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전 수사단장 구속영장청구서에 해당 내용 담겨.. 그간 국방부 해명과 배치
박 대령, 'VIP 개입 의혹' 주장에 힘 실려.. 녹취록도 나오나?
![이종섭 국방장관이 "혐의자를 특정 하지 말라"는 지시를 한 것으로 드러나며 'VIP 개입 의혹'을 제기한 박정훈 대령의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309/618937_420313_537.jpg)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군검찰이 청구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구속영장청구서에는 이종섭 국방장관이 '혐의자를 특정하지 말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그동안 국방부와 이 장관의 해명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으로 'VIP 개입 의혹'을 주장하고 있는 박 대령 측의 발언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번 구속영장청구서에 담긴 내용이 정권을 흔드는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지난 달 30일 국방부 검찰단이 중앙지역군사법원에 제출한 사전 구속영장청구서에는 해병대부사령관이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이첩보류' 등 지시를 받았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정종범 해병대부사령관은 7월 31일 오후 4시께 해병대사령부 회의실에서 해병대사령관, 해병대사령부참모장, 공보정훈실장, 비서실장, 정책실장, 박 전 단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회의에서 국방부 장관의 지시사항을 전달했다.
영장청구서에 담긴 장관의 지시사항은 ① 수사자료는 법무관리관실에서 최종 정리를 해야 하는데, 혐의자를 특정하지 않고, 경찰에 필요한 자료만 주면 된다 ② 수사결과는 경찰에서 최종 언론 설명 등을 하여야 한다 ③ 장관이 8월 9일 현안 보고 이후 조사 결과를 보고하여야 한다 ④ 유가족들이 오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박 전 단장측은 그동안 국방부 장관의 문서로 된 명시적 이첩보류 지시가 없었다고 주장해 왔으나 영장청구서에는 이를 반박하는 내용이 담긴 것이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혐의자를 특정하지 말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는 그간의 국방부 입장과는 배치된다.
이 장관은 지난 4일 국회 예결위 전체 회의에 출석한 자리에서도 "혐의자를 포함시키지 않고 보내야 한다는 이야기는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구속영장청구서를 보면 수사기관도 아닌 법무관리관실이 수사 자료를 최종 정리하라는 압력도 행사한 것으로 확인된다.
박 대령, 'VIP 개입 의혹' 주장에 힘 실려.. 녹취록도 나오나?
이에 따라 박 전 단장과 국방부간 진실공방에서 박 전 단장측이 유리해졌다는 평가다.
박 전 단장의 법률대리인 정관영 변호사는 5일 군검찰 수사 후 "박 대령은 메모를 꼼꼼히 했기 때문에 타임라인이 분(分) 단위로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정훈 대령님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기 때문에 진술 신빙성이 굉장히 힘이 있을 거라고 본다"며 "그래서 이제 진술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혹시 (군검찰이) 기소하게 된다면 법정에서까지 그 힘으로 밀어붙일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법률대리인인 김정민 변호사는 4일 언론과 인터뷰에서 박 대령은 처음부터 이 사건의 배후는 윤석열 대통령이라는 것을 알았다면서 윗선의 외압을 증명할 결정적 녹취록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박 단장이 처음부터 대통령이 개입돼 있는 사실을 알고 이 싸움을 시작한 것"이라며 "큰 전쟁이 될 수 있는 싸움을 시작하기 전에 단단히 무기부터 챙기는 게 상식 아니냐는 생각은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꼭 필요한 무기는 법무관리관 외압과 관련된 녹취, 해병대 사령관이 대통령을 언급한 녹취다"라며 "이 두 가지 녹취는 갖고 이 싸움을 벌였어야지 그렇지 않았다면 정말 좀 너무 순진했지 않으냐(고 본다)"며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만일, 수사 과정에서 윤 대통령이 개입됐다는 내용의 녹취록이 공개된다면 이는 정권에 심대한 타격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박근혜 탄핵으로 이어진 '국정농단' 사건의 촉발점인 '정윤회 최순실 국정개입 동향 문건' 유출 파동의 중심에 있었던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이종섭 장관이나 용산(대통령실)이 사건 잘못 건드리신 것 같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5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과거로부터 최고 권력은 자신들의 치부가 드러나면 그 치부를 고치려고 하기보다는 그 발설하는 사람 입을 틀어막거나 그 발설한 사람을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어 사건을 무마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번에도 그렇게 노력을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그런데 이종섭 장관이나 용산(대통령실)이 사건 잘못 건드리신 것 같다"며 "박 대령 자신이 워낙 강직한 분인 것 같고, 해병이라는 집단이 워낙 소수정예 강군인데다가 동료애가 강해 외부 상부의 압력에 굴하지 않는 특성이 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조 의원은 2014년 이른바 청와대 '정윤회 문건' 논란에 휩싸였던 것을 언급하며 "(박 대령의 경우도) 아주 고난하고 긴 싸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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