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 박계동 전의원-그가 겪은 서민들의 살아가는 이야기, 그리고 차기 서울시장 출마의 꿈을 들어보았다.

1. 1. 최근에 택시기사를 하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얼굴도 많이 알려져서 에피소드도 많았을 텐데 한 두가지만 말씀해 주시죠.

택시승객들은 직업이나, 사는 동네의 풍광 등 다양합니다. 택시기사를 하면서 느낀 점은 IMF이후 삶의 고통을 당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경험들을 많이 접하게 됐어요. 술에 만취한 사람에게 바가지로 뒤통수를 맞아 보기도 하고, 어떤 승객들은 막무가내로 요금도 안내고 버티는 사람도 있고, 합승행위로 오해받아 단속반에 걸린 적도 있고, 가벼운 접촉사고도 경험해 봤어요. 택시에서 더러는 아는 사람도 만나기도 하고 또 한번은 노태우 비자금 사건을 제보해준 사람도 만나기도 하고, 저 때문에 2년간 은신할 수 밖에 없었던 대기업 모회장을 숨겨줬던 사람을 만난 적도 있어요.




한번은 하남에 사시는 40대쯤 되보이는 사람인데, 울고넘는 박달재를 아주 구성지게 잘 부르시더라구요. 그분이 막무가내로 자기 집에 가자고 해서 집앞에 도착하니까 요금은 안내면서 산딸기주를 권하는데 거기서 3병이나 마셨어요. 나중에는 그분이 격려금이라면서 30만원을 주더라구요. 술이 취해서 있는데, 그분이 또 다른 콜택시를 불러서 택시기사가 다른 택시기사의 대리운전을 받아서 회사에 돌아온 적도 있어요.

2. 2. 택시기사 생활 속에 느낀 소감을 책으로 펴내실 계획으로 들었는데 어떤 내용을 담으실 생각이신지...

택시안은 긴밀한 사람들의 은밀한 공간같이 느껴져요. 그런가하면 내리고 나면 완전히 없었던 것처럼 헤어지는 관계가 되죠. 택시안에서 많은 사람들의 고민도 듣게 되는데, 제가 느낀 것 중 하나는 요즘 사람들이 굉장히 어렵다는 거에요. 2년전 IMF때보다 오히려 지금이 가장 어려운 때가 아닌가 싶어요. IMF 맞았을 때 많은 자영상공인들이 계속 올바른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있어요. 그때 퇴직했던 공무원, 기업체 간부직원들이 2년동안 퇴직금을 다 써버리고 특히 증권투자에 다 써버렸어요. 대부분 증권투자로 거덜이 난 상태인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은 상당히 위협을 느끼고 있죠.




어떤 사람은 돈 200만원을 은행에 대출받으려 하는데 너무 힘들고, 친구들도 저 친구가 그정도 돈도 없다면 신용상태가 불량한게 아닌가 해서 꿔주지 않는다는 거에요. 그 사람들이 얼마전까지만 해도 당당했던 기업체 중역이었는데..




또 어떤 30대 여자분이 택시를 탔는데, 남편이 은행 전산실에 근무했어요. 근데 명퇴를 당하고 3년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형편이고, 그 여자분은 벤쳐회사에 다니면서 한달에 150만원을 받는데요. 한달 생활비가 250만원은 드는데, 자기가 50만원은 쓰고 100만원으로 생활을 하는데 , 너무 생활이 힘드니까 선배 집에 가서 12시부터 술을 먹기 시작해서 밤까지 계속 마셨다는군요. 집이 일산인데, 술냄새 때문에 지하철도 못타고 택시를 탔는데 택시비도 부족해서 1만원을 꿔달라고 하더군요.




전형적인 중산층이 완벽하게 허물어지고, 거기서 새로운 희망을 찾지 못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3. 3. 택시기사를 하시게 된 이유는?

택시를 하게 된 계기는 4월에 총선이 있었고, 총선이후 일이 손에 잡히지가 않았어요. 노태우 비자금 사건의 보복조치로 선거법 위반으로 묶여 있었는데 , 결국 그것이 풀리지 않더군요. 이번 총선 출마도 불가능했죠. 그 이후 개인적 좌절과 과연 국민들을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일까. 국민들이 열렬한 지지를 보내줬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까 다 잊혀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박계동이 노태우 비자금 사건을 통해 정치적 불이익을 당했다면 그 지지했던 사람들이 구조에도 노력해야 되는데, 마치 세상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그런 일이 있었는지 기억조차 못할 정도로 넘어가더군요. 내가 한 정치인으로서 이런 사태를 어떻게 극복해야 될 것인가하며 좌절감이 컸지요. 그래서 그런 허망함, 좌절감 속에서 컴퓨터에 많이 매달리기도 했어요.




그런 생활을 하면서 제가 쌓아왔던 것을 스스로 허물 수 있을 때, 그리고 댓가를 바라지 않는 정치야말로 진정한 정치라고 생각했어요. 택시를 하게 된 것은 제 스스로 도를 닦는 마음으로, 바닥에서부터 다시 시작하는 심정으로 택시를 하게 됐어요.




