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미국이 50년간의 불신과 대립의 벽을 허물고 서로 협력관계의 길로 들어섰다. 한반도를 중심으로한 동북아 정세는 급변하고 있다.

'북-미 공동성명' 주요내용
-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방북을 위한 사전 준비를 위해 가까운 시일 안에 미국무장관 방북
- 북-미의 전면적 관계 개선을 위해 깊이 있게 검토
- 정전협정을 평화보장체제로의 전환을 위해 4자회담등 다양한 방법 모색
- 양국의 어느 정부에서도 적대적 관계를 종식
- 우호적 경제협조와 교류를 발전시키기 위해 협력
- 무역과 상업 가능성 타진을 위해 조만간 경제무역 전문가 상호방문
- 북-미간 회담이 계속되는 동안 미사일 발사 중지
- 테러반대 국제적 노력 지지
- 한국전쟁 실종미군 유해 발굴에 적극 협조
한국, 북한, 미국에 이로운 윈윈구도 돌입
북한과 미국은 50년간의 불신과 대결을 청산하고 완전한 국교정상화의 절차를 밟는 단계로 확실하게 진입했다.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임기 내에 북한을 방문해 실질적인 북-미 국교정상화를 협의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빠른 시일 내에 방북, 북-미간 수교를 위해 아직 해결하지 못한 쟁점사항들을 재논의 하고 클린턴의 방북 일정을 협의할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전망이다. 일부에서는 고어가 당선되면 클린턴 방북 직후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미국을 방문할 것이라는 관측도 대두되고 있다. 북-미간 국교수립를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음을 알수 있다.
북한은 이번 북-미회담을 통해 실질적인 성과를 얻었다. 북한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빠지고 북-미간에 연락사무소 이상의 외교관이 설치되면 IMF를 비롯한 국제금융기구의 대북 차관 제공이 용이해지기 때문이다. 북한의 경제사정을 크게 호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북-미관계 개선에 자극 받아 식량지원 등을 통해 북-일관계 개선에 적극 나설 가능성도 높아 북한의 경제성장을 위해 이를 적극 활용할 것으로 점쳐진다. 우리 정부도 북-미관계가 진전되면 남북경협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하는 분위기다.
미국의 클린턴 행정부도 북-미관계 개선을 통해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 행사에 유리한 지점을 확보하고, 북한의 미사일·핵문제에 대한 일정정도의 성과를 이룬다면 클린턴의 임기말 업적과 함께 미국 대선에서도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일석 3조의 의미를 가진다. 때문에 클린턴도 북-미관계 개선에 적극성을 띨 것이다.
정부도 북한과 미국의 급속한 관계 진전이 남북관계 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직 넘어야 할 산 많아
대체로 북-미관계 개선이 순조롭게 진전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지만 국교수립까지는 많은 과제가 남아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아직 미사일·핵문제, 테러지원국 해제문제 등에 대해서 양국의 입장 차가 남아있다.
더불어 클린턴 대통령의 남은 임기가 얼마 되지 않아 실질적인 북-미수교 문제는 차기 정부로 넘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북-미수교의 전제로 정전협정이 평화협정 체제로 전화되어야 하지만 아직 당사국들 사이에도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은 상황이다.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방북으로 아직 미타결된 문제에 대해 얼마만큼 간격을 좁힐 수 있느냐가 이후 북-미간 국교수립 시기를 점칠 수 있는 척도가 될 것이다.
정부 내에서도 대북관계 및 북-미관계 등에 대해 낙관론이 우세하나 조심스럽게 접근하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북-미, 남북, 한미관계가 북한의 체제보장 요구와 한반도의 평화체제 수립문제 등을 놓고 3국이 미묘한 갈등구조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한반도 문제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를 보이거나, 기존에 북한이 보였던 미국과의 평화협정 체결을 고집할 때 한반도를 둘러싼 3국의 신경전이 극에 달할 것이기 때문이다.
북-미관계 뿐만 아니라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정세는 대립에서 평화와 화해 체제로 급변하고 있다. 북한이 적극성을 띰으로써 북-미관계는 예상외로 더욱 급속하게 변할 수도 있다. 6.15 남북정상회담으로 급진전됐던 남북관계가 한반도를 중심으로 동북아 전체로 확대됐다. 미국, 중국, 일본이 한반도에 어떤 영향력을 행사하려 할 것인지, 또 북한은 이를 어떻게 이용하려는 전략인지 주시해야 할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