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현재 기록만으로는 범죄혐의 특정 제한.. 경찰이 추후 수사해야"
군인권센터 "결국 사단장 혐의자에서 제외".. 박 대령 측, 임성근 사단장 경찰 고발
민주당 "경찰 수사 미진하면 특검".. 국민의힘 "박 대령 항명 사건.. 특검 대상 아냐"

국방부가 임성근 1사단장과 여단장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제외한 보고서를 경찰에 이첩키로 했다 . 사진은 채 상병 사건으로  '집단항명' 혐의를 받고있는 전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 [사진=연합뉴스]
국방부가 임성근 1사단장과 여단장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제외한 보고서를 경찰에 이첩키로 했다 . 사진은 채 상병 사건으로  '집단항명' 혐의를 받고있는 전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국방부가 집중호우 실종자 수색에 투입됐다가 순직한 해병대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 임성근 1사단장과 박상현 7여단장에 대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빼고 사실관계만 적시해서 경찰에 이첩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경찰 수사도 미진할 경우 특검을 추진한다는 방침이지만 국민의힘은 '이번 사건의 본질은 수사단장의 항명'이라며 애초 특검의 대상이 아니라고 맞서고 있다.

전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측에 따르면, 당초 수사단은 사단장과 여단장 등 8명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해당 보고서는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결재까지 받았으나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에 언론 브리핑 자료가 전달 된 후 이첩이 중단돼 '은폐·축소', '수사 외압' 논란이 일었다. 

해병대로부터 보고서를 넘겨 받은 국방부는 결국 장병들에게 허리 깊이까지 들어가 수색하라고 지시한 7포병대대장과 11포병대대장에 대해서만 범죄혐의를 적시하기로 했다.

국방부 조사본부 관계자들은 21일 기자들과 만나 "수색활동과 관련된 지휘계선에 있거나 현장통제관으로 임무를 부여받은 4명은 문제가 식별됐지만, 현재의 기록만으로는 범죄혐의를 특정하기 제한됐다"고 설명했다.

문제의 4명은 임 사단장과 박 여단장 그리고 중대장, 사고 당시 채 상병과 같은 조로 편성돼 있었던 중사를 뜻한다. 해당 4명에 대해서 조사본부는 "식별된 문제점들이 범죄의 단서가 될 수 있다고 보지만 현재의 수사 기록만으로는 범죄혐의를 특정하기가 제한된다"고 밝혔다.

반면 포병대대장 2명은 당시 여단장이 장화 높이까지만 입수가 가능하다는 지침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허리까지 입수하라고 직접적으로 지시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를 받고 있다.

조사본부 관계자는 "사건기록에 반영돼 있지 않은 내용을 판단하거나 재조사, 검증을 거치지 않았다"며 "명확하게 사건기록에만 있는 내용만 검토했고, 차후에 경찰에서 (4명에 대해) 어떠한 소홀함이 있었고 과실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 보강조사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경찰이 최종적인 수사를 맡는다고 해명했으나 국방부의 '자체 조사' 결과는 임성근 사단장 등 '윗선'이 제외된 만큼 파장이 예상된다. 