국회의원이나 어떤 공직을 맡게 되더라도 그때 하지 못하는게 있어요. 결국 정치가 대중적인 구체적인 삶과 합쳐질려면 그들의 심경을 이해해야 됩니다. 단순히 머리로 이해하는 것 과 몸으로 느껴보는 것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캄캄한 미래를 목전에 둔 사람들의 고통, 집을 나서면서 차비도 없어서 묵은 헌 옷의 주머니를 뒤지는 사람들의 고통, 좌절들. 참고서 값 2만원을 달라고 눈치를 보면서 말하는 자녀들의 고통과 그게 없어서 못들은 척하고 다음날로 미루면서 택시핸들을 열심히 잡으면서 어떻게 하면 2만원을 올릴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열심히 뛰는 사람들의 모습이야말로 구체적인 삶의 모습이죠.




그런 것이 사실은 정치영역의 책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정치와 생활은 하나가 되어야 하는 것인데 정치가 국민들의 구체적인 생활로부터 극단적으로 유리될 때 귀족주의로 흐르는 것이죠. 그런데서는 정말 국민과 서민들을 위한 정치가 생산되기는 어렵다고 볼 수 있죠.

4. 4. 최근의 정치를 어떻게 보십니까? 특히 여야 소장파의원들의 활동을 평가하신다면?

국민들이 소장파의원들을 뽑아주는 것은 변화에 대한 기대입니다. 기존질서에 염증을 느끼는 사람들이 새로운 사람을 뽑아주죠. 우리 정치행태로 보면, 돈정치, 권위주의 정치, 사당정치, 패거리정치를 타파하라는 사명이 소장파들에게는 특별히 주어진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느끼는 소장파의원들은 반성을 많이 해야 됩니다. 국민적 기대에 전혀 부응하지 못하고 있어요. 오히려 소장파들마저도 보수적 질서에 편입된다는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소장파의원들이 개별적으로는 버티기 어렵습니다. 14대 국회에서 개혁세력을 형성해서 국민의 지지 기반을 얻고 여야 모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그런 힘의 행사로 나아가야 됩니다.




정치가 기본적으로 초선이 되면 재선하고 싶고, 자기에게 적을 만들기 보다는 재벌이나 대기업과도 잘지내고 싶은거죠. 하지만 소장파의원들에게는 적어도 그런 생각을 끊으라는 것이 국민들의 주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소장파의원들은 여야를 초월해서 국민들에게 가슴에 다가서고 정치의 본연이 경제적 약자와 사회적 소외계층을 위해 존재하는 것입니다. 그 역할을 더욱 충실히 해야죠. 그러나 지금 생산되는 정치는 경제적 약자나 사회적 소외계층을 더욱 소외시키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5. 5. 선거법 때문에 최근에야 복권이 되셨습니다. 앞으로의 정치활동 계획을 말씀해주신다면..

제가 선거법 위반으로 묶이게 된 계기는 노태우 비자금 사건 처리 과정에서 발생했습니다. 노태우 비자금의 실체는 소위 6공비리 라고 하는 율곡, 원전발주비리, 고속철의 리베이트로 조성된 것인데, 그것을 은폐하기 위해서 36개 대기업 총수들이나 재벌회사 총수들을 3일간 검찰에 불러서 액수할당식 잡기 수사로 마감지었어요. 그래서 그 결과 우리나라 부패구조를 은폐하고 말았습니다. 그때 공화.민주당의 개혁세력을 주축으로 해서 국민들에게 직접 호소할 수 밖에 없었죠. 시국강연회를 열어 전국적으로 진행하게 됐는데, 그 시국강연회를 막기 위해서 소위 입막음용으로 선거법을 악용한 겁니다. 시국강연회를 사전선거운동으로 몰았죠. 그렇게 해서 피선거권이 박탈이 됐는데 DJ 정부가 들어서도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은 정말 납득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현행 선거법의 문제점도 많은데 현역의원과 신진 엘리트의 진입을 불평등하게 막고 있어요. 의정보고회라는게 무차별적으로 홍보물을 비롯해서 유권자들과의 접촉을 시기제한도 없이 언제든지 허용하고 있는 반면 신진정치인사들은 명함 한장도 선거기간이 되기전에는 돌릴 수 없게 만들어 놨어요. 저는 선거법이 헌법이 보장하는 평등에 위법한 것으로 생각하고 개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정치활동 계획을 말씀해주신다면..




이번 16대 총선내에 보궐선거의 기회가 주어지면 적절한 지역을 선택해서 출마할 계획입니다. 2002년 서울시장은 기존의 정당과는 무관한 독립된 서울시장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지자체의 의미를 제대로 반영하는 정치가 될 것입니다. 각 정당의 이해에 독립적인 그런 소신있는 서울 시장이 나와야 합니다. 그래서 그런 준비도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어; 천호선(e윈컴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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