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1. 노동당 창건 기념식이 화려하고 성대하게 진행되어 남한대표단에게 매우 인상적이었다던데 어떤 느낌을 받으셨나요?
행사는 매년 이뤄지는데 북쪽사회의 결속과 그 결속을 과시하는 것에 주된 목적이 있었어요. 남쪽에서 간 대부분의 사람들은 100만명의 군중집회를 보고 예술이다, 과학이다 하는 평가와, 북쪽사회 특유의 문화와 정치가 만들어낸 행사이며, 지구상에서 저런 행사를 할 수 있는 곳은 북한뿐이라는데 의견이 일치했어요.
●특별히 인상적인 장면이 있다면?
10만 청년학생들이 참여하는 집단체조가 인상적이었어요. 안내원에게 학부형의 입장에서 어떻게 보느냐고 물어보았더니, 자신들도 어렸을 때 참여했었는데, 운동도 되고 춤도 배우고, 개인적으로 도움되는 바가 있다는 대답이었어요. 이미 생활화되어서 관주도하에 강제로 동원되고 있다는 인상은 받지 못했어요.
2. 2. 북측이 통일전선 전술이라는 '정치적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 많은 배려를 했다고 합니다.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남측 대표단을 북측의 국가적 행사인 노동당 창당행사에 초청한 자체가 정치적 목적이 없다고 볼 수는 없죠. 그러나 평양당국이 6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이뤄지고 있는 화해와 협력의 대세를 역전시킬 생각은 전혀 없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평소 관광단이 왔을 때 보다 더 정치적인 사안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단히 민감하게 접대를 했어요. 일반 백두산 관광객들도 참배를 했던 김일성 동상 앞에 헌화하는 일이 일체 일정에서 빠져 있었어요.
김대중 정부와의 파트너십을 이룬채, 현재의 남북관계가 지속되는데 상당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과거 북쪽이 자신들 중심으로 남쪽사회에 개입하는 그쪽 표현대로 하자면 '내리먹이기式 사업'을 지양하려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시대가 변하고 정치환경이 변했다는 것을 북측도 인정하고 잘 이해하는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3. 3. 정당대표로는 최초의 방북이 아닌가요? 그 의미는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그리고 앞으로 남북정당간의 교류계획은 있는지...
해방직후 김구선생이 남북정치협상을 위해 한독당 대표로 평양을 방문한 적이 있지만, 정부수립이후 정당대표가 방북한 것은 최초입니다. 정당이 국민을 대표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통일논의,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정당이 앞장서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일을 최초로 한데 대한 자부심도 있습니다.
민주노동당은 7월 3일에 6.15남북정상회담의 합의사항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는 뜻을 밝히고 기자회견을 통해 그러한 합의사항이 실현되는데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했구요. 동시에 북쪽에 대해 정당교류, 정당사회단체 연석회의를 많이 제안했습니다.
민주노동당의 방북은 7월3일 우리 스스로가 기자회견을 통해 제안한 것을 실현하는 그런 의미도 있었습니다. 평양에서 가서 노동당, 사회민주당, 천도교 청우당 3개의 당에 공식적 교류확대를 제안했고, 내년 2월 민주노동당 전당대회에 북한의 제정당들을 초청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그래서 정당조직의 왕래가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리라 봅니다. 특히 이번에는 북측의 사회민주당을 방문해서 공식회담을 가진 적도 있습니다.
사회민주당은 우리의 양당체제로는 이해할 수 없는 정당입니다. 사회민주당은 友당, 친구당, 형제당이라고 볼 수 있는데, 정부를 함께 구성하고 있고,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형제당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당을 허수아비당이라고 보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아요. 사회민주당은 유럽의 사회주의 정당들, 제3세계의 민중민주정당들과의 교류를 거의 전담하다시피하는 역할분담을 일정하게 해내는 정당이기 때문에 그런 당이 북한에 있다는 자체도 상당히 흥미롭고 그래서 앞으로 조선노동당은 물론, 여타 정당들과의 교류도 확대해 나갈 예정입니다.
4. 4. 김대중 정부의 통일정책에 대한 민주노동당의 입장은 어떤 것입니까?
기본적으로 남북대결 국면을 청산하고 화해와 협력으로 통일의 기반을 다져 나가겠다는 김대중 정부의 통일정책의 기본취지에는 공감, 지지하는 바입니다. 그것이 선언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군사, 정치, 경제, 사회 각 방면에 평화가 정착되고 대결관계가 실질적으로 청산이 되어서 통일이 되기 전에도 이미 분단으로 인한 고통을 줄일 수 있는 성과가 나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김대중 정부가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펼칠 것을 요구합니다.
일각에서는 너무 많이 주는 게 아니냐, 너무 속도가 빠른 게 아니냐 하는 주장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그동안 우리가 너무 폐쇄적이고 경직되어 있었고, 남북대화를 통한 교류와 협력이 너무 소극적이었기 때문이지 빠른 것도 일방적으로 많이 주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정치권이 유의해야 할 것은 통일 논의에 있어서만은 여당이든 야당이든간에 당략적으로 악용하는 일은 없어야 됩니다.
5. 5. 민주노동당은 지난 총선에서 선전은 했지만 한석도 얻지 못하여 진보정당의 뿌리내리기가 힘들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현재 어떠한 활동과 계획을 하고 계신지요?
민주노동당은 의석을 확보하지 못했고, 총선참여에 실패했다는 것을 엄중히 인정하고, 반성합니다. 비록 의석확보 하는데는 실패했지만 우리나라에서 진보정당이 생존해갈 수 있는 가능성을 4.13총선에서 보여주었습니다. 과거의 진보정당과의 차이점이 여기에 있습니다. 그래서 총선참여 이후에도 당원들은 늘어가고 있고,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저희들이 극복해야 될 점은 현행 소선거구제하에서 진보정당이 발전하기는 어렵습니다. 때문에 정치관계법 개정을 비롯한 제도개선에 노력을 기할 것이며 또 어떠한 제도하에서도 우리가 표방하는 노동자, 농민, 근로계층, 자영업자들, 중소기업인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밑으로부터의 지지를 조직하는데 노력할 것입니다.
앞으로 민주노동당은 현재 구성원들로 굳어지는 갇힌 정당이 아니며, 민주와 진보를 위해 뜻을 함께 할 사람들에게 당의 문호를 개방할 뿐 아니라 먼저 당을 시작했다는 기득권에 연연하지 않고 언제든지 더 많은 더 넓은 세력들과 함께 새롭게 창당할 각오로 있습니다.
민주노동당 홈페이지
인터뷰어; 천호선(e윈컴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