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미중 후지모리 '정계은퇴 시사' 소식을 전해들은 톨레도는 17일 발빠르게 '과도정부 구성'과 야권 통합을 촉구하고 귀국하면서...

방미중 후지모리 '정계은퇴 시사' 소식을 전해들은 톨레도는 17일 발빠르게 '과도정부 구성'과 야권 통합을 촉구하고 귀국하면서 정권교체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페루 야당 당수 톨레도가 다시 세인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야당인 '페루의 가능성(페루 파서블)' 당수인 톨레도는 지난 4월 대선 1차선거에서 나타난 선거부정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채 결선투표가 진행되는 것에 불복, 경선불참을 선언하면서 결과적으로 후지모리의 3선 연임을 도운 꼴이 됐다.
지난 7월 멕시코를 방문한 톨레도는 '선거부정으로 당선된 후지모리 정부는 정권을 2년이상 이끌어 가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선언, 결과적으로 이번 사건을 예견한 셈이 돼 높은 식견과 안목을 갖춘 정치인으로 다시 주목을 받았다.
지난 95년 대선에 처음 출마해 낙선경력을 가진 톨레도는 인디오계 원주민 출신의 경제학자이다.
올해 55세로 '촐로 엑시토스(성공한 혼혈인디오)'로도 불리는 톨레도는 페루 바닷가 인디오 마을의 한 빈민 가정에서 16남매 가운데 9번째로 태어났다.
옥수수빵으로 연명하면서 구두닦이 생활을 거쳐 주경야독을 거듭한 끝에 페루의 산프란시스코 대학에 입학, 경제학을 전공한 뒤 미국 스탠포드대학에서 장학금으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따낸 입지전적인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톨레도는 스탠포드 시절 중남미 원주민를 공부하던 프랑스계 유대인 여성 엘리안카프를 만나 결혼한 뒤 하버드대 교환교수로 잠시 재직하다 워싱턴 소재 세계은행의 관리를 지내기도 했다.
페루 유권자들은 구두닦이에서 스탠포드대 경제학자로 변신하기까지의 인생역정이 남다를 뿐만 아니라 잉키문명의 영광을 재현시킬 수 있는 인디오계 혼혈이라는 점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 또한 3선이 가능하도록 개헌한 뒤 대선에 나선 후지모리 대통령이 당선을 위해 비리를 저질러 민심이 이탈한 탓이기도 했다.

페루 원주만 출신으로 지난 대선에 후보로 나선 알레한드로 톨레도 후보(왼쪽)가 유세도중 장미에 입맞춤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부인 엘리안 카프
그러나 '성공한 원주민'이라는 찬사와 함께 '외모와 혈통만을 앞세운 인기주의자'라는 기득권층의 비판도 만만치 않아 대선에서 예상했던 것 만큼의 표를 얻지는 못했다.
그러기에 톨레도는 기업인과 정치인 등 기득권층의 반발을 의식, '인간의 얼굴을 가진 자본주의'를 강조하면서 빈민층과 보수우익 계층을 두루 달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