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5일 본회의서 노란봉투법 野단독 통과 전망
정부·경제계, 입법 반대 입장 “파업 조장하는 악법”
노동계 환영 성명 “국제노동기구협약·대법원 판결에 부합하는 것”
이재오 상임고문, 여당 정치 실종 질책 “가만히 있다가 거부권.. 최악의 정치”

오는 25일 본회의서 노란봉투법이 野단독으로 통과 전망 [사진=연합뉴스]
오는 25일 본회의서 노란봉투법이 野단독으로 통과 전망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의 본회의 직회부를 의결했다. 국민의힘은 "숫자로 밀어붙이는데, 깡패인가"라며 반발했으나 민주당과 정의당의 野단독으로 본회의 통과는 유력해 보인다.

문제는 경제계가 노란봉투법을 '경제적 재앙'이라고 규정하며 반대하고 있어 윤석열 대통령이 양곡관리법과 간호법에 이어 3번째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노란봉투법은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24일 열린 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노조법 개정안 본회의 부의 요구의 건이 의결됐다. 지난 2월 21일 야당 주도로 환노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뒤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된 법안이 두 달 넘도록 처리가 되지 않자 야당이 수적 우위로 직회부를 관철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그간 노란봉투법을 불법파업 조장법이라며 법안 처리에 반대해 왔다.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은 "법사위에서 충분히 논의하도록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숫자로 그렇게 밀어붙이는데, 깡패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에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법사위에서 60일이 지나도록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으니 환노위에서는 (직회부 요구의 건을) 처리하는 게 원칙에 맞는다"며 "수차례 토론도 하고 공청회까지 했는데 왜 안 된다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여야 간 고성이 오가자 민주당 소속 전해철 위원장은 "(노사 관계와 관련한) 대법원 판례의 모순을 해결하려면 입법부가 해결책을 마련해야 하는 만큼 법안과 관련한 논의를 끝없이 지연할 수 없다"며 직회부 부의 안건을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러자 임 의원은 "다수 의견을 밀어붙이는 데 유감"이라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제기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후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전원 퇴장했고, 무기명 투표 결과 노란봉투법에 대한 본회의 직회부 안건은 재석 10인 중 찬성 10인으로 가결됐다.

이에 따라 노란봉투법은 오는 25일 본회의 통과가 유력해 보인다. 하지만, 정부와 경제계는 법안 통과에 강한 반대의 뜻을 보이고 있다.

고용노동부·경제계 “노란봉투법은 파업조장하는 악법.. 철회해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관련 브리핑을 갖고 “개정안은 노사 법치에 기반한 노동 개혁과 자율, 연대에 기반한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 노력을 모두 물거품으로 만들 것”이라며 “입법을 재고해주실 것을 절박한 심정을 담아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개정안이 시행되면 소수 기득권만을 강화해 다수 미조직 근로자와의 격차를 오히려 확대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여러 법리상의 문제와 노동 현장에 가져올 큰 파장과 혼란이 너무나 명백해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개정안과 같이 쟁의행위 범위를 확대할 경우 파업만능주의로 귀착할 것”이라며 “소송을 거쳐 정당한 해고로 판단된 경우라도 해고자의 복직을 요구하며 파업을 하고, 단체협약으로 이미 결정된 사항에 대해서도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파업에 돌입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노조라는 이유만으로 손해배상 책임에 예외를 둘 경우 피해자보다 가해자를 더 보호하는 불합리가 발생한다”며 “이는 불법 행위자에게 특권을 주는 것으로,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설명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대한상공회의소·전국경제인연합회·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6단체도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국회는 지금이라도 노조법 개정안 본회의 상정을 중단하고 법안이 가져올 산업현장의 혼란과 경제적 재앙을 다시 한 번 숙고하길 강력하게 요청한다”고 호소했다.

이들 단체는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에 대한 다수의 형사처벌이 존재함에도 추상적 개념으로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며 “우리 기업인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고 경영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고 언급했다.

정부·경제계, 입법 반대 입장 “파업 조장하는 악법” [사진=연합뉴스]

전경련은 별도로 ‘노조법 개정안(노란봉투법)의 문제점’ 보고서를 냈다. 가장 문제를 삼는 것은 파업이 지금보다 더 만연해질 수 있다는 부분이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쟁의 개념을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분쟁에서 ‘근로조건’에 관한 분쟁으로 확대하는데, 이 경우 사업조직 통폐합, 구조조정 등 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경영상 조치도 파업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노조가 임금, 근로시간, 해고 등 근로조건에 영향을 준다는 명분으로 이견을 제시할 수 있다”며, “해고자 복직, 단체협약 미이행 등 사법 구제절차로 해결해야 할 권리분쟁 사안에서도 파업을 해결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동단체 “국제노동기구 협약·대법원 판결에 부합”

반면, 노동단체는 노란봉투법 직회부 소식에 일제히 환영 성명을 냈다.

한국노총은 24일 입장문에서 "현행 노조법은 노조를 감시·통제하는 사실상 노조 탄압법으로 기능하고 있다"며 "합법적인 쟁의행위를 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상황에서 이번 개정안으로 노동권이 그나마 보장받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개정안에 대한 비판과 관련해서는 "그 어떤 노동자와 노동조합도 회사가 망하길 바라면서 파업하지는 않는다"며 "'노조 할 권리'가 보장받는다면 취약계층 노동자들도 노동권을 보호받게 돼 정부·여당이 그토록 강조하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도 다소나마 해결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노총도 성명에서 "수백만 명 하청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할 수 있는 첫 번째 법률 개정안이 본회의에 올라가게 됐다"며 "국회는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 삼권 취지에 맞게 신속하게 노조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을 향해서는 "비정규직을 포함한 모든 노동자에게 노동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이 국내법과 마찬가지로 효력이 있고, 대법원 판결도 실질 사용자성을 인정하는데도 '묻지마 식' 반대를 일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노란봉투법이 25일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법안 공포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부와 여당, 경제계가 한목소리로 반대 입장을 내고 있는 만큼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또 다시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농민단체(양곡관리법)와 간호사 단체(간호법)에 이어 노동계 전체가 정부와 여당 반대편에 서게 될 것이 명확하다. 또, 민주당이 의석수를 앞세워 각종 입법을 강행하는 것에 반대만 하는 모습이 반복되면 정부와 여당이 정국 주도권을 되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지난 17일 KBS 라디오 ‘최영일의 시사본부’에 출연해 “여당 쪽에서 그래, 야당 너희들 해봐라, 우리는 거부권 하면 된다. 이걸 믿고 만약에 여당이 협상이나 대화에 소홀한다면 이건 중대한 직무 유기”라고 지적했다.

이 상임고문은 “야당은 국정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은 없으니까 (수를 믿고)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본다”며, “그러나 그걸 설득하고 대화해갖고 타협점을 마련하는 게 여당이잖아요. 타협점을 마련하는 게 여당이지 야당 한다고 해서 우리는 대통령한테 거부권 건의만 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정국이 안 풀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만히 있다가 야당 단독으로 해서 넘겨오면 거부권 한다. 이건 진짜 그야말로 이거는 최악의 정치”라고 쓴 소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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