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진정치인들의 '공개서한' 발표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공개서한의 형식이 갖는 몇 가지 장점으로 인해 정치의사 표시의 한 방식으로 자리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2일 한나라당 이부영 부총재가 김영삼 대통령에게 '현실정치자제'를 촉구하는 공개편지를 보냈다. 또 얼마 전 장기표씨가 김대중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시리즈로 내 화제가 되었고 김근태 민주당 부총재가 이에 답하는 내용의 공개서한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이상희 의원이 동료 의원들에게 국정감사에서의 자세 전환을 촉구하는 편지를 보낸 것도 눈길을 끌었다.
보통 공개서한은 상대적으로 약한 자의 강한 자에 대한 의사 표현의 방식으로 활용되어 왔다. 우리나라의 경우 공개서한은 역시 시민 단체 또는 재야 단체의 전유물이다시피 해왔고 지금도 역시 그러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정치인들의 의사표시 방식으로 자주 활용되고 있다. 특히 중진의원들이 '거물(?)' 정치인에 보낸 것이 다수라는 것이 특징적이다. 이런 공개서한 형식의 정치의사표시에는 몇 가지 장점이 있다.
먼저. 오로지 당론만이 존재하는 정치풍토 속에서 개인의 정치적 견해를 표시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된다. 언론이 한 개인의 견해 자체에는 보통 큰 관심을 표시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니 무슨 큰 건수가 있기 전에는 기자회견을 한다고 불러도 언론은 소극적이다. 또 신문의 경우를 보아도 정치인들에게 개인 견해를 표현할 수 있는 지면에 대해 인색한 것이 사실이다. 이때에 공개서한은 정치인으로서는 부담없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된다.
공개서한의 또 하나의 긍정적인 점은 비교적 차분하게 그리고 논리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게 된다는 것이다. 김근태 부총재가 지난 경의선 착공식에 참석해 줄 것을 요청하며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에게 보낸 서한이 매우 '깍듯한' 것으로 평가되었듯이 대개의 공개서한은 예의와 품격을 갖추게 된다. 이부영의원의 편지도 김 전대통령에 대해 꼬박꼬박 극존칭을 사용했다.
또 최종적이고 공격적인 결론만이 보도되는 현실 속에서 그 주장의 논리적 배경, 생각의 흐름 , 현실 정치인으로서의 고민이 담기게 되어 이해와 공감의 폭을 넓혀주게 된다.
김근태 부총재는 최근에 '노벨 평화상, 그 이후'라는 공개서한에서 기본적으로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상 수상을 국민 모두가 축하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김대중대통령에 보내는 고언도 잊지 않았고 자신이 겪은 섭섭한 심경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부영 부총재도 김 전대통령에 대한 비판만이 아니라 그의 공적을 인정할 것은 인정하기도 했고 이회창 총재에게도 '와이에스 정치재개에 대해 노코멘트'로 대응하는 것에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이런 공개서한이 잦아지게 된 데는 인터넷의 영향도 크다. 공개서한도 기존 언론에서는 결국 그 일부 밖에 보도되지 않는다. 물론 언론에 의해 무시 될 수도 있다. 더우기 주장이 왜곡(?)될 위험도 있다. 위에 언급한 김부총재의 편지는 일부 언론에는 장기표씨에 대한 반론의 측면이 또 다른 일부 신문에서는 'DJ에 대한 섭섭함'이 주로 강조되어 보도되었다.
그러나 자신의 홈페이지에는 전문을 실을 수 있고 또 여기저기 관련된 홈페이지의 게시판에 자신을 글을 퍼다 놓을 수 도 있다. 적어도 인터넷상에서는 자신의 주장전체를 왜곡없이 전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사실 장기표씨의 공개서한도 먼저 자신의 홈페이지와 다른 게시판에 올린 글이 보도된 것이다.
전반적으로 이런 '공개서한의 정치'는 보다 건전한 정치 풍토와 토론문화를 정착시키는데 기여 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다. 국민들 특히 네티즌들에게 정치에 대한 이해를 넓혀주고 긍정적인 인식을 갖게 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