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외투표 없이 관내투표로만 역대급 사전투표율 22.64% 기록
野지지자, 정권 심판 위해 ‘분노투표’ 대거 나선 듯

[그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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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뉴스 서경선 기자] 2022년 지방선거에서 투표를 포기했던 야당 지지자들이 투표장으로 대거 돌아오고 있다. 야당 지지자가 많이 참여하는 사전투표의 ‘역대급’ 투표율이 야당 지지자의 귀환을 보여준다. 6일과 7일 이틀간 실시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의 사전투표율 22.64%(선거인수 500,603명, 투표수 113,313명)는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를 통틀어 역대 최고의 투표율이다.

사전투표는 2013년 도입 이후 야당 지지자의 참여가 높았다. 민주당 후보가 2022년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16년 만에 패배했지만, 사전투표에서는 국민의힘 후보를 이겼다. 당시 민주당 김승현 후보는 득표율이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보다 2.6%p 뒤져 낙선했지만 사전투표에서는 5.4%p 앞섰다. 사전투표 중 관외투표의 득표율 격차는 9.4%p, 관내투표는 3.8%p였다. 20대 대통령선거에서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강서구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보다 득표율이 2.2%p 높았다. 사전투표만 놓고 보면 12.5%p 앞섰고, 그 중 관내투표에서는 무려 14.1%p까지 벌어졌다. 이처럼 사전투표는 야당 지지자가 여당 지지자보다 더 많이 참여한다.

<최근 사전투표에서 정당별 득표율 현황_서울 강서구>

국민의힘 지지자도 이번 사전투표에 적극 참여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과거 투표 결과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민주당 지지자가 사전투표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 온 '전통'이 이번 선거에서 바뀔 확률은 매우 낮다. 이러한 점은 리얼미터가 9월 18∼19일 강서구 유권자 803명을 대상으로 벌인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된다. 비록 공식 선거운동 시작 전에 실시된 조사이긴 하지만 투표 의향을 묻는 말에 56.5%가 ‘반드시 투표하겠다’라고 응답했다. 민주당 지지자는 63.6%가 ‘반드시 투표하겠다’라고 답변해 국민의힘 지지자(56.8%)보다 적극 투표 의향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 42.3%, 국민의힘 33.6%였고, 후보 지지도는 민주당 진교훈 후보 44.6%,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 37.0%였다.

국민의힘 지지자의 투표 의향이 떨어지는 이유는 이번 보궐선거의 원인을 제공한 당사자가 다시 국민의힘 공천을 받아 출마하여 투표 명분이 떨어지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또한 윤석열 정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높아 투표 의향이 위축될 소지도 있다. 이 점은 앞서 인용된 리얼미터 조사에서 각 후보의 지지자가 후보 선택 기준을 '소속 정당'으로 꼽은 비율이 진교훈 후보는 30.5%로 높았던 것에 비해 김태우 후보는 19.8%로 낮게 나타난 것을 비교하면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다. 

높은 사전투표율과 관련하여 주목할 점은 이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강서구에서만 실시되어 관외투표 없이 관내투표만으로 진행되었는데도 역대급으로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전국 선거의 경우 누구나 전국 모든 사전투표소에서 편리하게 투표할 수 있어 관외투표자가 사전투표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5∼30%가량 된다. 2022년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관외투표자 31,431명으로 사전투표자(103,109명)의 30.5%를 차지했다. 같은 해 20대 대통령선거에서는 관외투표자 46,302명으로 사전투표자(183,336명)의 25.3%였다.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사전투표가 서울시 관내에서만 실시되어 관외투표자의 비중이 떨어졌다. 당시 강서구의 관외투표자는 13,460명으로 사전투표자(108,368명)의 12.4%를 차지했다.

이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관외투표 없이 관내투표만으로 역대급 사전투표율을 기록한 것은 그만큼 야당 지지자의 투표 참여 열기가 뜨겁다는 뜻이다. 윤석열 정권의 ‘실정’을 심판하려는 야당 지지자의 분노가 투표로 표출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2022년 8회 지방선거는 상당수 야당 지지자들이 직전의 20대 대통령선거 결과에 실망하여 투표를 포기하는 바람에 투표율(전국 50.9%, 강서구 51.7%)이 역대 지방선거 중 두 번째로 저조했다. 당시 투표에 불참했던 야당 지지자가 이제 투표장으로 돌아오고 있다. 본투표에서도 야당 지지자의 귀환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도·무당층의 투표율도 동반 상승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투표율이 40% 중반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전투표 열기가 최종적으로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6개월 앞으로 다가온 내년 총선의 전초전이자 서울 민심의 바로미터다. 이번 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정부·여당은 물론 야당에도 메가톤급 파장이 밀려올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정부·여당에 엄청난 충격파가 가해질 것으로 보인다.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의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최근 선거의 사전투표율 현황_서울 강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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