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미' 민진당 12년 연속 집권.. '함박웃음' 바이든 "대만독립 지지 안해" 표정관리
中 "민진당, 주류 민의 대표 못해" 평가절하.. 축하 성명 낸 미·일·영에 강력 반발
왕이 부장 "대만독립은 죽음의 길… 중국, 결국 통일"
"대만 해상봉쇄시 한국군 투입 가능성" VS "경제난, 몇년 간 군사행동 어려워"
![대만 총통 선거에서 친미·반중 민주진보당이 승리하면서 대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다시 고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401/631109_434112_813.jpg)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미중 대리전'이라 불렸던 대만 총통 선거에서 '친미·반중' 민주진보당(민진당)이 승리하면서 대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다시 고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단 미국은 선거 결과가 나온 직후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며 중국 달래기에 나섰다. 하지만 중국은 이번 선거에서 민진당 후보가 당선될 경우 대만해협의 전쟁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 경고한 바가 있는 만큼 경제·안보 분야에서 후폭풍이 예상된다.
'친미' 민진당 12년 연속 집권.. '함박웃음' 바이든 "대만독립 지지 안해" 표정관리
지난 13일 제16대 대만 총통 선거에서 친미 독립 성향 집권 민주진보당의 라이칭더 후보가 득표율 40.05%로 승리했다. 친중 제1야당 국민당 허우유이 후보와 중도 제2야당 민중당 커원저 후보는 각각 득표율 33.49%, 26.46%로 낙선했다. 이에 따라 민주진보당은 12년 연속 집권을 이어가게 됐다.
라이 당선인은 당선 기자회견에서 "지구촌 첫 대선에서 대만이 민주진영 첫 번째 승리를 가져왔다"며 "대만이 전세계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사이에서 계속 민주주의의 편에 서기로 결정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기존 민진당 차이 정부가 8년 집권한데 이어 4년 더 친미·반중 정권이 이어지자 미국은 웃음을 숨긴 채 중국을 자극하지 않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우리는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FT(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이 대만 정책과 관련해 구사하는 가장 표준적인 언어 중 하나"라며 "양안 갈등이 양국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으로 강압 없이 평화롭게 해결돼야 한다는 요구와 함께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또, 대만에 환영 인사를 위한 대표단을 파견하면서도 전례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을 별도로 냈다.
미국은 민진당이 정권을 잡았던 2000년, 2016년 선거 이후에도 대만에 대표단을 보낸 전례가 있다. 국민당이 정권을 되찾았던 2008년에는 대만 주재 미 대사관 격인 미국재대만협회(AIT) 회장이 대만을 찾았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401/631109_434113_853.jpg)
中 "민진당, 주류 민의 대표 못해" 평가절하.. 축하 성명 낸 미·일·영에 강력 반발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중국은 날선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민진당이 과반을 차지하지 못한 것을 지적하며 주류 민의를 대표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절하했으며, 축하 성명을 낸 미국과 일본, 영국에 항의의 뜻을 보이기도 했다.
중국의 대만 담당 기구인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은 라이 후보 당선이 확정되고 2시간여가 지난 후 발표한 입장문에서 "이번 대만 지역의 두 선거(대선과 총선) 결과는 민진당이 섬(대만) 안의 주류 민의를 대표하지 못한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대만은 '중국의 대만'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선거는 양안 관계의 기본 구도와 발전 방향을 바꿀 수 없고, 양안의 동포가 갈수록 가깝고 친밀해지려는 공동의 바람을 바꿀 수 없다"면서 "조국이 결국 통일될 것이고, 필연적으로 통일될 것이라는 점은 더욱 막을 수 없다"고 했다.
중국 외교부는 민진당 승리에 축하의 메시지를 보낸 미국, 일본, 영국에 불만을 표했다.
앞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성명을 내고 "미국은 라이 박사의 총통 선거 승리를 축하한다"며 "대만인들이 민주주의 시스템과 선거의 힘을 다시 한 번 보여준 것에 대해서도 축하한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이어 "미국의 '하나의 중국' 정책에 부합하는 (대만과의) 오랜 비공식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미국은 라이 당선인과 대만 내 모든 정당 지도자들과 협력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중국 외교부는 14일 별도의 담화를 내고 "미국이 대만 선거와 관련해 입장을 낸 것은 하나의 중국 원칙과 중미 공동 코뮈니케를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는 대만과 문화, 비즈니스 등 분야에서 공식적인 관계를 유지하지 않겠다는 미국 측의 정치적 약속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라며 "이에 대해 강력한 불만과 엄정한 교섭을 제안했다"고 말헀다. 중국은 특정 사안에 대해 외교 경로로 항의한 경우 '엄정한 교섭을 제기했다'고 표현하고 있다.
그러면서 "중국은 항상 미국과 대만이 어떠한 형태의 공식적 왕래를 하는 것을 단호하게 반대하고 미국이 어떤 방식으로든 대만 문제에 간섭하는 것을 단호하게 반대한다"고 지적했다.
