 오기 전에 폭발시킨다는 것이다.
전역미사일방어(Theater Missile Defence : TMD)는 93년 5월 클린턴 대통령이 내놓은 탄도미사일 방어 전략이다. 이것은 SDI의 산물로 우선 3,000km이하의 중·단거리 탄도미사일로부터 해외 주둔 미군이나 동맹국 방어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국가미사일방어(NMD)체제는 전역미사일방어(TMD)와 함께 탄도미사일방어(BMD) 체제를 구성한다.
NMD 계획은 원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추진하던 이른바 `전략방위구상(SDI-일명 스타워스)'에 바탕을 둔 것이지만 규모가 축소됐다.
TMD의 개념은 적의 탄도미사일을 인공위성, 조기경보기, 지상 및 해상 배치 레이다 등을 통해 조기에 탐색하고, 탐색된 정보를 지상 또는 해상에 위치한 통제소로 송신하여 지상이나 해상의 요격 시스템을 이용해 탄도미사일을 격추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TMD의 중요한 기본 전략은 다층방어 개념에 의한 요격의 실현이다. 즉, 우주, 대기권 상·하층부 등에 도달 가능한 요격 시스템을 배치하여 탄도미사일을 반복 공격하여 요격 확률을 높이고자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방어 구역은 저층방어구역(Lower - Tier)과 고층방어구역(High - Tier)으로 구분되는데, 저층방어는 지상으로부터 70km에 이르는 지역전술방어를 위한 구역으로 탄도미사일이 대기권 내에 진입시 요격하고자 하는 것이다. 고층방어는 70km∼대기권 밖까지 이르는 전 지역 전략방어구역으로 대기권 상층부 또는 대기권 밖을 비행하는 탄도미사일을 파괴하고자 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TMD는 탄도미사일의 조기 발견을 통한 조기 요격 전략을 추구한다. 탄도미사일의 비행단계는 크게 Booster단계, Mid-course단계, Terminal단계로 이루어진다. Booster단계 요격은 탄도미사일이 발사대를 떠난 후부터 본격적인 비행단계에 진입하기 전에 파괴하여 방어를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며, Terminal단계 요격은 탄도미사일이 대기권내에 진입 후 요격하고자 하는 것으로 현재 요격체계가 이 Terminal단계 위주로 발달되어 있다.
이와 같은 전략을 달성하기 위해 미국은 다음과 같은 몇 단계로 체계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먼저 단기계획단계는 비용과 위험 부담을 줄이고 신속한 배치가 가능하도록 기존의 무기체계를 개량하는 것으로 Patriot 및 Hawk 개량, 기존 통합 전술 지상 시스템의 개선이 포함된다. 중기계획단계는 TMD체계의 핵심으로 현재의 탄도미사일 방어능력 확대에 중점을 두는 단계로 탄도미사일에 대한 본격적인 대응능력을 갖출 수 있게 된다. 이를 위해 PAC-3 및 THAAD(Theater High Altitude Area Defense)요격체계 개발, 이지스 저층 방어체계구축, 전투관리/C3I체계 성능 향상 계획이 여기에 해당한다. 마지막으로 장기계획단계는 발전되 개념의 TMD체계의 실현으로 Booster단계 및 Mid-course단계에 있는 탄도미사일까지도 요격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군단 지대공미사일(Corps SAM)체계, 이지스 고층방어 체계, Booster단계 요격체계 개발이 추진된다.
이러한 기본 구상이 현실화되었을 때 TMD체계는 미국이 목표로 하고 있는 탄도미사일에 대한 다층방어와 조기요격의 실현, 동맹국과 해외 주둔 미군방어라는 것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TMD라는 개념 자체가 탄도미사일이라는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대응책으로 출현하게 된 것으로, 미국은 TMD와 관련하여 일본, 이스라엘과 유럽 국가들에 공동 참여를 요구하였고, 이미 일본을 비롯한 몇몇 나라들은 이에 적극적으로 참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NMD 연기를 둘러싼 논쟁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이 국가미사일방위(NMD) 체제 추진 결정을 차기 정부에 넘기기로 한 데 대해 러시아.중국.유럽연합(EU) 등 세계 각국과 주요 기구들은 일제히 환영을 표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세계 평화와 지구상 전략적 세력 균형을 강화하는 조치" 라고 긍정 평가했다.
