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유엔사가 北 적화통일 걸림돌" "반국가 세력, 유엔사 해체 주장"
김영호 "종전선언, 유엔사 해체 빌미" 반기문 "유엔사를 남북관계 장애물로 몰아가"
국방부, 유엔사 회원국과 한-유엔사 국방장관 회의 개최
유엔사, 과거 남북관계 개입하며 주권 침해 비판도 제기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유엔사 주요 직위자 초청 간담회에 입장하며 참석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유엔사 주요 직위자 초청 간담회에 입장하며 참석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최근 윤석열 정부가 유엔사의 지위와 역할을 강조하며 안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올해 내내 유엔사가 대한민국의 중요한 안보 파트너라고 추켜 세웠으며, 신원식 국방장관과 김영호 통일부 장관 등 정부 관계자들도 유엔사와 스킨십을 확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엔사가 남북간 우발적 군사충돌을 관리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 정부에서는 남북 교류에 제동을 걸며 주권 침해 논란도 발생한 바 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지난 20일 경기도 평택에 있는 캠프 험프리스의 유엔군사령부(UNC·유엔사)를 방문해 폴 러캐머라 사령관을 만나 협력 강화방안을 논의했다.

통일부 장관이 청사 등에서 유엔사 지휘부를 만난 적은 있으나 유엔사 본부를 방문한 것은 처음이다.

김 장관은 이날 러캐머라 사령관에게 "유엔사는 6·25전쟁에서 국군과 함께 북한의 남침을 격퇴해 대한민국을 지켜냈고, 전후 70년간 정전협정의 이행·준수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으며, 유사시에는 전력을 제공하게 된다"며 유엔사가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를 위한 핵심적 역할을 하는 데 대해 사의를 표했다.

김 장관은 또 "한반도 평화유지뿐 아니라 통일과정에서도 유엔사 및 회원국과 협력 파트너로서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러캐머라 사령관에게 정기적 소통체계 구축, 상호 강의·방문 프로그램 운영, 판문점 견학 재개 등을 제안했다고 통일부는 설명했다.

러캐머라 사령관은 정전협정 이행 등 한반도 평화를 지키기 위한 유엔사의 역할과 노력을 설명하고 앞으로 유엔사, 유엔사 회원국과 통일부의 협력 확대 필요성에 공감했다고 통일부는 전했다.

이번 김 장관의 유엔사 방문은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유엔사와의 협력 강화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김 장관의 유엔사 방문에 대해 "윤석열 정부의 유엔사 중시 정책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이번 면담이 유엔사의 한국 안보에 대한 중요성과 가치를 재인식하고 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 "반국가 세력, 유엔사 해체하는 '종전선언' 노래".. 유엔사 역할 중시

윤석열 대통령은 '종전선언'을 추진해온 문재인 정부와 달리 '정전협정' 유지를 주 임무로 하는 유엔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할 경우, 6·25전쟁 이후 정전체제를 관리해온 유엔사의 존재근거가 희미해진다. 때문에 전임 정부에서는 유엔사가 홀대 받는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윤 대통령은 지난 6월 자유총연맹 창립 축사에서 "반국가 세력들은 북한 공산집단의 제재를 풀어달라 읍소하고, 유엔사를 해체하는 '종전선언'을 노래 부르고 다녔다"고 말했으며, 지난달 27일 정전협정 70주년 기념식에선 "오늘의 대한민국은 유엔군의 희생과 헌신, 그리고 피 묻은 군복 위에 서 있다"며 "유엔군사령부의 역할은 유엔의 역사에서도 유일하며, 무엇보다 자유를 위해 연대하겠다는 국제사회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각별하다"고 말했다.

지난 10일에는 윤 대통령이 유엔군사령부 주요 직위자들을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해 간담회를 가졌다. 한국 대통령이 유엔사 관계자들과 비공개가 아닌, 공식적으로 소통의 자리를 마련한 건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유엔사에 대해 "자유 대한민국을 지켜내고, 지금까지도 한반도 평화 유지의 핵심적인 역할을 다하고 있다"며 "한반도에 전쟁이 발발할 경우 즉각 우리 우방군의 전력을 통합해 한미연합사령부에 제공하는 등 대한민국을 방위하는 강력한 힘"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은 지금도 유엔사를 한반도 적화통일의 최대 걸림돌로 여기고 있다"며 "이것이 북한과 그들을 추종하는 반국가 세력들이 종전선언과 연계하여 유엔사 해체를 끊임없이 주장하고 있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간담회 후 대통령실 관계자는 "평화협정 시도 같은 것들이 유엔사 기능의 약화를 가져올 우려가 있었기 때문에, 유엔사가 한반도 평화와 안보에 주는 중요성을 환기하는 취지"라며 "역대 대통령이 유엔사 간담회는 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폴 러캐머라 유엔군사령관 만난 김영호 장관 [사진=연합뉴스]
폴 러캐머라 유엔군사령관 만난 김영호 장관 [사진=연합뉴스]

김영호 "종전선언, 유엔사 해체 빌미 제공" 반기문 "유엔사를 남북관계 장애물로 몰아가"

