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본회의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 처리 시도.. 국힘 반대로 불발
김진표 "총선 후 여야 합의로 처리" 중재안 제안...여야 신경전, 민주 '28일 반드시 통과'
野 추진 특별법, 독립적 진상조사 위한 특조위 구성.. 국힘 "재난 정쟁화" 반대
유가족 "얼마나 더 살을 깎고 뼈가 녹는 고통 감내해야".. 민주 "연말까지 통과"
![피해자 유가족들이 18일 국회 앞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 국회 본회의 통과 촉구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312/628647_431461_1121.jpg)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 및 피해자 권리보장을 위한 특별법(이태원 특별법)이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불발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에서 특별법 상정을 위한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을 제출했으나 김진표 국회의장은 여야 합의가 되지 않았다며 이를 거부했다. 김 의장은 "여야 합의로 처리해야 제대로 집행될 수 있다"며 여야 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의장은 "총선 이후 여야 합의 처리하자"고 중재안을 제시했다. 오는 28일 본회의 표결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28일 본회의 투표 강행처리' 입장을 밝히고 있으나 국민의힘은 피해자 보상과 지원 외에 독립적 진상조사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 설치에 반대하는 입장이어서 여야 합의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18일부터 엄동설한에도 특별법 통과를 촉구하며 '오체투지'를 이어 온 피해자 유가족들은 "참담한 심정"이라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민주당, 본회의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 처리 시도.. 국힘 반대로 불발
국회는 21일 본회의를 열어 내년도 예산안과 예산부수법안들을 통과시켰다. 이날 민주당은 예산안 통과 후 이태원 참사 특별법도 처리하려 의사일정 변경 동의의 건을 제출했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돼 지난달 29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 상태다. 60일이 지나고 내년 1월 하순 이후 본회의에는 자동 상정되는데 민주당은 연내 의결을 위해 이날 상정하고 처리하려 한 것이다.
앞서 민주당은 연내 특별법 처리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2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유족들은 참사 418일째 얼음장 땅에 엎드려 오체투지 행진을 하고 있는데, 아직도 특별법이 통과되지 못해 죄송하다"며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특별법 통과를 호소하며 오체투지 행진을 펼쳤다.
이정민 유가협 운영위원장은 지난 18일 "우리는 진상규명 특별법을 청원하고 이 특별법을 통해 만들어진 독립적 조사기구가 진상규명을 해주길 바라는 희망을 하루하루 힘겹게 버텨오고 있다"며 "국회는 우리의 간절한 소망에 응답하지 않았고 결국 유가족들이 폭염과 폭우 속에서 고된 사투를 벌이며 패스트트랙을 태워 지금 여기까지 왔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을 향해 "여당은 더 이상 이태원 참사의 유족들을 우롱하지 말고 국민 목소리를 경청하길 바란다"며 "다시는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국민이 인정하는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날 본회의에서 특별법은 상정되지 못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여야 합의'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상정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김 의장은 "과거 세월호 경험을 볼 때 여야 합의로 처리해야 이 문제가 제대로 집행되고 실질적으로 종료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며 "이 법안 만큼은 여야가 합의해 처리하길 간곡히 부탁드리면서 이런 이유로 의사일정 변경 동의는 처리하지 않는 것을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민주당 의석에서는 거센 항의가 나왔으나 김 의장은 "의장으로서는 이번 회기 내에는 반드시 처리하는데 (여야가) 빠른 시간 내 합의해주길 바란다"며 산회를 선포했다.
![홍익표 원내대표와 박주민 최고위원 등이 산회를 선언하는 김진표 국회의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312/628647_431462_1137.jpg)
野 추진 특별법, 독립적 진상조사 위한 특조위 구성.. 국힘 "재난 정쟁화" 반대
민주당 주도로 추진하고 있는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독립적 진상조사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하고 있다. 경찰 수사로 참사의 구조적 원인을 밝히지 못한 만큼 제대로 된 책임을 묻고 재난 대응 시스템의 문제를 규명해야 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재난의 정쟁화"라며 반대하고 있다. 특조위를 통해 정부의 책임이 부각될 수 있다는 우려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이에 국민의힘은 피해자 보상과 지원에 초점을 맞춘 자체 법안을 내놓은 상태다.
