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이제 단식 거두고 건강 챙겨야".. '개딸'들도 단식 중단 요구
민주당 중진, 11일 단식장 방문해 단식 중단 요청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 "여당이 여당답게 진심으로 걱정해줘야" 쓴소리
국민의힘 지도부 "방탄 단식.. 다이어트" 이 대표 단식 연일 조롱

이재명 대표의 단식이 12일째 이어지면서 당내에서는 단식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단식 농성 12일째에 접어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불참하며 체력적 한계를 드러내자 당내에서 단식 중단 목소리가 점점 고개를 들고 있다. 여권 내에서도 이 대표의 건강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국민의힘 지도부는 연일 조롱에 가까운 대응을 이어가며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이 대표는 11일 오전 예정된 최고위 회의에 불참했다. 그간 단식 중에도 공식적인 회의나 행사에 모습을 드러냈으나 사실상 단식 후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불참한 것이다. 이 대표는 현재 당 대표실에 머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위급 상황은 아니나 일정 최소화 차원에서 최고위 회의를 불참키로 했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건강 상 위험 상태는 아니라는 설명이지만 단식이 열흘째를 넘어간 상황인 만큼 이 대표가 이제 체력적 한계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당내에서는 이 대표의 단식을 중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 회의에서 "이 대표 건강이 심히 걱정된다. 하루하루가 고통의 연속"이라며 "많은 당원과 지지자들로부터 대표 단식 중단을 요청하는 문자가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5선인 안민석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오늘 민주당 중진 의원들이 단식 농성장을 방문할 계획"이라며 "저 개인적으로는 오늘 단식을 만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당 대표가 12일째 단식 중인 상황에서 중진들이 가만히 있는 건 문제가 있고 사실 좀 늦은 감이 있다"며 좀 더 일찍 이 대표 손을 잡고 중단을 간청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중진 의원들은 이날 오전 이 대표 단식 농성장을 방문해 이 대표 건강을 우려하며 단식을 중단할 것을 권유했다. 박병석 의원을 포함해 김상희·김영주·김태년·노웅래·설훈·안규백·안민석·우상호·윤호중·이인영·정성호 의원 등 12명이 이 대표를 찾았다.

박병석 의원은 이 대표에게 "이미 단식을 시작한지 열흘이 넘었고 건강과 체력에 한계가 있어 보인다"며 "이제 단식을 중단하고 건강을 회복해야 여러가지 산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12일간 단식을 통해 이 대표 뜻이 국민들에게도 많이 인식되리라 생각된다"고 했다. 박 의원은 가부좌를 틀고 앉은 이 대표의 팔을 만져보며 이 대표의 건강을 염려하기도 했다.

이낙연, 이재명 찾아 "이제 단식 거두고 건강 챙겨야".. '개딸'들도 단식 중단 요구

이낙연 전 대표도 전날(10일) 이 대표를 찾아 "이제 단식을 거두고 건강을 챙겼으면 한다"고 단식 중단을 요청했다.

이 전 대표는 "걱정이 돼서 왔다. 많이 수척해졌다"면서 "앰뷸런스는 (인근에) 와 있는가. 다른 분들 단식할 때도 많이 가봤는데 어떤 순간을 넘으면 건강이 확 나빠지더라. 의사들 의견도 존중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 대표는 "아직 견딜 만하다"면서 "건강도 챙겨야 되겠지만 어쨌든 (윤석열 정부의) 폭주를 조금이라도 막아야 할 것 같아서"라고 말했다.

그러자 이 전 대표는 "그 싸움은 꽤 오래 걸릴지도 모르니까 건강은 지켜야 한다"며 "동지들도 걱정을 많이 하니 그 의견을 받아주고, 건강이 더 나빠지면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들도 이 대표의 단식 중단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 9일 민주당이 운영하는 청원 게시판에는 '이 대표 단식 중단 요청' 청원이 게재됐다.

