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막히는 대치정국에서 한 가닥 기대를 모으던 여야 소장파의원들의 의거(?)는 일단 무산되었다. 지도부의 압력때문인가 아니면 내부의 의견 불일치 때문인가?

숨막히는 여야대치 정국에서 한 가닥 기대를 모으던 여야 소장파의원들의 의거(?)는 일단 무산되었다. 지도부의 압력과 내부의 의견 불일치가 그 원인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어떤 것이 보다 핵심적인 이유일까? 결국 이들도 지도부의 압력에 굴복하고 만 것인가? 아니면 그들마저도 당을 초월하여 합의를 이끌어 내기가 어려웠던 것일까?

야야의 지도부들이 강한 압력을 행사한 것은 사실임이 확인된다. 그러나 공동행동에 참여하려던 의원들이 그 정도의 압력을 사전에 예상치 못했을 리가 없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결국 외압이 힘을 발휘할 수 있었던 내인이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여야 소장파 의원들의 이런 움직임은 지난 주 목요일인 7일부터 시작되었다. 당시에는 여야 모두 5명 정도의 의원들이 행동을 모색했다. 민주당에서는 김태홍, 정범구, 장성민, 김성호, 이호웅의원 등이 한나라당에서는 김원웅, 원희룡, 심규철, 정병국, 안영근, 오세훈의원 등이 논의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때는 특검제를 문안에 넣자는 주장에 여당의원들도 긍정적이었다고 전해진다. 추석 전에 결행하자는 합의도 있었다.

문제는 8일(금요일)의 모임에서 여야 각 10명 정도로 참여의 범위를 확대하기로 하면서 발생한다. 새로이 참여하려는 여당 의원들이 특검제 문제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 전해졌다. 더욱이 이 자리에서 여당의 한 의원이 '여야지도부 사퇴'를 넣자고 주장하면서 당장의 합의가 불가능해지게 된다. 결국 추석 이후로 계획이 연기되고 만다.

추석 연휴 중이던 11일(월요일)에 다시 8명이 모였다. 이때 4.13부정선거조사문제는 국정 조사로 한빛은행불법대출 문제는 특검제로 나누어 대안을 제시하자는 잠정적 합의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성명의 발표시기도 13일 오후 국회 귀빈 식당으로 결정했다.

연휴 말미인 13일부터 양당의 지도부의 회유와 압력이 본격화되었다. 기자회견이 14일 오전10시로 미루어지고 9시에 민주당 측 참석의원들의 사전 모임이 있었다. 이 모임에서 논의 끝에 공동성명 추진 중단을 결정했고 10시 기자회견장에는 한나라당의 안영근 의원과 김원웅 의원만 기다리다가 돌아가고 말았다.

결국 참여 의원의 범위를 넓히는 과정에서 이견이 발생하고 이에 따라 추석전이란 시기를 놓친 것이 우선적인 원인이라는 것이 당초 이를 추진했던 의원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소장파들을 더욱 곤혹스럽게 만든 것은 '여야 지도부 사퇴론'이었다. 도대체 여당의 지도부는 어디까지이고 야당의 지도부는 어디까지인가 하는 것이다.

한나라당 측에서는 '(김대중 총재가 아닌) 서영훈 대표와 이회창 총재'를 사퇴하라고 하는 것은 형평에도 맞지 않고 더욱이 경선에서 뽑힌 이회창 총재의 사퇴 주장은 불가하다는 입장를 보였다. 나아가 이런 실현 불가능한 주장을 하는 것은 결국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발생하게 된다. 즉 여야 소장의원들의 움직임을 당내 권력투쟁에 활용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마저 나오게 된다.

이는 한나라당 지도부의 '민주당내 특정 실세와 친한 사람들의 부화뇌동에 놀아나지 말라'는 회유가 야당측 의원들에게 먹혀드는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민주당측 참여의원들에게도 부담스러운 상황이 되어 버린다. 지도부의 압력이 결정적인 이유였지만 그것이 먹혀들 수 있는 여지가 추진 주체 내부에 있었던 것이다.

초기에 이를 추진했던 대부분의 여야의원들은 아직도 재결행의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고 그들의 출발의지는 순수했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조만 간에 여야가 타개책을 만들어 내지 못하면 다시 움직일 공산이 크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미 여야 공동행동은 물 건너갔고 각 당 내부에서의 독자적인 행보가 시작되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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