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감축예산 확대로 탄소 감축·녹색 보호무역주의·에너지 안보 대응해야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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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뉴스 서경선 기자] 정부가 내년 온실가스감축예산을 올해보다 1조원 이상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최근 발간한 ‘2024년도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서 분석’에서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4년도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안이 10조 8776억원으로 전년 대비 1조 52억원(8.5%) 감소했다고 밝혔다.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서는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는 사업을 대상으로 작성된다. 정부 각 부처의 예산사업을 온실가스 감축과 배출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해 감축사업 예산은 확대하고 배출사업 예산은 축소하는 방향으로 운영하기 위해 작성하는 예산서이다. 2024년도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서의 대상사업은 16개 중앙부처가 제출한 294개이다.

나라살림연구소가 294개 사업을 감축 유형별로 분류하여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CCUS(37.6%), 폐기물(21%), 에너지 전환(17.7%) 순으로 전년 대비 예산 감소율이 높다. 금액으로는 에너지 전환 부문이 3270억원 줄어 감소폭이 가장 크다. 이는 이산화탄소를 2018년 대비 40%까지 감축하기로 한 2030 NDC(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환부문에서 1억 2370만tCO₂eq(이산화탄소 환산량)의 감축이 필요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지 않다.

국제감축(238%), 수소(15.8%), 산업(6.6%) 부문은 예산이 늘었다. 국제감축 부문의 예산이 급증한 것은 국내에서의 재생에너지 목표 비율 축소로 인해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에 차질이 생길 것을 대비해 해외의 탄소감축 사업을 확대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국제감축은 해외의 탄소감축 사업을 지원하고, 그에 따른 감축량을 인정받는 제도를 일컫는다. 윤석열 정부는 2021년 문재인 정부가 세운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 목표 30.2%를 21.6%로 낮춘 바 있다. 이에 비해 온실가스 국제감축 부문 목표치는 33.5%(3350만t)에서 37.5%(3750만t)로 4%포인트(400만t) 높여 잡았다.

그러나 국제감축 사업 기회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 2015년 파리협정 이후 개도국도 감축 의무를 부담하면서 국제 감축분을 가져가기 힘들어졌고, 일본 등 경쟁국이 개도국 사업을 선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과 국제감축이 인정되는 국가간 협약이 체결된 나라는 베트남, 몽골 등 고작 2곳뿐이다.

기후위기에 대응하지 못하면 경제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는 경고가 쏟아진다. 한국은 수출의존도가 높은 나라이다. EU와 미국이 기후위기 대응을 명분 삼아 탄소국경제도 등 새로운 무역 장벽을 세우고 있다.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업종 중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에 포함된 철강, 석유화학, 디스플레이 등 에너지 다소비 업종이 대부분이다.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Renewable Energy 100%)도 글로벌 스탠더드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정부는 민간 주도의 RE100에 대응하여 CF100(원전이 포함된 무탄소에너지 100% 사용, Carbon Free 100%)을 추진하고 있다. 자발적인 민간 캠페인에 정부가 개입하여 대응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모양새다. CF100의 실효성도 의문이다. RE100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애플 등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거래 중단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지만 민간 기업의 결정에 CF100이 관여하거나 대응하기 어렵다.

한국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0%를 넘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등 국제 정세 불안으로 에너지 수입 가격이 상승하면 에너지 안보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이미 세계적인 흐름이다. 정부는 더 늦기 전에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것은 물론 녹색 보호무역주의와 에너지 안보에 대응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확대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그 시작은 내년도 온실가스감축예산을 늘리는 것이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자료=국회예산정책처]
[자료=국회예산정책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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