이들은 네 가지 약속을 내걸면서 이 대표에게 단식을 멈추라고 제안했다. 청원인이 제시한 약속은 ▲지역구 의원에게 검사 탄핵에 앞장서라고 요구하겠다 ▲지역구 의원에게 일본산 농수산물 전면 수입 금지를 입법화하도록 요구하겠다 ▲지역구 의원에게 양평 고속도로 의혹,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을 낱낱이 파헤치라고 요청하겠다 ▲지역구 의원에게 해병대 상병 순직 사건 관련한 특검을 촉구하겠다는 것 등이다.

이처럼 당내에서 단식 중단 요청이 거세지고 있으나 단식을 끝날만한 뾰족한 계기가 없다는 점이 딜레마다.

이 대표가 단식 투쟁에 돌입하면서 내건 대통령 대국민 사죄, 전면적 국정 쇄신 및 개각 등 요구는 사실상 수용 가능성이 높지 않은 상황이고 여권 관계자의 방문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야권 일각에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나서서 역할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 시절이던 지난 2016년 만 10일 동안 이어 가던 단식 투쟁을 당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의 권고를 수용해 중단한 바 있다.

권칠승 수석 대변인은 최고위 후 기자들에게 "아직까지는 이 대표가 단식을 이어가겠다고 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 전 대통령의 방문 계획에 대한 질문에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답했다.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 "여당이 여당답게 진심으로 걱정해줘야"

한편, 국민의힘이 이 대표의 단식에 대해 조롱에 가까운 대응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이정현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 부위원장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상대 당 대표가 저렇게 하고 있을 때는 일단은 건강도 같이 걱정을 해줘야 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과거 새누리당 대표 시절 단식 경험이 있는 이 부위원장은 11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단식 중인 이 대표를 한 번 만나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한 뒤 "여당이 좀 여당답게 상대방을 파트너로, 경쟁자로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금 당 대표였다면 이 대표를 찾아갔겠나'라는 질문에 그는 "가고 안 가고가 문제가 아니라 진심으로 마음으로 건강을 걱정해 줘야 한다"며 "그게 정치다. 정치가 다 사람들 행복하고 잘 살게 하자고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정치인들이) 가장 모범적으로 국민들 대표해서 모범적으로 하는 사람들인데 상대방이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상대방 손을 잡아주고 그러고 나서 또 건강 회복한 뒤에 싸우면 된다. 한 번 싸우고 말 것인가? 그런 것은 정말 좀 통 크게 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야당, 이재명 씨를 대표로 모시고 있는 야당의 경우는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만류해야 한다"며 "자산 아닌가? 당대표이고 대통령 후보였으면 자기 당의 자산인데 스스로 저렇게 망가뜨리고 있는 것을 옆에서 지켜만 보고 말로만 위로하는 척하고 내버려 두나?"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지도부 "방탄 단식.. 다이어트" 이 대표 단식 연일 조롱

하지만, 국민의힘 지도부는 연일 이 대표를 향해 막말 수준의 비판을 이어가며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특히, 이 대표가 지난 9일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의혹 검찰 조사 중 '건강상 문제'로 중단한 것을 두고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당당히 조사받겠다더니 역시 꼼수였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피의자로서 조서 서명 날인도 거부했다는 것이니, 검찰수사를 방해하면서 자신에 대한 수사의 근거가 무엇인지 정보를 얻는 법꾸라지 같다"며 "사전에도 없는 출퇴근 단식 쇼, 당당한 꼼수, 망신스런 혁신, 부정부패하는 민주화 등등 언어유희의 극치를 보는 느낌"이라고 밝혔다.

유상범 수석대변인도 10일 국회 브리핑에서 "명분 없는 단식 쇼를 벌이고 건강 이상설을 흘리며 8시간 만에 제멋대로 조사를 중단시키는 것은 사실상 수사 방해"라고 비판했다.

유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을 마친 뒤 취재진에게 "이 대표가 단식 10일째인데도 검찰에 직접 들어가서 성명까지 낭독할 정도면 앞으로도 충분히 오랜 기간 단식은 가능해 보인다"며 "건강을 위한 다이어트도 충분해 보인다"고 비꼬았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단식으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민주투사 코스프레로 부끄러운 혐의를 포장"하려 한다며 "수사방해용 단식을 중단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단식을 개인을 위한 단식이라고 보나'라는 질문에도 김 최고위원은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한 방탄 단식이라고 생각한다"고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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