군인권센터 "결국 사단장 혐의자에서 제외".. 박 대령 측, 임성근 사단장 경찰 고발

군인권센터는 21일 성명을 내고 "결국 사단장을 혐의자에서 뺀 껍데기 이첩 서류가 국방부에서 경찰로 넘어갔다"면서 "마치 일선 부대 대대장에게 모든 책임이 있고, 임 사단장, 여단장 등은 정당한 지시를 했고 주의 의무도 다한 것처럼 수사 결과를 마음대로 짜깁기한 데 대해 국방부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임 사단장은 4인 1조로 찔러가며 정성스럽게 수색하라는 질책을 임무 투입 부대 전체에 전파했고, 그에 따라 수중 입수 계획이 수립되었다"며 "채 상병이 물에 들어가게 된 경위가 이러한데 업무상 과실치사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국방부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박정훈 대령 측 김정민 변호사는 2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안타까우면서 한편으로는 그 외압의 실체가 뭐였는지 국민들이 또렷하게 알게 된 계기가 됐다"며, "국방부에서는 '누구를 빼라 넣어라'라는 말을 안 했다고 하는데 결국은 사단장이 빠졌다. 이게 외압의 실체였던 거다. 투명하게 보여주게 된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박 전 대령 측은 이날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등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박 대령 측 김경호 변호사는 22일 "임 사단장을 직권남용죄, 업무상 과실치사죄로 고발한다"며 "박 전 수사단장의 항명 혐의를 벗어나게 하기 위해서도, 포병 7대대장의 책임이 위법하게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특히 국방부 조사본부가 임 사단장의 혐의 자체를 입맛대로 뺀 상황에서 (고발의) 필요성이 더욱 증대됐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경찰 수사 미진하면 특검".. 국민의힘 "박 대령 항명 사건.. 특검 대상 아냐"

민주당은 경찰 수사를 지켜본 후 그 결과에 따라 특검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국방위 소속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국민적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선 공정한 수사기관, 제3의 수사기관의 공정하고 엄정한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기 의원은 "수사단장의 수사보고엔 1사단장·여단장·대대장을 포함해 지휘 책임·관리 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한 정황들이 고스란히 나열돼 있다"며 "사단장이 지휘통제를 똑바로 했다면, 지침에 근거해 부하들의 안전과 생명에 집중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텐데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운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애초 혐의사실이 특정된 8명 중 2명만 특정되고 나머지 분들은 빠졌다"며 "경찰에서 마무리를 정말 잘했으면 좋겠다. 그런데 그 마무리가 되지 않으면 다른 방법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 그건 특검"이라고 부연했다.

국방위 간사인 김병주 의원은 지금이라도 특검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은 22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경찰에서 하는 것은 채수근 상병 사건만이고 항명 등에 대해 수사를 할 수가 없는 거기 때문에 특검으로 가야 된다"며 "장관이나 차관 말이 다 다르고 또 우왕좌왕하는 해명(이라) 특검이 꼭 필요하겠다는 걸 더 느꼈다"고 강조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 사건은 '박 대령의 항명 사건'이라며 야당의 특검 주장을 일축했다. 

전주혜 의원은 21일 국회 법사위에서 "민주당은 이것을 특검하자고 하는데 특검을 갈 사안이 전혀 아니다"라며 "국방부에서 조사하고 이첩한 것은 사실 기초자료다. 누가 혐의가 있고 기소 대상인지 결정하는 것은 경찰과 검찰로, 수사단에서 혐의가 있어 보인다고 한들 아무런 법적인 가치가 없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2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최근 논란이 생긴 것에 대해 "박 대령이 항명을 하면서 발생한 일"이라고 말했다.

유 대변인은 "모든 업무 처리에 대해 결재권자가 결재를 하더라도 이후에 다른 의견이 생기면 그것이 본격 시행되기 전에는 절차 진행을 멈출 수가 있다"며 "그런데 세 번에 걸친 지시를 완전히 무시하고 본인이 자기 뜻을 관철한다면서 (경찰에 사건을) 이첩시켰기 때문에 이게(문제가) 발생한 거지, 보류 지시 자체가 잘못된 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사건 축소 의혹과 관련해서는 "분명히 장관은 '추후 내가 출장을 갔다 와서 재검토할 테니 이첩을 보류하라'고 했지 그 수사 과정에서 축소하라거나 빼라는 조치를 지시했다는 내용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사단장 이하 관련자들의 모든 조사 내용이 다 경찰로 간다. 그럼 경찰에서 그걸 다시 판단하는 것"이라며 "어차피 그 자체가 결정 권한을 갖지 않기 때문에 축소 의혹이라는 것도 의미가 없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