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적이탈 요구가 일축되고 동교동계가 활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권노갑 최고위원의 보폭이 넓어지고 김홍일 의원이 당무위원에 임명되었다.

여권이 '노벨상 이후'의 가닥을 잡은 것 같다. '초당적 국정 운영'의 방향이 아니라 '더 강한 DJ'의 방향으로 나갈 것으로 보인다.

16일 기자와의 간담회에서 김대통령은 당적이탈 요구를 일축했다. 화합의 정치를 펴나가겠다고 했지만 새로운 제안은 없었다. 민주당 박병석 대변인은 당적이탈에 대해 "야당이 먼저 협조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역으로 야당에게 주문했다.

민주당내에도 몇가지 주목할 만한 움직임이 있다. 노벨상 수상을 기점으로 동교동계 실세인 권노갑 최고위원이 언론인에게 자택개방을 검토하는 등 수면 밑에서 부상해 공개적인 활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또 그동안 의식적으로 개인적 의정활동에만 전념해왔던 대통령의 장남 김홍일 의원이 당의 최고의결 기구인 당무위원에 임명됐다.

최고위원들이나 차기 주자들도 '더 강해진 DJ' 앞에 몸을 낮추려는 경향이 보인다. DJ의 낙점이 차기 대권후보 선출과정에서 더욱 결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이다.

이런 모든 징후들은 보다 강해진 대통령의 힘을 가지고 정국을 운영해나가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당내에서도 동교동계의 주도권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좀더 두고 보아야겠지만 이런 일련의 움직임은 노벨상 수상의 경우를 대비해 준비된 프로그램처럼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여권은 이번 노벨상 수상을 계기로 기존의 개혁 정책을 잘 추진 해 나가면 사회갈등이 완화되고 지역감정이 해소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 같다. 그러나 지난 총선 때의 남북정상회담 발표가 오히려 부정적으로 작용했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노벨상 수상 자체만으로는 또 그에 수반되는 몇 가지 조치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간단치 않은 과제들이다.
노벨상을 타고도 정치적 입지가 오히려 축소되었던 정치인이 많았다는 것도 또한 엄연한 역사적 사실이다.

여권은 '당적이탈'을 '야당의 정치 공세'로만 해석하는 것 같다. 또 이는 곧 내치의 실패를 자인하는 것으로 판단하는 것 같다. 사실 야당의 요구에는 그런 전략이 깔려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세간의 '당적 이탈요구'에는 '더 큰 정치에 대한 소망'이 그 저변에 있음을 또한 무시해서는 안될 것이다.

민주당 내에서도 이런 견해가 적지 않게 존재한다. 다만 분위기 때문에 입을 다물고 있는 실정이다. 익명의 한 민주당 중간 당직자는 "대통령과 동교동계가 이런 선입관을 버리려면 여도 야도 아닌 제3의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야당의 한 원외 위원장은 "야당도 정치공세가 아니라는 믿음을 여당과 국민에게 보여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권의 보다 전향적인 사고와 야당의 태도 변화를 여론주도층에서 앞장서 촉구해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노벨상 수상이 독선적 국정운영과 당내 민주화의 역행이라는 역의 결과를 초래하지 않도록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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