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한일 국장급 회의, 시찰 항목과 활동 범위 합의 실패
일본 원전 전문가 “들러리 역할 한 대만 시찰단과 비슷한 수준일 듯”
옥스퍼드 명예교수 “오염수 위험성 과장.. 1L 마실 수도 있어”
![일본 원전 전문가 “들러리 역할 한 대만 시찰단과 비슷한 수준일 듯”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305/609925_410393_452.jpg)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정부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시찰단 파견 일정을 확정하면서 야당을 중심으로 시찰단 파견을 재검토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2일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한일 국장급 회의에서 시찰단의 시찰 항목과 활동 범위 등에 대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본 원전 전문가 조차 이번 시찰단은 ‘들러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가운데 민주당은 "오염수 방류의 정당성만 더해주는 파견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지난 7일 정상회담에서 시찰단 파견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지난 12일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는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한일 국장급 회의가 열렸다.
한국 측은 윤현수 외교부 기후환경과학국장을 수석대표로 국무조정실, 원자력안전위원회, 해양수산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부처가 참석했고, 일본 측은 카이후 아츠시 외무성 군축불확산과학부장을 수석대표로 경산성, 원자력규제위원회(NRA), 도쿄전력 등이 참석했다.
이날 양측은 12시간이 넘는 회의를 진행했으나 시찰단이 접근할 시설의 항목과 제공받을 정보 등을 놓고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13일 "시찰 프로그램을 포함한 방문 세부 사항을 매듭짓기 위하여 추가 협의를 가능한 조속히 갖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3일 시찰단 파견이 예정된 만큼 추가 협의를 할 시간적 여유는 충분치 않아 보인다. 일본측의 의도대로 단순 시찰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
박구연 국무조정실 1차장도 지난 12일 "시찰 활동의 목적은 해양 방류 과정 전반에 걸쳐 안전성을 검토하기 위한 것"이라며 '시료 채취' 등을 포함한 자체 별도 검증이 아닌, 방류 시설 과정과 검증 근거를 눈으로 직접 보고 오는 '현장 확인'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 민주당 “시찰단 파견 철회하라”.. 일 원전 전문가 “들러리 역할 할 뿐”
이에 대해 민주당은 시찰단 파견을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은 13일 서면 브리핑에서 "일본 정부는 안전성에 대한 검증은 없을 것이며 시찰단의 방일과 관계 없이 7월에 오염수를 방류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며, "오염수 방류의 정당성만 더해주는 파견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파견하는 시찰단은 오염수 방류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태도를 통해 분명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시찰단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저장 현황 관련 시료를 채취하고, 원천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당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투기 저지 대책위원회'는 16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일본은 현재 64개 핵종 중 9개 핵종만 분석하고, 그 데이터도 불안정한 만큼 원천 데이터를 확보하고, 방사성 물질 총량 평가 자료도 획득하라"고 강조했다.
대책위는 이외에도 ▲ 장기간 방사성 물질이 축적될 경우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 해양 투기 외 원전 오염수 처리 대안 ▲ 후쿠시마산 농수산 식품의 위험성 등도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 원전 정책 전문가도 현재로서는 한국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시찰단이 “일본 오염수 방류의 들러리”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원자력 정책 전문가로 원전 비판론자인 장정욱 일본 마쓰야마대학 경제학부 교수는 15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작년 3월에 대만에서 비슷한 시찰단이 왔습니다만 그때도 일방적인 설명회 수준에서 끝났다”며 대만 정부 시찰 전례를 언급했다.
장 교수에 따르면 대만 시찰단은 일본을 방문해 전문가 토론을 하고 시뮬레이션 시설을 견학하는 정도에 그쳤다.
그는 시찰단의 성격에 대해 “일본 방류하는 데 대해서 들러리 서기 위해서 간다는 거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정리했다.
특히, 장 교수는 시찰단이 원자력 전문가 중심으로 구성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원자력 공학자들은 원자로라는 시설의 안전성을 확인하는 전문가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오히려 기계구조라든지 생물학이라든지 화학이라든지 해양학이라든지 이런 사람들이 정말 전문가들”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일부 학자들은 오염수가 안전하다는 주장을 적극적으로 개진하고 있다.
방사선 분야 세계적 석학으로 꼽히는 웨이드 앨리슨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명예교수는 15일 한국을 방문해 "지금 후쿠시마 앞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처리한 1L 물이 내 앞에 있다면 마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앨리슨 교수는 한국원자력학회 초청으로 15일 서울 광화문에서 '공포가 집어삼킨 과학'라는 주제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위험성이 과장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 옥스퍼드 명예교수 “알프스 처리수 마실 수 있어”.. “그럼 식수로 써라” 반박
그는 "한국 시찰단이 일본에 가서 오염수 확인때 전제 조건으로 일본에서 알아보고자 하는 내용들을 신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계속 질문을 통해 정보를 얻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저는 일본의 전문가들이 진정성 있는 발언을 해 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앨리슨 교수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리에 대해 "지금 앞에 희석되지 않은 일본 후쿠시마에서 가져온 1L의 물이 있다면 바로 마셔 볼 수 있다"면서 "만약 내가 그 물을 마신다 하더라도 계산해보면 방사성 수치가 자연적 수준의 80% 정도까지 밖에 올라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조만간 있을 한국의 전문가 시찰단에 대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방류하기 위해 저장한 물에 삼중수소를 제외한 다른 방사성 물질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이재명 대표는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처리되면 마실 수 있을 만큼 안전하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며 "마실 수 있을 만큼 안전하다면 식수로 사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마치 함께 쓰는 우물에 독극물을 퍼 넣으면서 '이것은 안전하다' 이렇게 주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주변국들이 위험하다고 주장하는 그런 행위를 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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