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는 안기부 자금으로 기정 사실화하는 보도자세를 취하고 있는 반면, 대부분의 언론은 안기부 자금 유입 가능성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그 쟁점을 살펴본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경남종금 세탁자금이 정치권으로 유입된 협의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구 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소유로 보이는 계좌를 거친 단서를 포착, 안기부 자금이 당시 여당인 신한국당에 제공됐는지 여부에 대해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수사가 사실로 밝혀질 땐 정치권에 일대 파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여권의 음모냐, 검찰의 우연한 단서 포착이냐

2개월이 넘는 여야 대치정국이 대화국면으로 돌아서고 여야 영수회담을 통해 국회정상화를 꾀하고 있는 시점에서 정치권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한나라당은 즉각 논평을 내고 "한빛은행 박지원게이트, 16대총선 당시 민주당의 막대한 총선자금 살포 의혹을 희석시키기 위한 음모"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황명수 전의원(현 민주당 고문)과 당시 신한국당 사무총장이던 강삼재 한나라당 부총재는 "모르는 사실이고 안기부 돈을 받은 적 없다"고 밝혔다.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당사자들은 아직까지 자신과 무관함을 애써 강조하고 있다.

반면, 여권은 여야 영수회담에 악영향을 미치지나 않을까 우려하면서 "검찰이 내역을 철저히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은 검찰의 경부고속철도 차량선정 비리의혹 수사과정에서 '우연히 포착된 뭉칫돈'으로 판단하면서 검찰의 수사과정을 지켜보자는 입장. 김옥두 사무총장은 "야당은 검찰이 수사만 하면 탄압이라고 하는데, 나도 오늘 신문보고 이 사건을 알았다"며 검찰수사와 무관함을 강조했다.

검찰수사가 끝나봐야 알 수 있겠지만 영수회담을 위한 여야합의가 본격 추진되고 있는 시기라는 점. 특검제가 발동될 경우 다시 한번 검찰의 권위가 땅에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 등을 들어 여권 및 검찰의 음모론도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나라당 일부에서는 "여권이 10월 13일 이후 대야 공세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좀더 일찍 현실로 나타났다"며 여권의 음모론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여의도 주변에는 이미 오래전부터 '야당 10월대란설'이 회자되기도 했다.

과연 실체가 있는 사실인가? 아니면 설로 끝나는가?

아직까지 검찰의 사실확인 내용은 밝혀지지 않은 상태. "구안기부에서 정치권으로 유입된 자금이라는 설", "프랑스 알스톰사의 로비자금이라는 설", 제3의 자금일 가능성" 등 다양한 추측이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대체로 알스톰사의 로비자금으로서는 너무 큰 액수고, 구안기부의 모계좌가 포착됐다는 검찰측의 발언을 근거로 안기부에서 정치권으로 유입된 자금쪽으로 무게를 싣고 있다.

만약 구안기부 자금일 경우, 과거 정권에서 안기부가 대통령의 통치자금을 관리해 왔던 전례나, 안기부 예산이 기밀사안이라는 점으로 보아 안기부 예산으로 추론할 수도 있다. 또한 세풍사건 처럼 구안기부가 기업 등 외부에서 정치자금으로 조달한 자금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안기부 예산 중 일부를 통치자금으로 사용했다는 관례처럼 구안기부 예산이 정치권으로 유입됐다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국기문란 사건'으로 정치권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올 것이다. 여야는 물론 YS에게 까지 미치는 태풍의 파급력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이다.

검찰수사, 의혹없이 밝혀낼 것인가?

검찰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일부 수사내용이 일부 언론에 유출되면서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데, 검찰수사가 사실로 밝혀지면 당사자의 처벌 여부를 떠나 정치권은 큰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이 의욕적으로 계좌추적을 하고 있으나 고민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이 정치쟁점화 할 경우 자칫 정국걸림돌로 검찰이 덤터기를 쓸 가능성이 높고, 정치자금 성격상 대가성 입증이 어렵다는 것이다. 안기부 자금으로 밝혀질 땐 정치적 파장은 크겠지만 권영해 전 안기부장 등 당시 안기부 간부들을 안기부법 위반죄로 처벌할 수 있을 뿐이라는 사실이다.

더불어 계좌추적이 복잡해 수사가 장기화되면서 정치권의 저항을 검찰이 어떤 식으로 막아낼지 의문이다. 역사적으로 과거 권력이든 현 권력이든 권력이 개입된 정치자금을 끝까지 추적 수사했던 경험이 없다는 점에서 검찰수사가 제대로 될 것인가도 의문이다.

현재 검찰은 뜻하지 않게 수사내용이 언론에 보도됐지만 철저히 수사한다는 의욕을 강하게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수사가 어떤 식으로 끝을 맺을지, 사실로 드러나면 정치권에 미칠 파장이 어느 정도일지 정치권이 긴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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