김진표 의장이 여야 합의를 강조했으나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접점을 찾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김 의장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오늘 본회의를 앞두고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에서 중재안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중재안에는 조사위원회 구성을 전제로 특검 조항을 삭제하고, 정치 쟁점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법 시행 시기를 내년 4월 총선 이후로 연기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이에 대해 홍익표 원내대표는 22일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한다면 특검 조항은 삭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특별법에 특조위와 특검 두 개 조항이 있기 때문에 특조위만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활동이 충분히 보장된다면 특검은 그 이후에 판단할 수 있는 문제"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민주당은 굳이 특조위와 특검을 다 담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특검을 양보할 수 있다는 안을 제시했고, (조사) 기간에 관련된 문제도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다만 "이 문제는 참사 유가족 측과도 협의가 필요하다"며 "유가족 측과 협의를 한 후 김진표 국회의장이 제시한 중재안을 수용할 지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과거 세월호 특조위를 언급하며 반대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이만희 사무총장은 22일 "일방적 특별조사위원회의 구성을 통해 진상규명에만 초점을 맞춘 야당의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정쟁을 유발하고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세월호 참사 특조위 사례에서도 총 3년 6개월의 활동 기간 동안 수백억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됐지만 결론은 외력이 침몰 원인인지 확인되지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장은 "국민의힘 특별법에 따르면 피해지원심의위원회와 희생자추모위원회가 설치돼 피해자 보상과 지원이 가능하며 보다 효율적으로 추모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며 "참사 당일 피해를 입은 상인들 지원은 물론 재판 결과에 따라 피해자와 유가족에게도 신속한 배상이 가능하도록 근거조항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야당을 향해 이 총장은 "여야 합의로 특별법이 처리될 수 있도록 협조를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의원들이 이태원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본회의 처리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312/628647_431463_1149.jpg)
피해 유가족 "얼마나 더 살을 깎고 뼈가 녹는 고통 감내해야".. 민주 "연말까지 통과"
21일 특별법 본회의 상정이 불발되지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유가족들이 얼마나 더 살을 깎고 뼈가 녹는 고통을 감내해야만 이 절박한 절규의 답을 얻을 수 있을지, 참담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경찰 특수본 수사와 국회 국정조사가 보여준 한계를 잘 알면서도 특별법 제정을 차일피일 미루는 것은 너무나도 무책임한 일"이라며 "부디 여야 모두가 정치적 계산과 진영논리를 잠시 접어두고 진실규명과 안전사회를 만드는 일에 마음을 모을 것을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답답한 심정에도 12월28일로 예정돼 있는 차기 임시국회 본회의에서는 반드시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을 여야가 함께 통과시킬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며 "오늘부터 국회에 허락된 마지막 일주일 동안 여야가 최선을 다해 협의해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을 반드시 제정하라"고 요구했다.
민주당은 연내 처리를 목표로 모든 수단을 강구한다는 방침이다.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는 21일 "이태원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을 연말까지 국회에서 통과시킬 것"이라며 "이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가진 정책조정회의에서 "어제는 유가족들이 새벽에 꽃을 사와 본회의장에 입장하는 의원들에게 가져다 줬다"며 "왜 이런 고생을 해야 하나. 진상을 규명하자는 걸 국회가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해서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이 발의한 진상규명 특별법은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돼 1월 말이면 자동으로 부의된다"며 "하지만 더 이상 늦출 필요가 없다. 이 추위에서 유가족들을 고통받게 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법안은 올해 연말까지 통과시킬 것이고 이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반대하면 국민적 저항을 받을 것임을 경고한다"고 밝혔다.
윤영덕 원내대변인은 회의 후 "해가 바뀌기 전에 이태원 참사로 꽃다운 생명을 잃은 피해자의 영혼이 평안한 안식을 누릴 수 있도록 특별법이 반드시 처리될 수 있도록 국민의힘에서 적극적으로 협조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그는 박 원내수석부대표가 언급한 '특단의 대책'에 대해선 "국회 입법 과정에서 여야 합의를 통해 해법을 찾아보자는 생각이었는데, 정부·여당이 미온적·소극적 태도를 견지한다면 헌법이 부여한 권한에 따라 관련 법의 규정대로 입법 절차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는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