외교부는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과 중미 3개 공동 코뮈니케를 성실하게 준수하고 대만 문제를 도구화해 중국을 억제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며 "'대만 독립' 분열 세력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일본 주재 중국대사관에 대해서도 "대만 선거 결과가 발표되자 일본 외무상은 공공연하게 축하의 뜻을 밝혔다"며 "이는 중국의 내정에 심각하게 간섭하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자 중일 4대 정치 문서의 정신에 심각하게 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영국 주재 중국 대사관도 "영국 측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단호하게 반대한다"며 "대만 문제는 전적으로 중국의 내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우리 정부는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유지되고 양안(중국-대만)관계가 평화적으로 발전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14일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우리 정부의 대만 관련 기본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며 "앞으로도 대만과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협력을 계속 증진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왕이 부장 "대만독립은 죽음의 길… 중국, 결국 통일"
중국 외교라인 1인자인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은 강경한 어조로 "대만독립은 죽음의 길"이라며 '하나의 중국' 원칙과 중국의 통일 의지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14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이집트를 방문 중인 왕 주임은 이날 사메 수크리 이집트 외무장관과의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대만 지역의 선거는 중국의 지방 사무"라면서 "선거 결과가 어떻든 세계에는 오직 하나의 중국이 있고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는 기본 사실은 바꿀 수 없으며 국제사회가 하나의 중국 원칙이라는 보편적 공동인식을 견지하는 것도 변화시킬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대만 독립은 대만 동포의 안녕을 위협하고 중화민족의 근본적 이익을 훼손하며 대만해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는 끊어진 길이요, 더욱이는 죽음의 길"이라며 "중국은 결국 완전한 통일을 실현하고 대만은 반드시 조국의 품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왕 부장은 "80년 전 중국, 미국, 영국은 카이로 선언을 발표해 '일본에 빼앗긴 중국 영토인 대만을 중국에 반환해야 한다'고 명백히 규정했다"며 "포츠담 선언은 카이로 선언 조항 이행을 명시했으며, 일본은 포츠담 선언을 수락해 무조건 항복을 선언했다"면서 국제법상 대만은 중국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만의 독립은 과거에도, 미래에도 결코 성공한 적 없다!"며 "대만 독립에 관여하는 건 중국 영토를 분열시키는 행위이며, 역사와 법에 따라 엄중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외교부가 발표하는 공식 발언 서면 자료에 느낌표(!)가 들어가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해병대 상륙훈련 모습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401/631109_434114_90.jpg)
"중국 대만 해상봉쇄시 한국군 투입 가능성" VS "경제 급한 중국, 몇년 간 군사행동 어려워"
이번 선거 결과 이후 정세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로 미중 갈등이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대만해협을 봉쇄하는 등의 실력행사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총통 취임식이 치러지는 오는 5월 20일까지 중국이 군사훈련 등을 명분으로 대만을 겨냥한 대규모 무력시위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 경제적 타격을 노리고 세금 감면 중단, 특정 제품 수입 중단 등의 보다 더 강력한 경제 제재에 나설 것으로도 보인다.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중국이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는 만큼 향후 몇 년 간 군사행동은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이 라이칭더 당선에 대해 "양안 관계의 기본 구도와 발전 방향을 바꿀 수 없다"고 언급한 것을 놓고 "벼랑끝 전술과 긴장이 지속되고, 필시 더욱 심해질 것임을 사실상 확인한 것"이라고 전망했다.
켄턴 티보 애틀랜틱카운슬 디지털포렌식연구소 중국 선임연구원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중국 행보에 대해 "경제적 강압, 안보영역 긴장 고조, 미국과 민진당이 아태 지역을 불안정하게 한다는 서사의 전략적 배치가 뒤따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 전문가인 김희교 광운대 교수는 유튜브 김어준의다스뵈이다에 출연해 재작년 8월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과 작년 4월 차이 총통의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과의 방미 회동을 빌미로 중국이 대만 봉쇄 군사훈련을 했던 것을 언급하며 중국이 또다시 무력시위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중국과 대만 사이를 가로지르는 대만해협은 국제 교역의 주요 항로다. 만일 중국이 실제로 대만에 대한 경제 봉쇄에 나선다면 반도체를 비롯한 글로벌 공급망에 큰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애틀랜틱카운슬의 훙쩐 비상임 선임연구원은 14일 홈페이지에 대만 해상 봉쇄 시나리오를 언급하며 "대만은 전 세계 반도체 칩의 63%, 첨단 칩의 73%를 공급하는 글로벌 교역의 중요한 일부"라며 부분적인 해상 봉쇄만으로도 반도체 가격과 국제 공급망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중국이 전쟁 없이 대만 봉쇄에 나선다면 세계 경제 국내총생산(GDP)이 5% 감소할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문제는 중국의 대만 해상 봉쇄를 미국이 그냥 두고 보지 않을 경우 대만 해협에서 실제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럴 경우 한미일 3국 협력에 의해 한국군이 대만 해협에 투입될 가능성도 생긴다. 더구나 미국은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지원으로 여력이 없다면서 한국과 일본에게 역할을 떠넘길 수 있고, 일본은 자위대는 헌법상 방어만 가능하다며 발을 뺄 가능성이 다분하다. 결국, 애꿎은 한국이 중국군과 교전을 벌여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3월 실시한 사단급 한미 해병대 상륙훈련도 대만 해협 봉쇄를 가정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반면, 중국이 대만에 으름장을 놓고 있지만 당장 대규모 무력 사용에 나서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블룸버그 통신은 전문가를 인용해 "중국 경제는 한때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었던 부동산 시장이 수렁에 빠졌고, 그 결과 중국은 수십년 만에 가장 심각한 경기 침체 위기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시진핑 국가주석으로선 이런 상황으로 선택에 제약을 받고 있다"며 "앞으로 몇 년 동안은 주요 군사행동을 검토할 가능성이 낮다"고 전망했다.
다만 "대만을 국제적으로 고립시키고 내부적으로 분열시키는 등 대만의 자체 회복력을 소진시키려는 노력을 두 배로 늘릴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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