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민심 동향을 주시하면서 물밑접촉을 시도하는 등 여야대타협을 조심스럽게 모색하고 있지만 돌출변수도 만만치 않아 국회 정상화 여부가 주목되는데

야, 겉으로는 강경노선 고수. 타협 가능성도 모색
한나라당은 21일 부산역 집회가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하면서, 여전히 한빛은행 불법대출사건에 대한 특별검사제 실시를 정국 정상화의 선행요건으로 강력하게 제기하고 있다. 아직 대구집회 계획을 구체적으로 내놓지는 않고 있지만 여권이 특검제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대구집회도 강행할 방침임을 밝혔다.

그러나 한나라당도 국회 정상화에 대한 부담감이 커지고 있는 상태. 경제위기감 고조에 따른 민생법안 외면에 대한 여론의 압박이 그것이다. 또한 박근혜 부총재는 '조속한 국회 등원'을 공개적으로 제기하고 있으며, 김덕룡 의원도 타협론을 제기하고 있는 상태다. 두 의원은 부산집회에도 참석하지 않았으며, 박관용, 손학규 의원과 4자 회동을 갖고 '장외집회 중지와 국회 등원'을 촉구하기도 했다. 더불어 남경필 의원은 '조속한 타협을 통한 국회정상화를 주문'하는 초·재선의원들의 목소리를 이 총재에게 건의했다고 말했다.

박 전 장관이 사퇴했고, 여당이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서고 있으므로 '국정조사후 만족스럽지 않을 때 특검제 실시'를 약속 받고 국회를 정상화 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점차 확산되는 상황이다. 여당이 독자적으로 추진한 국회 상임위 간담회 중 정무위에 2명의 한나라당 의원이 참여한 것도 한나라당의 고심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렇게 내부에서 타협론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지만 이 총재는 특검제를 고수하고 있다. 김기배 사무총장은 "특검제가 안되면 장외투쟁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는 강경론을 계속 피력한다. '있지도 않은' 대선자금 테이프를 부각시키고 사직동팀 항의방문과 관련해 의원 12명을 입건하는 등 여권이 전혀 성의를 보이고 있지 않다는 이유다.

상황을 종합해 볼 때 한나라당이 강경투쟁만 고수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부산집회 이후의 여론 흐름에 따라 대구집회 강행이냐 등원을 위한 수순을 밟느냐가 결정될 것으로 판단된다.

여, 특검제 불가 입장 속 타협책을 고심
김대중 대통령은 '특검제 불가' 입장을 다시 밝혔다. 그러나 중앙일보와의 회견에서 어느정도 변화된 발언도 있었다. "특검제가 필요하면 국회에서 얘기하면 되고, 나는 이 문제에 대해서 꼭 '무엇을 해라, 무엇은 안 된다'는 주장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여야가 국회 정상화를 전제로 한다면 특검제를 논의하는 것에 대해서는 간섭하지 않겠다'는 말로 해석될 수 있다. 더불어 대통령이 영수회담을 추진중이라고 밝혔는데, '국회정상화 합의 후'라는 단서를 붙이고 있다.

민주당은 박 전 장관 사퇴 이후 본격적인 협상준비에 들어간 상태다. 협상 대표단에 김근태 최고위원을 추가 포함시켜 박상천, 정대철, 김근태 최고위원과 정균환 총무 등 4인을 협상 대표로 확정했다. 그리고 서영훈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의 협의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협상단에 '전권을 위임하다'고 밝혔다. 국정조사를 통해 만족할 수 없으면 특검제도 추진할 수 있다는 약속까지 협상단에 재량권을 주는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야당을 압박하는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지난 20일부터 민생관련 국회 상임위 간담회를 여당 단독으로 잇달아 열고 있다. 또한 당 내부로부터도 제기됐던 동교동계 지도부 교체에도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상태다. 이 와중에 21일 김옥두 사무총장이 '이회창 총재 사퇴론'을 들고 나왔다.

적극적인 중진협상 추진과 더불어 단독 상임위 강행으로 야당을 압박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민주당도 한빛은행 불법대출 관련 재수사 결과에 따라 대야 전략이 크게 변할 가능성이 높다.

이운영씨가 검찰에 연행됨으로써 한빛은행 불법대출 사건과 보증 외압 사건에 대한 검찰의 재수사도 급피치를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의 재수사 결과에 따라 정국흐름의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검찰수사가 지지부진할 때 시민사회단체가 들고 일어설 가능성도 보인다. 무엇보다 국민이 납득할 만한 수사의지와 결과를 보여주느냐가 문제다.

여야가 조만간 국회정상화를 이룰 가능성은?
한나라당은 기존 강경론을 고수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주말,주초를 전후해 여권과의 물밑접촉을 가져 여권의 의사를 타진하고 당론을 결정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일련의 흐름 속에서 24일 방영될 이회창 총재의 KBS 대담 내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희태 부총재가 "민주당이 국정조사 결과나 검찰수사가 만족스럽지 않을 때 특검제 수용을 약속한다면 타협의 여지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보아, '국정조사 후 여야 합의로 특검제 추진 가능'을 약속하고, 선거실사 개입의혹에 대한 국정조사, 국회 날치기에 대한 (김대중 대통령이 아니더라도)서영훈 대표의 사과 등이 가시화되면 한나라당이 등원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또한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당직개편으로 성의를 보여주기를 원하고 있다. 그동안의 여야 갈등은 동교동 강경파의 책임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야당으로서는 당직개편에서 이들을 2선으로 후퇴시키는 성의를 보여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여하튼 여야가 정국정상화를 위한 암중 모색기에 접어든 것으로 판단된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국면전환이 필요한 시기임에는 틀림없다. 앞으로 4-5일 안이 정국변화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정부가 이운영씨 수사에서 진실을 규명할 의지를 보여주고 여야가 한발씩 타협한다면 국회 정상화가 의외로 빠르게 이루어 질 수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 엄호성 의원이 이운영씨 정치권 배후인물로 밝혀지면서 여권이 발끈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다시 강경노선으로 돌아서거나, 이운영씨 사건 수사가 국민을 납득 시키지 못할 때 여야 대치는 장기화되고 정국은 다시 큰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릴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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