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비대위 전환 결정.. 공관위 및 선대위도 순차 구성
김기현, 전당대회서 '윤심' 등에 업고 대표직 올라.. 임기 내내 '용산 출장소' 비판
이준석 "전투에서 졌는데 지휘관은 네덜란드에" 이언주 "대통령 사과 탈당이 먼저"
민주 "용산 직할체제 위한 사전정지작업" "한동훈 여의도 출근 가까워져"
시선은 공천관리위원장에.. 김 대표 퇴진으로 '공천파동' 가능성 차단 효과

지난 전당대회에서 이른바 '윤심'을 등에 업고 당의 핵심으로 부상한 김기현 대표와 장제원 의원 '김장연대'가 퇴진하며 당이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전당대회에서 이른바 '윤심'을 등에 업고 당의 핵심으로 부상한 김기현 대표와 장제원 의원 '김장연대'가 퇴진하며 당이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지난 전당대회에서 이른바 '윤심'을 등에 업고 당의 핵심으로 부상한 김기현 대표와 장제원 의원 '김장연대'가 퇴진하며 당이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용산 출장소'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윤 대통령의 의중을 따라왔지만 인요한 혁신위의 '중진 희생론'에 '김건희 특검' 카드로 윤에 전면 반기를 들다 결국 퇴진으로 이어진 것. 이번 '구 친윤(舊尹)'인 김장연대의 퇴진으로 윤 대통령은 한동훈, 김한길, 원희룡 등 '신 친윤(新尹) 체제'로 비대위를 구성해 내년 총선 공천권을 장악하고 용산 직할체제(尹직할체제)를 만드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기현 대표는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오늘부로 국민의힘 당 대표직을 내려놓는다"고 사퇴의 변을 밝혔다.

김 대표는 "지난 9개월 동안 켜켜이 쌓여온 신(新)적폐를 청산하고 대한민국의 정상화와 국민의힘, 나아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이라는 막중한 사명감을 안고 진심을 다해 일했지만, 그 사명을 완수하지 못하고 소임을 내려놓게 되어 송구한 마음 뿐"이라며 "우리 당이 지금 처한 모든 상황에 대한 책임은 당 대표인 저의 몫이며, 그에 따른 어떤 비판도 오롯이 저의 몫"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14일 김기현 전 대표의 사퇴에 따라 당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윤재옥 당 대표 권한대행은 김 전 대표 사퇴 다음 날인 이날 오전 중진연석회의와 최고위원회의를 잇달아 연 뒤 기자들과 만나 "전당대회를 열 상황이 안 된다고 다들 의견을 모아서 비대위 체제로 빨리 지도체제를 구성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냈다"고 밝혔다.

비대위원장 인선 기준에 대해선 "국민 눈높이에 맞고 국민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분, 총선 승리라는 지상과제를 달성할 능력과 실력을 갖춘 분, 그런 기준으로 물색해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공동비대위원장 가능성에 대해 개인 의견을 전제로 "공동비대위원장보다는 한 명이 하는 것이 훨씬 조직 운영에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윤 권한대행은 "지금 비대위,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 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 등 구성해야 하는 큰 조직이 3가지 있는데, 이 조직을 어떤 순서로 구성할지도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여러 의원의 의견을 들어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준석 "전투에서 졌는데 지휘관은 네덜란드에" 이언주 "대통령 사과 탈당이 먼저"

김기현 대표 체제가 종료되면서 정치권에서는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의 실패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 대표가 지난 전당대회에서 최종 승자가 된 국면마다 '윤심'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김 대표는 '윤핵관' 장제원 의원과 '김장연대'를 결성하면서 안철수, 나경원, 유승민을 밀어냈다. 당시 용산 대통령실은 노골적으로 안철수 의원과 나경원 전 의원을 압박하며 물러나게 만들었다.

