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노동당 창건 55돐에 남한의 30개 정부·정당·단체에 참석해 줄 것을 초청했지만 성사는 어려울 듯 하다. 변화된 북한 초청장 내용과 각 정당과 단체의 반응은...

좌측사진은 북한이 3일 판문점을 통해 남한의 정당, 단체, 각계 인사에게 보낸, 노동당 창건 55주년 기념행사 초청장
이 편지에는 '북남관계가 력사적인 평양상봉과 6.15공동선언에 따라 화해와 협력의 새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때에 남측의 각계인사들이 평양을 방문하여 함께 이 명절을 쇤다면 온 겨레에게 커다란 기쁨을 주고 조국통일에 대한 새로운 희망을 안겨 주게 될 것'이니 "어떤 자격으로 오든 환영할 것"이라며 평양방문을 제안해 왔다.
그러나 남쪽의 대부분 분위기는 초청에 응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환영한다"는 뜻을 밝힌 단체는 범민족연합남측본부, 한국노총, 민족예술인총연합등 3곳이며,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민주노총, 전국농민총연합, 경실련 등 4곳은 "현재로선 긍정도 부정도 아니다"고 밝혔다.
또 전경련,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불교종교단협의회,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원불교 등도 부정적 분위기가 강하다.
정당은 민주노동당을 제외하곤 대부분 부정적 입장이다.
민주당은 '국회 정상화'등의 이유을 걸고 완곡한 거절의사를 표하고 있고, 한나라당은 '북한의도 불순하다'는 대변인 논평에서 " 공산주의자들이 금과옥조처럼 떠받드는 소위 '통일전선전략'의 일환임이 틀림없다. 남북화해를 위한 순수한 몸짓보다는 남한내 국론을 분열시키고 이념갈등을 부채질하기 위한 불순한 의도에서 기인한 것."이라며 정면으로 거부하였다.
자민련 역시 '통일전선전략'의 일환으로 보며 "남북 당국차원에선 몰라도 정당·단체차원의 교류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노동당은 "7월 남북사회단체 간 연석회의를 주장한 바 있어 긍정적으로 수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청와대 비서실이나 국무조정실등 정부 역시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치적 주장담지 않은 초청, 정부 신중한 검토도
북한은 1995∼98년에는 해마다 유사한 제의를 해왔다. 그러나 이번 제안에는 과거 제안과 다른 점이 눈에 띈다.
지난해 2월 북한은「정부∼정당단체 연합회의」명의로 '고위급정치회담'을 제의하며 '외세배격 군사연습 중지'등 남쪽으로선 받아들이기 어려운 예민한 전제조건을 달았으나 이번 초청에는 정치적 주장을 담지 않았다.
또 '고위급 정치회담'에서는 무려 150명, 1998년에는 70명, 1996년에는 89명에게 편지를 보냈으나 이번에는 30명으로 줄었고 개인을 지명하던 것과 달리 정부·정당·단체명만을 거론하고 초청 자격도 거론하지 않았다.
또 지난해까지 쓰던 '연합회의'명칭을 이번에는 '합동회의'로 바꿨다. 이는 '연합·연석회의'가 북한의 통일전선 전술이라는 남쪽의 부정적 인상을 지우려는 의도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내 정당·단체들은 대부분 남북화해교류에는 찬성하지만 '행사의 성격''촉박한 시간''다른 단체들과의 보조''국회 정상화'등의 이유로 초청에 수락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번 초청에 응하지 않는 것이 6.15 공동선언의 님북화해 취지를 희석시키지 않기위해서 '무조건 불허'가 아닌 '분리대응'의 여지를 열어 놓겠다는 입장이다. 국가보안법 문제가 걸려있지 않고 방북을 원하는 정당·단체에 대한 허용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 범민련 남쪽본부나 한총련등의 방북은 불허할 전망이다.
[북한 초청장을 받은 30개 정당·단체]
▲정부(2); 청와대 비서실, 국무조정실
▲정당(6); 새천년민주당, 한나라당, 자유민주연합, 민주노동당, 희망의 한국신당
▲사회단체(15); 민주주의민족통일 전국연합, 조국통일 범민족연합 남측본부, 전국 민주노동조합 총연맹, 한국노동조합 총연맹,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전국농민회총연맹, 한국대학 총학생회연합, 한국민족예술인 총연합, 여성단체연합,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참여연대, 경제정의실천 시민연합, 환경운동연합, 언론개혁 시민연대, 전국 경제인연합회
▲종교단체(7); 불교종단협의회, 원불교, 한국기독교 총연합회, 성균관,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천도교 중앙총본부, 대종교
[북측편지 전문]
남측의 각 정당,단체들과 개별인사들에게 보내는 편지
오는 10월 10일은 조선로동당창건 55돐이 되는 뜻깊은 날입니다.
이 날을 맞으며 우리 인민들은 조선로동당의 령도밑에 자주적인 새 생활을 창조하여 온 지난 55년동안의 자랑찬 력사를 감회깊이 돌이켜 보면서 10월의 명절을 성대히 경축하고 있습니다.
지금 평양시를 비롯한 온 나라는 경축 분위기로 끓어 번지고 있습니다.
북남관계가 력사적인 평양상봉과 6.15공동선언에 따라 화해와 협력의 새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때에 남측의 각계인사들이 평양을 방문하여 함께 이 명절을 쇤다면 온 겨레에게 커다란 기쁨을 주고 조국통일에 대한 새로운 희망을 안겨 주게 될 것입니다.
동족의 경사를 함께 맞고 즐겁게 쇠는 것은 조상전래의 미풍량속과 전통에 비추어 보아도 좋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뜻에서 조선로동당 창건 55돐에 즈음하여 남측의 여러 정당,단체들과 명망있는 각계인사들을 평양에 초청하는 바입니다.
우리는 남측의 인사들이 어떤 자격으로 오든 환영하며 따뜻이 환대할 것입니다.
평양방문경로는 남측에서 비행기를 내여 직접 오거나 그것이 어렵다면 우리가 비행기를 보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편의상 제3국을 거쳐와도 무방할 것입니다.
우리의 초청에 긍정적인 호응이 있기를 기대합니다.
주체 89(2000)년 9월 29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정당,단체 합동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