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등원 여론이 높아지면서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에게 선택을 강요하고 있는 정황. 이 총재가 내주 초 전격 등원을 선언할 가능성이 높은데...

한나라당은 지난 29일 대구집회에 20만 군중이 운집하는 등 그 어느 때보다 성공적인 집회였다고 자평한 반면, 경찰은 약 2만 여명이 모인 것으로 발표했다. 대구집회에 참여한 군중 수를 놓고 여야가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국회 등원 여부를 놓고 여야가 막판 힘 겨루기에서 밀리지 않으려는 신경전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데, 대체로 대구집회 군중은 5만 정도라는 것이 언론의 중평이다.

민주당은 즉각 "한나라당의 대구 집회는 전국의 당원을 동원한 '장외 전당대회'에 불과했다"고 평가절하 하면서, 무조건 등원을 촉구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성명을 통해 "20만 군중의 분노와 절규를 듣고, 폭발 일보직전에 까지 다다른 민심의 소재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면서, "무능한 독재정권을 바로잡기 위해 더욱 강력한 투쟁을 강구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나 대구집회로 장외 투쟁력은 거의 다 소진된 상태고, 여론의 등원론은 강해지면서 한나라당은 고민에 빠졌다. 뚜렷한 가시적 성과 없이 등원하기도 어렵고, 더 이상 국회를 외면할 수도 없는 상태다. 이 총재는 주말과 휴일 동안 당내외 여론수렴에 진력하면서, 내주 초 총재단회의와 의원총회를 통해 당론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현재로선 강온양론이 혼재되어 있는 상태다. 이 총재 주재로 30일 열린 주요 당직자회의는 강경투쟁론이 주류를 이뤘다. 반면, 권철현 대변인은 "이제 당내부의 80% 정도가 등원쪽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등원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내주 초 이 총재의 고민의 결과가 어떤 방향으로 결론 날지 주목된다.

김대중 대통령이 무조건적인 총재회담을 수락하지 않을 것으로 확인되고, 장외투쟁을 오래 끌면 끌수록 한나라당에게 여론의 비난이 쏠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더불어 정기국회를 한없이 미루다가는 국정감사를 하지도 못하고 정기국회를 마감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도 있다. 정황은 이 총재의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는 평이다. 이런 점에서 내주 초 이 총재가 국회 등원론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이런 미묘한 상황을 돌파하는 방안으로 일방적인 등원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 총재는 여야 총재회담 요구를 철회하거나, 이와는 별도로 전격 등원할 가능성이 있다. 한나라당은 쟁점으로 남아있는 사안들에 대한 여론의 추이를 봐가면서 국회내 투쟁과 장외투쟁을 병행하면서 운신의 폭을 넓혀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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