주방자오(朱邦造)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이성적인 조치며 미국 정부가 앞으로 다른 국가들과 많은 대화를 하길 바란다" 고 논평했다. 영국.프랑스.독일 정상들도 "우방을 고려한 신중한 결정" 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미국 내에선 앨 고어 민주당 대통령 후보와 조지 W 부시 공화당 대통령 후보간에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고어는 클린턴의 노선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반면 부시는 '스타워스' 에 버금가는 공상과학적 구상을 이미 공약한 상태다.
클린턴-고어 행정부의 안보정책.군비태세 문제를 계속 공격해 온 부시 후보측은 NMD 연기를 계기로 보수주의 세력을 반(反) 고어 쪽으로 몰아가려는 전략이다.
부시는 이 발표에 대해 "NMD 연기는 클린턴-고어 행정부가 7년간 미국 방위력 강화에 실패했음을 보여준다" 고 공격했다.
이에 대해 고어는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의 선제공격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며 "무리하게 추진하면 전쟁을 유발할 수도 있다" 고 지적했다.
그러나 미국내 전문가들은 NMD 연기 결정이 부시에게 일방적으로 반사이익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탈냉전 시대에는 미사일이 유권자들에게 그다지 관심을 끄는 이슈가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 기업연구소의 노먼 온스타인 연구원은 "소련체제가 핵무기 대결을 위협하던 냉전시대와 지금은 다르다" 고 말했다. 부시 구상의 현실성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부시는 우주와 해상발사도 포함하고 미국뿐 아니라 우방 모두를 방어하는 전지구적 시스템을 갖추겠다고 주창한다.
반면 고어는 "기술적으로 가능하고 경비를 충당할 수 있으며 우방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체제를 개발하겠다" 는 입장이다.
TMD가 NMD를 대신할 수 있을까?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국가미사일방어(NMD)체제 배치 결정을 차기 정권에 미룸으로써 NMD와 기술적으로 유사한 전역미사일방어(TMD) 계획의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는 4일 “클린턴이 결정을 유보한 것은 탄도탄요격미사일(ABM) 협정에 위배될 수 있는 미사일 요격 체계 뿐”이라면서 “TMD 체제가 NMD의 대안(代案)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구체적으로 보면 미 본토 방어를 목적으로 한 NMD는 주로 대기권 밖에서 미사일을 요격하는 전역고고도방위(THAAD) 체제를 핵심적인 단계로 설정하고 있다. 러시아는 이 구상이 자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견제하기 위한 방어장치로 간주, ABM 협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때문에 미국은 러시아측과 협상에 실패하자 NMD 배치 결정을 유보해야 했다.
반면 TMD는 적의 중·단거리 미사일을 발진 단계에서 요격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NMD에 비해 짧은 사거리 내에서 단거리 요격미사일을 발사해야 유효한 방어시스템이다. TMD는 중국의 중거리 탄도미사일에 대해 태평양 주둔 미군의 방어력을 제고하고자 하는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TMD 체제는 광범위한 지역에 배치된 러시아의 ICBM을 위협하기에는 역부족이다. ICBM은 발사후 발진 증속단계가 120초에서 210초나 돼 쉽게 타깃이 될 수 있지만, TMD 요격 시스템이 러시아 국경 인근에 배치되지 않을 경우 추격을 따돌릴 수 있다. 때문에 러시아는 TMD에 반대하기는 커녕 미국측에 TMD 공동개발을 요구, 일부 실험성과를 공유하고 있다.
미국의 군사전문가들은 기술적 측면에서도 TMD가 NMD의 임무를 수행할 수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미국 전역을 방어하는 미사일 탐지능력과 발진 단계의 미사일을 요격할 정도로 빠른 요격 미사일이 개발될 경우 ICBM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타임스는 그 대안으로 빛과 같은 속도로 발사되는 레이저빔 무기와 해상발사 요격시스템 등을 제시했다. TMD 시스템의 핵심 중 하나인 패트리어트미사일(PAC-3), 이지스 해상요격체계 등은 이미 실전 배치됐다.
하지만 미국의 TMD 역시 NMD와 마찬가지로 대부분 국가들이 반대하고 있다. 자국의 핵 공격 가능성은 열어둔 채 타국의 미사일 공격은 무력화하겠다는 ‘위협 수단’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TMD 추진이 중국의 적극 반대와 기술적 결함,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개발 포기 가능성 등의 이유들로 안팎의 도전을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한국은 TMD 문제에 대해 직접적인 참여는 유보한다는 입장이다.
(e윈컴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