윤 대통령 뿐만 아니라 통일부 장관이나 국방부 장관도 유엔사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인사청문회에 앞서 '종전선언'이 유엔군사령부의 해체를 불러오는 만큼,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해철 의원실이 인사청문회 전 김 후보자 측으로부터 제출받은 답변서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종전선언이 유엔사 해체와 관련이 있다는 윤 대통령의 견해에 대한 입장 및 동의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김 후보자는 "종전선언은 북한에 유엔사 해체를 주장하는 빌미를 제공하는 등 유엔사의 지위와 한미동맹의 역할에 부정적 영향을 줘 우리 안보를 위태롭게 할 우려가 크다"면서 "북한이 모든 대화를 거부하고 도발을 지속하는 상황에서 종전선언은 비핵화에 실질적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말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지난 7일 한-유엔군사령부친선협회 주관으로 개최된 '대한민국 안보와 유엔군사령부' 세미나에 축사를 보냈는데 유엔사의 역할과 중요성을 언급했다.

신 장관은 "유엔군사령부는 참전용사들의 정신과 의지를 이어받아 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대한민국을 굳건히 지켜왔다"며 "정전협정 유지와 유사시 전력 제공 약속을 통해 대한민국의 발전과 번영에 이바지했다"고 강조했다.

다른 참석자들도 유엔사의 역할에 대해 강조했다.

앤드루 해리슨 유엔사 부사령관(영국군 중장)은 "유엔사는 대한민국과 두려운 순간에 함께 걷고 혹한의 추위에도 손 놓지 않았으며 포탄 앞에서 전사하는 순간도 함께했다"면서 "대한민국 옆에서 언제나 전쟁을 억제하고 나란히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전임 정부에서 추진한 종전선언이 결국 '유엔사 해체'를 도모하려는 움직임이었다고 비판했다.

반 전 총장은 "핵과 미사일에 모든 것을 쏟아부으며 주민의 삶을 세계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뜨리는 북한에는 입 닫은 채 종전과 평화라는 허상에 사로잡힌 사람은 유엔사를 남북관계 장애물로 몰아갔다"며 문재인 전 대통령을 겨냥했다.

한·유엔사 회원국 국방장관회의에서 신원식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 및 각국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유엔사 회원국 국방장관회의에서 신원식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 및 각국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방부, 유엔사 회원국과 한-유엔사 국방장관 회의 개최

유엔군사령부 회원국들은 14일 "유엔의 원칙에 반하여 한반도에서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적대행위나 무력공격이 재개될 경우 공동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을 비롯한 17개 유엔사 회원국 대표들은 이날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제1회 한·유엔사 국방장관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참석자들은 다수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한 북한의 불법적인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해 강력히 규탄했다"며 북한의 불법행위 중단과 이를 위한 국제사회의 역할을 촉구했다.

또 현재의 안보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한미동맹과 유엔사 회원국 사이의 연합연습과 훈련을 활성화하여 상호 교류와 협력을 지속적으로 증대하기로 합의했다.

참석자들은 또 "지난 70년 동안 유엔사가 한반도에서 전쟁을 억제하는 데 효과적으로 기여해왔다"며 "정전협정은 한반도에서 적대행위를 중단하고 이를 유지하기 위한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평가했다.

신 장관은 북한 도발 시 "유엔사를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강력한 응징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며 "6·25전쟁 때 북한을 도왔던 나라들이 또 돕겠다고 나선다면 그 나라들 역시 북한과 같은 응징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방부는 앞으로 한·유엔사 국방장관회의를 정례화할 방침이다.

유엔사, 우발적 군사 충돌 방지 임무.. 과거 남북관계 개입하며 주권 침해 비판도 제기

현 정부는 유엔사가 우리 안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입장이지만 유엔사는 정전협정에 어긋나는 우발적인 군사 충돌을 방지하는 것이 기본 책무다. 하지만, 남북 교류·협력이 한창일 때 우발적 충돌 가능성을 이유로 제동을 걸며 주권 침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지난 2018년 남북 경의선 철도 연결 사업을 추진하던 남북이 북측 철도에 대한 공동조사를 시행하려고 했지만 유엔사는 제동을 걸었고 같은 해 독감 치료제 타미플루를 북측에 지원하려던 사업도 무산됐다.

또, 2019년 정부가 독일 정부 대표단을 초청해 강원 고성 DMZ 내 감시초소(GP)에 찾아가는 행사를 기획했지만 이뤄지지 못했고 김연철 당시 통일부 장관은 DMZ 내 민간인 거주 지역인 대성동 마을을 방문할 수 없었다.

이에 유엔사가 주권을 침해한다는 비판과 미국이 유엔사를 이용해 남북관계에 부당하게 개입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유엔사 임무를 규정하는 정전협정이 군사적 합의인 만큼 유엔사 업무도 군사적 성질에 한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현 정부의 주장과 달리 유엔사 해체와 종전선언은 개념적으로 무관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유엔군 사령관은 2018년 미 상원 청문회에서 "남북한이 평화협정을 체결해도 두 나라 간 합의이기 때문에 안보리 결의에 따라 (유엔군 사령관이) 서명한 정전협정을 무효화하지 않는다"며 유엔 차원에서 별도 해체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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