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총재 대선자금 테이프 설이 정치권에 큰 파장을 몰고 올 가능성이 크다. 과연 여권에 득이 될까, 실이 될까?박지원 전 장관은 20일 장관직 사퇴의사를 밝힌 기자회견 자리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대선자금 관련 녹음테이프' 문제를 거론해 그 진위여부와 발언의도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 전 장관은 "항간에 박 장관이 한나라당 대선자금에 대한 녹음테이프를 갖고 있어서 한나라당으로부터 집중적인 공격을 받고 있다는 설도 있다"는 기자의 질문에 "그런 얘기를 할 자리가 아니다"면서도, "내가 자료를 갖고 있지 않다"고 이회창 총재의 대선자금 테이프의 존재 가능성을 암시함으로써 정치권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과연 그런 테이프가 있는가? 있다면 어떤 내용인가? 또 왜 사퇴를 발표하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밝혔는가? 이 테이프가 존재하며 그 내용이 세상에 밝혀진다면 정치권에 엄청난 파장이 일어날 것은 분명하고, 정치구조에 거대한 지각변동도 가져올 중차대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한나라당은 이에 즉각 반박 논평에서 "한나라당은 대선자금에서 한치의 부끄러움도 없다면서, 박 전 장관이 사퇴하면서까지 야당 총재를 음해하는 치졸한 태도를 보인다"고 비난했다. 이총재도 부산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무슨 엉터리 공작을 하려고 하느냐, 있으면 지난 3년 동안 이용하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하면서 "있으면 제발 내놓으라고"도 했다.

박 전 장관의 발언은 당분간 정치권에 큰 파장을 일으킬 것은 분명하다. 한나라당 일부에서는 '박 전 장관이 엉뚱한 루머를 퍼뜨려 자신에 대한 공격을 차단하기 위한 계산된 발언'으로 해석하면서 큰 의미를 두지 않고 가볍게 치부하는 경향도 있다.

그러나 야당 일각에서는 '여권 반격의 신호탄'으로 해석하면서 "미국에 도피중인 이석희 전 국세청장을 입국시켜 제2의 세풍을 일으키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일부 언론은 박 전 장관이 평소 지인들에게 테이프의 존재사실을 자주 말했던 것으로 알려졌고, "녹음테이프 내용은 모르지만 존재한다는 얘기는 들은 적은 있다" 는 김옥두 사무총장의 말을 전했다. 또한 지난 4.13 총선 때 이런 소문이 나돌자 "2002년 대선국면 등 보다 결정적일 때 사용하기 위해 민주당 당직자들에게 함구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며 녹음테이프가 존재한다는 민주당내 소문을 소개하면서 테이프의 존재에 무게를 싣기도 했다.

그러나 진위 여부를 떠나 박 전 장관이 사퇴 기자회견에서 뚜렷한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야당 총재의 대선비리설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비판적인 의견이 많다. 정치 도의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정국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꼬인 정국을 풀기 위해 사퇴하는 자리에서 정국 수습책 마련을 고심하는 여당의 운신의 폭을 더욱 좁게 할 가능성도 많다는 것이다.

여하튼 이 문제가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지 관심이다. 민주당이 이총재 대선비리설에 대한 근거를 가지고 공격으로 전환할지, 아니면 여권이 또 한번의 말실수로 끝낼지.
정치권은 더욱더 한치 앞도 안 보이는 시계 제로의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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