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중순부터 인적쇄신 가시화 전망…지도부 "시스템 공천으로 자연스레"
올드보이 후퇴론도 나와…'불출마 권고'로 용퇴 압박 가능성도
이재명 대표 사퇴론 첫 공개 촉구... "당대표 기득권 내려놓는 선당후사, 대표직 사퇴하라"

6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총선기획단 제1차 회의에서 조정식 단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6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총선기획단 제1차 회의에서 조정식 단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장문영 기자] '중진용퇴론' '당 쇄신론' 등 내년 총선이 '혁신경쟁''쇄신경쟁'으로 치닫는 가운데, '쇄신'을 선점한 '여권발 쇄신 바람'에 제1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강서보선 참패 직후 당 혁신위를 구성하면서 지금까지 '혁신, 쇄신' 이슈를 지속적으로 선점하고 있다. 최대 쇄신인 '영남 중진용퇴론, 친윤 불출마 및 사퇴'에 김기현 대표와 장제원 의원이 전격 사퇴와 불출마를 선언했다. 당내 권력투쟁 끝에 이른바 '구 여권 기득권'의 핵심인 '김장연대'가 전격 퇴진하면서 결과적으로 '쇄신' 1단계에 성공했다. 

이렇듯 '여권발 쇄신바람'의 거세게 몰아치자 그 화살이 '이재명 대표'의 사퇴론 부터 '다선 중진들과 86세대 퇴진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특히나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잇따라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는 와중에, 586(50대·80년대 학번·60년대생) 청산, 인적 쇄신에 대한 요구에도 전문성을 기반으로 발탁된 초선 의원들이 불출마를 선언하는 것이 당에 이롭지 못하다는 비판이 거세다.

혁신계는 '민주당 쇄신'을 촉구하면서 특히 '이재명 퇴진'을 처음 공개적으로 꺼내들었다. 

그러나 당지도부와 친명계는 '이재명 체제로 간다'는 입장에서 한치도 흔들림이 없어 보인다. 

◇ 초선 4인 등 6인 총선 불출마 선언…중진·'86' 의원들 용퇴론 다시 고개

현재까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은 국회의장을 지낸 6선 박병석 의원과 '86' 대표주자 중 한 명인 4선 우상호 의원을 제외한 4명이 모두 초선(강민정·오영환·이탄희·홍성국)이다. 게다가 홍성국·이탄희·오영환 의원의 공통점은 모두 제21대 총선에서 영입 인재로 발탁된 인물이란 점이 두드러진다. 강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열린민주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미래에셋대우 사장 출신인 경제통 홍 의원은 지난 3일 내년 총선에 출마하지 않고 "미래학 연구자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 4년간 국회의원으로서 나름 새로운 시각으로 우리 사회를 바꿔보려 노력했다"며 "대전환을 경고하고 대안을 만드는 것이 내가 정치를 하는 목적이자 소임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그러나 지금의 후진적인 정치 구조가 가지고 있는 한계로 인해 성과를 내지 못했다. 때로는 객관적인 주장마저도 당리당략을 이유로 폄하받기도 했다"고 했다.

같은 날 판사 출신 이탄희 의원도 선거법 개혁을 위해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혔다.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를 반대하며 '위성정당 방지법' 제정을 주장해온 이 의원은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양당의 선거제 퇴행 논의를 비판하면서 "내가 가진 것도, 가질 가능성이 있는 것도 다 내놓겠다. 선거법만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 4월엔 소방공무원 출신 오영환 의원, 지난달엔 교사 출신 강민정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총선 때마다 거듭됐던 3선 이상 중진과 '86'(80년대 학번·60년대생) 의원들을 향한 용퇴론은 이번에도 힘을 받을 전망이다.

특히 상대편인 국민의힘 친윤(친윤석열) 핵심 장제원 의원의 불출마 선언과 김기현 전 대표의 전격 사퇴에 대한 반향으로 민주당 내에서도 인적 쇄신 요구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일단 당 지도부는 장 의원과 김 전 대표의 2선 후퇴를 두고 대통령실의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한 결과라며 "강요된 혁신이자 정당 민주주의 후퇴"라고 의미를 폄하하고 있다.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쇄신 경쟁에서 뒤쳐지고 있는 느낌에 불리한 지형에 설 수 없다는 판단이 겹친 것으로 보인다.

