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8일 오후 2시부터 자정까지 열리는 워크샵에서 여당 지도부로서 정국운영의 해법을 내놓을 수 있을지...추석 민심이 예사롭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여야 의원들이 추석연휴 동안 귀향활동 통해 공감한 것이기에 대치정국에 변화를 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감을 갖게 했다.

그러나 여야 지도부는 추석 후에도 변화된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않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국회법에 따라 해결'이라는 종래의 등원 촉구를 반복했고, 한나라당은 오는 21일 부산집회를 시작으로 장외집회의 강도를 더욱 높인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추석민심에 대한 아전인수식 해석이다.

민심의 흐름을 객관적으로 읽고 있는 여야 소장파의원들이 지도부를 비판하면서 정국 정상화를 촉구하는 대국민 성명서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이마저 지도부의 제지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여야 지도부의 결단만을 기다리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한나라당은 21일 부산을 시작으로 계속해서 대구, 대전으로 장외집회를 추진할 계획이며, 더욱이 국정원장 문제 및 통일비용 문제 등 대북정책 추진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며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잘잘못을 많고 적음을 떠나 결국은 여당인 민주당 지도부의 결단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이런 위기감의 반영인 듯 14일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가 예상외로 길어졌고, 의약분업 문제, 한빛은행 불법 대출 의혹 문제, 야당의 장외투쟁 대책 등 국정난맥상에 대한 폭넓은 난상토론이 이루어졌다. 몇몇 최고위원들은 전향적인 해결방안을 언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서도 한나라당의 장외집회 중단과 국회복귀를 거듭 촉구했을 뿐 구체적인 협상카드를 내놓지 못했다.

이날 결론을 못 낸 사안들에 대해 18일 있을 최고위원회가 오후 2시부터 자정까지 10시간에 걸친 워크샵을 통해 계속 논의할 것으로 알려져 무언가 해답이 나오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갖게 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 내부에서는 최고위원회가 새로운 대안을 내놓을 수 없을 것이라는 비관론이 우세한 상태다.

최고위원회의는 12명의 최고위원들이 돌아가며 10분 정도씩 자기 정견을 발표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찬반토론도 없고 때문에 어떤 합의도 이끌어 내지 못한다. 물론 총재와 협의하는 정도의 권한 밖에 없는 근본적인 위상에도 문제가 있다.

대통령과의 관계를 보자면 청와대 주례 당무보고 자리는 당6역이 참가하고, 대통령과 최고위원들간의 회의는 겨우 한달에 한번만 마련돼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집권당의 지도부가 아니라 대통령의 참모조직의 하나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당내에서 나오고 있다.

한달 가까운 경선을 통해 많은 자금과 당력을 소비하고 언론의 지면을 할애 받으며 뽑힌 최고위원회의 현실이 이렇다. 경선과정에서 직언을 하겠다, 소신있게 하겠다고 당원과 국민에게 한 약속은 물거품이 되고 있다.

민주당의 막힌 물꼬를 트고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김대중 대통령이 최고위원들이 지도부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조건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되지만 최고위원들 스스로도 그 책임을 면할 수가 없다.

그렇기에 이번 워크샵은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중대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10시간을 토론하고도 나름의 해법을 내놓지 못한다면 최고위원회의 역할에 대한 심각한 회의론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강한 여당을 만들겠다고 힘차게 외치며 출범한지 한달도 안되어서 국민들로부터 잊혀지고 당원들로부터 외면당할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결국 공은 완전히 김대중 대통령에게 넘어 갈 것이다. 과연 최고위원회가 어느 길로 들어서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200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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