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은 국회 재경위에서 정몽헌 회장과 박지원 전 장관에 대한 국감 증인채택을 강력 추진했으나, 막상 표결에서 한나라당 의원 2명이 불참해 부결되고 말았다. 자민련은 이를 두고 한나라당이 '민주당 2중대'라고 성토했다.
'여당 2중대', 자민련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자민련이 한나라당을 두고 '민주당 2중대'라고 강력히 비난하고 나섰다. 국회 재경위원장이 한나라당 최돈웅 의원이고 자민련 이완구 의원도 한나라당을 밀기로 했기 때문에 국정감사 증인채택이 무산되리라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었다.
재경위 증인채택이 부결된 후 뒷말이 무성한 이유는 이렇다. 한나라당이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과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의 국정감사 증인채택을 강력히 주장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표결장소에는 2명이 불참했던 것이다. 자민련은 민주당을 압박하기 위해 한나라당을 밀어 증인채택 문제를 가결시키려 했으나 한나라당으로부터 뒤통수를 맞은 기분일 것이다.
한나라당 나오연 의원은 외유중이라는 이유로 표결에 불참했는데, 왜 다른 의원으로 교체하지 않았는지가 의문이고, 손학규 의원은 국회 주변에 있으면서도 표결에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학규 의원이 "시간에 맞춰 오려고 했으나 차가 막혀 늦게 와보니 표결이 끝났다"고 해명했지만 석연치 않는 부분이다. 또 최돈웅 재경위원장은 부결될 것이 뻔한데도 표결을 강행한 이유는 무엇인지 모호하다. 결국 한나라당 의원 2명이 빠져 10대 10 동수로 부결되고 말았다.
자민련 김종호 총재권한대행은 "말과 행동이 다른 한나라당은 각성해야 한다"고 한나라당을 성토했고, 이양희 총무도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밀실야합이다'고 비판했다. 자민련은 '한나라당은 사쿠라 당이다', '낮에는 야당 밤에는 여당', '민주당의 2중대' 등 한나라당의 이중적 태도를 부각시키려 노력하기도 했다.
기세 좋게 추진하던 한나라당의 정몽헌 회장과 박지원 전 장관 등의 국감 증인채택은 한낱 웃음거리로 끝나고 말았다. 이회창 총재는 '어처구니 없어하며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고 측근들이 전했다. 또 이 총재가 "경제가 관건이다. 지금이라도 증인채택이 가능한 방법을 찾아 보라"고 지시했지만 당내에서는 시큰둥한 반응이다. 또다시 추진한다고 가결되리라는 보장도 없다.
정황으로 보아 최돈웅 재경위원장이나 손학규 의원의 개인적 실수로만 돌릴 수 없는 상황이다. 한나라당 내부적으로 증인채택을 부결시키자는 당론을 결정하지는 않은 것 같다, 그렇다면 재경위 소속 여야 의원들이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추론이 가능하다. 정몽헌 회장이 재벌그룹이라는 이유에서 로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증거가 없다.
한편으로는 한나라당이 겉으로는 증인채택을 강력히 주장하면서도 속으로는 정몽헌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것을 내키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당 차원의 문제든 의원 개별적인 문제든 이 총재의 당 장악력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고, 이번 국감에서 당의 방침이 의원들에게 전혀 먹혀들고 있지 않다는 반증이다.
한나라당 이 총재 측근들은 '이번 사건이 이 총재의 지도력에 대한 훼손이나, 내재되었던 당 내분이 가시화되는 것이 아닌지'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