지도부는 공천관리위원회가 출범하는 내년 1월 중순부터 본격적인 인적 쇄신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민주당 혁신의 시간은 빠르면 1월 중순에서 2월 초순이 될 것"이라며 "민주당은 민주당의 시간표대로 움직이겠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당에 '시스템 공천'이 이미 굳게 자리 잡았고, 이같이 적용되면 향후 공천 과정에서 자연스레 인적 개편이 진행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다만 당내에서는 공정성과 투명성을 앞세운 '시스템 공천'만으로 효과적인 인적 쇄신이 어려울 수 있다는 가능성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전문성 기반 인재 발탁 난항…이낙연 "안타깝고 아깝다", 윤건영 "아쉽다"·이원욱 "정치 후진성 증거" 등

이와 관련 이낙연 전 대표는 14일 KBS '특집 1라디오 오늘'에서 "참으로 보배 같은 초선 의원들이 먼저 불출마를 선언한 것이 참으로 안타깝고 아깝다"며 "어떻게 해서 우리 정치판은 귀하고 좋은 사람이 먼저 배제되고 그러지 않은 사람이 더 버티고 또 들어오려고 하고 있는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그레셤의 법칙이 여의도를 지금 배회하고 있는가"라고 소회를 밝혔다.

윤건영 의원도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개인적으로 많이 안타깝고 아쉽다"며 "홍 의원은 자타공인 우리 당의 대표적인 경제통이고 소중한 자산인데 이유를 막론하고 우리 당이 제대로 품지 못했다는 게 보인다. 놓쳐서는 안 될 인재인데 참 안타깝다"고 말했다.

'혁신과원칙' 이원욱 의원은 "우리 정치의 후진성을 아주 정확히 보여주고 있는 모습이다. 양극화된 진영정치 속에서 전문성을 가진 위원들이 설 공간이 점점 줄어든다"면서 "민주당 주류인 운동권 586세대의 희생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경제전문가인 홍 의원, 소방전문가인 오 의원 이런 분들이 굉장히 많이 힘들어했었다"며 "운동권 순혈주의, 강성 순혈주의 이런 것들이 강해지면서 조금만 반대 입장을 얘기하면 옛날에 해방 이후에 너 빨갱이야라고 찍듯이 수박이라고 찍어버리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서 굉장히 마음 아파했다"고 했다.

이어 "특히 민주당은 개딸 등 강성 팬덤과 강성 유튜버들이 공천을 좌지우지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갑석 의원은 "선하고 소신 있고 양심적인 초선들의 불출마 릴레이가 나오는 형국"이라며 "여당은 중진 의원이, 우리 당은 초선 의원이 (불출마 선언 중인데) 그것도 참 보기 민망하고 우스운 일"이라고 했다.

한편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 등 이른바 '올드보이'들이 총선 출마 의지를 밝힌 데 대한 당내 불만이 어떻게 정리될지도 귀추가 주목된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공천 심사에서 불이익을 주는 것은 시스템 공천 상 어렵기 때문이다.

지도부 인사는 "공천 적합성을 나이로 판별하자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는 의견들도 당내 꽤 있다. 속칭 올드보이의 기준을 무엇으로 삼아야 하는지도 모호하다"며 회의적 시각을 보였다.

하지만, 추후 국민의힘에서 중진 중에서도 다선 의원들의 불출마 선언이 잇따를 경우 민주당도 당 차원의 결단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헌·당규를 고쳐 공천 시스템을 손보기 어려운 만큼 지도부가 '불출마 권고' 방식으로 이들의 용퇴를 압박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원칙과상식 "이재명 대표 사퇴" 첫 공식 제기...혁신계 '쇄신 선빵, 국민의힘에 빼앗겼다..민주, 쇄신 더 세게해야"

민주당내 혁신계인 '원칙과 상식'(이원욱, 조응천, 김종민, 윤영찬 의원)은 지난 1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대표 사퇴와 통합 비대위 구성을 제안했다. 민주당내에서 이 대표의 사퇴 요구가 공개적으로 나온것은 처음이다.

이들은 "당 대표부터 지도부 그리고 586 중진들 각자 기득권을 내려놓는 선당후사를 결단해야 한다"며 "당 대표만이 이 물길을 열 수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당 대표가 선당후사하는 통합 비대위로 가야한다"며 "이재명 대표께 간곡히 호소한다.  총선 승리와 윤석열 정권에 대한 압도적 심판을 위해서 한발만 물러서 주시기 바란다”고 공개적으로 이 대표의 '2선후퇴'를 촉구했다. 

이어 "그래야 민주당이 방탄 정당, 팬덤 정당, 패권 정당의 굴레에서 벗어난다"며 "선당후사의 길, 민주적 통합의 길, 통합 비대위로 가자"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 네 명 모두는 자신의 공천이나 당선 욕심을 내려놨다"며 "험지 출마든, 백의종군이든 선당후사의 길에 앞장 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혁신계 조응천 의원은 이날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장제원 의원 불출마 선언과 김기현 대표 전격 사퇴에 대해 "쇄신 선빵을 국민의힘에 빼앗겼다"며 "선빵 뺏겼기 때문에 국민들께서 그에 상응하는 인정을 해 주시려면 더 세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비대위 체제로 갈 것 같은 이 상황은 엄청난 외부적 충격으로 민주당에 작용할 것"이라며 "그러면 우리 당만 계속해서 단합, 단결, 이재명 중심 외쳐서 될 것인가, 가만히 있으면 되는 거냐는 게 내부에서 들끓기 시작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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