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관계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데 반해, 예정된 남북교류를 북한이 이유없이 지연시키면서 남북교류는 정지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에 남북관계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을 공식 방문, 미사일·핵문제, 테러지원국 해제문제, 경제지원문제 등 북-미 수교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났다. 북-미간의 진전을 보여주는 역사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이에반해 남북교류는 계획이 미뤄지는 등 더 이상 진척되지 않고 정체돼 있는 상태다. 북한이 이산가족 교환방문 및 생사·주소 확인, 경제 실무접촉, 경의선 복원을 위한 군사 실무접촉 등에 대해 침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남북관계에 대한 다양한 추측과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북의 역량부족에 따른 일시적 현상론, 기존전략으로의 회귀론, 정치적 문제로 인한 속도조절론 등이 주요하게 제기되고 있다.

북한이 현재 올브라이트 국무장관 방북, 클린턴 미 대통령의 방북 준비 등 대미 관계개선에 역점을 두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대외관계 종사 인원이 크게 부족해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를 동시에 처리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종석 세종연구소 연구원은 "북한은 내부인력의 부족으로 인해 대미 관계에만 전념하고 있는데, 미국과의 '이벤트성 행사'가 끝나면 남북관계는 제자리를 찾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승환 민화협사무처장은 "북미관계 개선에는 남한이 두 나라 사이에서 모종의 촉매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북한이 남한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북-미간의 현안이 끝나면 남북관계는 곧 복원될 것이다"고 말했다.

정부도 북한이 대미외교에 치중하느라 남북관계에 눈 돌릴 새가 없을 뿐 남북교류의 중단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래서 일단 북의 연락을 기다리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남한으로부터는 경제지원만 챙기고 대미관계에 치중하는 '경남통미(經南通美)' 정책을 쓴다면 대북정책에 차질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이런 판단은 북한의 대남정책이 이전과 완전히 다르고 남북정상회담이 쉽게 변질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 근거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전략전술이 변화한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북한에 대한 강한 의구심을 갖는 입장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북한의 전략이 북미관계 개선이었는데 그동안 우리는 북한이 미국과 일본에 접근하기 위한 발판 역할만 했다는 판단이다. 현재 북한이 남북관계는 소홀히 하면서 북미관계에만 전념하는 양상에서 북한의 속셈이 드러났다고 주장한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북한으로서는 체제보장이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앞으로의 남북관계는 북·미 관계의 종(從)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남북관계가 남북정상회담 전으로 되돌려지는 않겠지만 북한이 미국을 중심으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려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기본적으로 북한은 '주미종남(主美從南)'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일부 언론은 미국 일부에 "북한이 남한으로부터 구체적 이익을 받을 만큼 받았다고 보고, 남한과의 관계를 제도화 단계까지 이끄는 것은 바라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분석을 소개하기도 했다.

다른 측면에서는 북한의 속도조절 필요성에 따른 지연전술이 아닌가 하는 분석이다. 남북교류가 급진전되어 왔고, 북미관계도 급격한 변화가 예상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은 한반도 문제에 대해 조정국면이 필요할 것이라는 추측이다. 남북관계가 더욱 진전되기 위해서는 제도화가 필요한데 현 정전협정 아래서는 제약요건이 많다는 것이고, 예상되는 북한 내부의 반발도 무마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산가족 면회소 하나 설치하기 위해서도 미국의 허가가 있어야 하는 등 남북교류가 본격화되면 될수록 정치·군사적인 문제가 현안으로 대두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에 북한은 북미관계에 전념할 수밖에 없고, 남북관계는 북미관계의 진전 정도에 따라 변할 가능성이 많다는 분석이다.

대체로 남북관계는 남북정상회담 전으로는 회귀하지 않겠지만 북한의 역량부족에 따른 남북관계 지연으로만 해석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면이 많다. 아무런 연락도 없이 일정을 늦추는 것이 외교관계상 있을 수 없는 일이며, 특히 남북관계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주시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북한이 북미관계를 진전에 따라 남북관계 진전 수위를 조절할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다.
정부 일각에서는 "북측이 남한과 미국을 동시에 상대하는 '통미통남(通美通南)' 정책을 쓸 수도 있고, 남한으로부터는 경제 지원만 챙기고 대미관계에 치중하는 '경남통미(經南通美)' 정책을 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만약 북한이 '경남통미' 정책을 구사한다면 정부의 입장이 곤란해질 것은 분명하다.

또한 한반도를 둘러싸고 남북, 북미, 북일, 미중 등 외교관계가 더욱 복잡해지고 있는 한반도 정세에서 우리 정부의 역할이 매우 축소되고 주변부적 역할로 전락할 가능성은 없는가. 다시 판단해봐야 할 문제다.

한반도 평화와 남북문제 해결을 위한 '4자회담 개최' 문제도 한반도를 둘러싼 복잡한 외교적 사안으로서 북미회담 결과에 따라 그 다양한 가능성 여부를 예측하고 구체적인 방법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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