이렇게 출범한 김기현 지도부는 용산과의 당정일체에 열을 올렸다. 윤 대통령의 이념전쟁 논란, 부적절한 인선 등 잘못된 국정운영에도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그렇다보니 '용산 출장소'라는 비판이 늘 꼬리표처럼 따랐고, 지지율 하락도 면치 못했다.

특히, 지난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로 김태우 전 구청장을 공천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당초 당 지도부는 보궐선거 책임을 이유로 후보를 내지 않기로 했으나 윤 대통령이 김 전 구청장을 대법원 확정 판결 3개월여 만에 특별사면하면서 김 전 구청장을 후보로 내세웠다. 결과는 국민의힘의 참패로 이어졌다.

그러자 당내 비주류를 중심으로 김 대표 사퇴 요구가 쏟아졌다. 이를 수습하기 위해 출범한 인요한 혁신위도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빈손 해산했다. 오히려 혁신위는 당 지도부·중진·윤핵관을 대상으로 사실상 '용퇴'를 촉구하면서 지도부를 더욱 흔들었다.

이후 지난 11일 혁신위가 조기해산하고 12일 장제원 의원의 불출마 선언이 이어졌으며, 13일 김기현 대표가 사퇴하는데 이르렀다.

김기현 대표는 임기내내 '용산출장소'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사진=연합뉴스]
김기현 대표는 임기내내 '용산출장소'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사진=연합뉴스]

일련의 사태에 대해 이준석 전 대표는 13일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지금 발생한 상황의 가장 큰 책임은 김 대표가 아니니 조금 여유를 가지시라고 했다"며 "전투에서 졌는데 지휘관은 멀쩡하게 네덜란드에 있고, 군단장 정도를 원흉으로 모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가장 큰 책임은 윤 대통령에게 있는데, 김 대표만 억울하게 토사구팽 신세가 됐다는 취지다.

이언주 전 국민의힘 의원도 13일 페이스북에 "어차피 부족함이 많아 내려오는 게 맞지만 너무나 개운치 않다"며 "이준석 대표에 이어 김기현 대표까지 심지어 3% 지지율을 대통령이 억지로 밀어서 만든 대표로 온갖 수모를 겪으며 대통령의 수족 역할을 다해왔는데 이젠 필요 없으니 토사구팽이라, 정치는 신의가 있어야 하는데 이 비정함은 뭔가”라고 비판했다.

이 전 의원은 "게다가 이건 일의 순서가 틀렸다"며 "지도부와 윤핵관 등이 물러나는 건 이 사태의 근원인 대통령이 사과하고 국민의힘을 탈당한 다음이다. 왜냐하면 이 모든 사태의 근원은 대통령의 주권자를 무시한 국정운영과 처가 일가의 부패의혹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문제의 근원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백날 주변을 희생시킨다고 혁신이 되나"고 반문했다. 이어 "아무리 여당이지만 정당의 독립성은 다 어디로 가고 당 지도부를 매번 대통령이 갈아치우는 거냐"며 "그렇게 안 그만두던 대표가 그만둬야 할만큼 대통령이 대단한 것인가? 아니, 무서운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이 전 의원은 "어차피 이런 상태면 이 꼬붕이 가고 저 꼬붕이 올 뿐"이라고 했다.

민주 "인적쇄신 아닌 공천파동의 시작" "한동훈 여의도 출근 가까워져"

