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미 취소가 우발적인 사건이 아닐 수 도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는데....
지난 5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아메리칸 항공을 이용 유엔 밀레니엄 정상회의에 참석하기로 했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일행이 항공사측으로부터 모욕감까지 받는 과도한 몸수색에 항의하면서 방미 취소를 전격 발표한뒤 그 파장이 어디까지 갈지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물론 국제사회에 놀라움과 아쉬움을 동시에 남긴 이번 사건이 북미관계 및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우리 정부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 모두가 신경을 곧추세우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북한외무성은 미국 행정당국의 방해 책동으로 목적지에 가지 못하는 엄중한 사태가 발생했다면서 '도덕을 무시한 날강도적 행위', '강도적이고 파렴치한 행위' 등 미국을 맹렬히 비난했다. 더불어 미국에 공식사과를 주장했다.

이에 미국은 즉각 외교채널을 통해 '민간항공사에 의한 우발적 사건으로 유감임'을 북한에 전달했고, '재발방지 대책을 찾아보자'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민간항공사의 잘못으로 발생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공식사과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국도 이번 사건이 더 이상 확대되기를 바라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이 7일 밤 클린턴 미대통령과의 정상화담에서 미국측이 북한측을 납득시키고 원만한 해법을 마련해 줄 것을 요청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북미간 및 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김대중 대통령의 '몹시 아쉽고 안타깝다'는 심경 토로가 전해지는데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관계 개선을 전세계에 알리려던 정부의 계획이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북한이 이번 회의에 참석한다면 서방국가에 이미지를 개선하는데 좋은 기회가 될것으로 기대되었다.

북한이 이번 사건으로 남북관계에 영향이 없을 것으로 알려 옴으로써 남북관계에 대해 악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우발적인 절차상의 해프닝'으로 보고 확대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북미간의 불협화음으로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 일정에 차질이 발생될 수도 있고 정부의 대북정책에 약간의 수정이 필요할 지도 모른다.

김영남위원장의 방미 취소에 대한 여러 가지 전혀 다른 시각의 분석과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그 첫째는 현상 그대로 사건을 보자는 경향이다. 일반적인 시각으로서 항공사측이 국가원수의 탑승을 모르고 '테러지원국' 검색 규정에 따른 관례적인 검색이었다는 것이다. 외교관례상 미국정부의 불성실로 인한 과실로 판단하고 북미관계가 크게 악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겨레>는 미국이 북한의 불필요한 오해를 없애기 위해 사건에 대한 정확한 설명과 공식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으론 북한 외교정책의 '예측불가성'을 또다시 보여줌으로써 국제적 이미지 제고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반응도 대두되고 있다.

두 번째로 미국의 실수(?)를 기회삼아 북한이 테러지원국 해제를 요구하려는 적극적인 외교전략의 일환이라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북한이 고의적으로 유도해냈다는 해석부터 고의성 보다는 북한의 적극적인 전략의 측면을 강조하는 견해까지 혼재되어 있다.

<중앙>은 외교소식통의 말을 인용 북한이 테러지원국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취해지는 외교전략일수도 있다는 해석을 제기했고, <조선>도 통일부 당국자의 '북미간에 진행중인 고위급, 미사일, 테러, 미군 유해 송환회담 등을 지연시키는 방안일 수 있다'는 분석을 제기했다.

또한 <일본, 아사히>는 미국의 적성국 목록에서 제외하도록 압력을 넣으려는 북한의 의도일수도 있다고 분석했고, <독일, 프랑크프르터 룬트샤우>도 북한의 고의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셋째로 '미국의 음모론'도 조심스럽게 대두된다. 미국이 남북관계의 급속한 진전을 겉으로는 환영하면서도 속으로는 부담스럽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동아-김학준 칼럼>은 김영남 방미 취소에 대해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추론하면서 증거는 없지만 남북이 평화공존, 화해협력의 길로 들어설 때 미국의 통제력이 부분적으로 상실될 가능성을 경계한 미국의 음모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진상파악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조선>은 남한측의 성급한 대북 접근에 제동을 걸기 위한 미국의 기술적 태클이란 분석도 있다고 소개했다. 이는 보수적 관점에서 급진전되는 남북관계에 대한 우려감의 표현이라고 판단된다.

미국의 목적 의식적 행동이라는 추측은 남북관계 진전을 둘러싼 주변 강대국간의 역사적, 현실적 관계를 바탕으로 한 추론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만에 하나 미국의 음모론이 설득력을 얻어 간다면 남북관계 및 북미관계는 걷잡을 수 없이 급변할 수도 있다.

물론, 대체로 미국이 적극 해명하고 있으며 북한도 미국의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더 이상의 이렇다할 행동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북미관계가 더 이상 악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아직은 지배적이다. 그러나 이 문제가 꼬이기 시작하면 그 가장 큰 타격은 우리가 입게된 다고 할 때 우리 정부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사건의 진상을 확인하고 북미관계를 복원시키기 위해 노력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북미 관계를 잘 중재해 낸다면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위상이 더욱 높아질 것이며 남북, 미북관계에서 우리의 주도성을 높여 나가는 계기가 될 수 도 있을 것이다.

한편, 한나라당, 자민련, 민주노동당 등 야당이 일제히 미국의 지나친 처사를 비판하고 나서 주목되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 권철현 대변인은 논평에서 '미국측의 행동이 지나쳤다고 생각된다'며 유감을 표명하면서, '문제가 빨리 해결돼 모처럼 조성된 북미, 남북관계가 악화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의 '반북 이미지' 탈피 움직임을 엿볼 수 있다.

kimys67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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