정치권에서는 이번 김장연대의 퇴진으로 윤 대통령의 당 장악력이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13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사퇴한 것에 대해 "용산 직할체제로 가기 위한 사전정지 작업으로 보일 뿐"이라고 밝혔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김 대표는 당이 지금 처한 모든 상황에 대한 책임은 당대표인 자신의 몫이라며 자신의 거취 문제로 당이 분열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며 "바지 대표로 뽑힌 김 대표는 용산의 지시에 충실했을 뿐, 지금 국민의힘이 처한 모든 상황은 윤석열 대통령의 책임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하지만 국민의힘을 용산 2중대도 아닌 5중대로 만든 것은 바로 김 대표와 윤핵관으로 불리는 분들"이라며 "김 대표를 대신할 비대위원장조차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것이 국민의힘이 처한 현실이 아닌가. 누구 한 사람 용산을 향해 바른 소리 하지 못한 국민의힘이 자초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제 용산이 준비한 비대위원장이 등장할 것"이라며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본격적으로 여의도로 출근할 시간도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 결과는 껍데기만 남은 국민의힘이고, 윤석열 측근 검사들이 주축이 된 검찰당일 것이 불 보듯 자명하다"며 "그런 점에서 오늘 김 대표의 사퇴는 국민의힘의 종언에 다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권 수석대변인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인적쇄신이라고 하는 용어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오히려 공천파동의 시작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옥새파동' 당시 김무성 대표 [사진=연합뉴스]
'옥새파동' 당시 김무성 대표 [사진=연합뉴스]

시선은 공천관리위원장에.. 김 대표 퇴진으로 '공천파동' 가능성 차단 효과

김기현 대표의 퇴진으로 사실상 모든 권력은 공천관리위원장에게 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과거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에서는 당 대표와 공관위원장의 알력 다툼으로 공천파동이 반복됐으나 이번에는 공관위원장이 사실상 전권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여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공관위원장 인선 마무리 작업에 들어갔다. 공관위원장으로는 김병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안대희 전 대법관,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이양희 전 윤리위원장, 김황식 전 국무총리 등이 거론된다.

누가 공관위원장이 되든 김 대표가 퇴진하면서 과거처럼 지도부와 마찰로 인한 공천 파동은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지난 21대 총선 당시 공관위원장을 맡았던 김형오 전 의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여파를 반전시키기 위해 친박계 인사들에 대한 공천을 차단했다. 또, 김무성 전 대표 등 탄핵을 주도했던 이들에게도 공천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황교안 당시 미래통합당 대표가 '공천 번복'으로 맞불을 놓으며 공천 파동이 일었고 선거 결과는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이었다.

2016년 총선 당시에는 김무성 전 대표의 '옥쇄 파동'이 있었다. 친박 색채가 강한 이한구 당시 공관위원장이 '진박(진짜 친박)'에는 공천을 주고 '비박'은 전면 배제하는 공천을 단행하며 파행을 빚은 것이다. 당시 새누리당은 122석을 얻어 원내 2당으로 밀려났다.

공관위원장의 '성공 사례'로는 지난 2004년 총선이 꼽힌다. 당시 공관위원장을 맡은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은 취임 직후 최병렬 당시 한나라당 대표를 공천에서 배제하고 그를 당대표직에서 밀어냈다. 최 대표가 사퇴한 뒤 당권을 쥔 당시 박근혜 대표는 공관위원장의 공천권을 인정했고, 17대 총선에서 121석을 얻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이 불 때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승리했다는 평가였다.

이번 김기현 대표의 사퇴는 지난 19대 총선 당시 상황과 흡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2011년 7월 출범한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 체제는 해를 넘기지 못하고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로 넘어갔다. 친이(친이명박계), 친박(친박근혜) 간 계파 다툼이 극한으로 치닫는 상황이었다.

홍준표 당시 대표는 그해 12월 19일 "더 이상 당내 계파투쟁, 권력투쟁은 없어야 한다. 모두 힘을 합쳐야만 총·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며 전격 사퇴했다. 취임 5개월 만이자, 이듬해 4·11 총선을 넉 달 남긴 상황이었다.

이후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내리 4선을 한 대구 달서 출마를 반려하고 비례대표 11번으로 나섰고, 이는 홍 전 대표를 포함한 친이계 핵심과 원로들의 불출마 선언으로도 이어졌다.

이후 박근혜 비대위는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꾸고 이듬해 총선과 대선에서 모두 승리했다.

홍 전 대표 개인도 당과 조율을 통해 자신의 지역구이던 서울 동대문을에 재출마했다가 낙선했지만, 같은 해 하반기 경남지사 보궐선거에서 당선되며 재기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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