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의 정권심판론 맞서 "이·조 심판이 민생" 맞불
말조심 하자던 한동훈 위원장, 유세과정 거친 발언
정작 민심 미지근…여당 후보마저 윤석열 사과 요구

(하남=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이 31일 경기 하남시 위례 스타필드시티 앞에서 하남시갑 이용 후보, 하남시을 이창근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4.3.31 saba@yna.co.kr
(하남=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이 31일 경기 하남시 위례 스타필드시티 앞에서 하남시갑 이용 후보, 하남시을 이창근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4.3.31 saba@yna.co.kr

[폴리뉴스 박상현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막말 덫'에 걸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막말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이슈가 되는 것은 한동훈 위원장이다. 야권의 심판론에 심판론으로 맞불을 놓은 것이 역풍을 불러오는 것이 아니냐는 평가다

한동훈 위원장은 지난 30일 경기도 부천시 지원 유세에 나서 쓰레기 같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후보 등이 말한 쓰레기 같은 말을 들어봐 달라"며 "민주당 후보의 쓰레기 같은 말이 우리 사회에서 용인할 수 있는 말이냐"고 말했다.

이어 한 위원장은 "민주당 후보와 이재명 대표의 쓰레기 같은 말들이 그 사람들이 권력을 잡았을 때 여러분 위에 군림하면서 머릿 속에 넣고 정치에 구현할 철학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위원장의 비판 대상은 경기 수원정에 출마한 김준혁 민주당 후보였다. 김 후보는 지난 2019년 유튜브 방송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일제 강점기에 정신대 종군위안부를 상대로 성관계를 했었을 것"이라고 발언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다. 

한 위원장의 거친 발언은 이날만이 아니었다. 지난 28일에는 "정치 자체는 죄가 없다. 정치를 개같이 하는 사람이 문제"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의 거침없는 발언은 지난 27일에 했던 얘기와 배치되는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한 위원장은 현장 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우리가 몸이 뜨거워지고 가슴이 뜨거워지면 말실수하기 쉽다. 더 절제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언행을 해야 한다"며 "하루 하나씩 망언을 반복하는 이재명 대표를 반면교사 삼아주길 바란다"고 했다. 당시 이재명 대표는 '의붓아버지' 발언으로 국민의힘으로부터 공격의 대상이 된 상황이었다.

하지만 한 위원장이 하루만에 자신이 했던 말을 뒤집으면서 현재 위기상황에 심리적으로 쫓기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한 위원장은 야당의 정권 심판론에 맞서 '이-조(이재명-조국)심판론'을 꺼내들었다. 한 위원장은 "이번 선거는 대한민국이 정의로워지느냐 범죄자들이 지배하는 나라가 되느냐를 결정하는 선거"라며 "범죄자가 우리를 지배하면 민생도 정치개혁도 없다. '이조' 심판이 민생"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책을 내놓지 않고 야당 때리기를 하는 선거 전략이 유효한지에 대해서는 국민들의 여론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도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유승민 전 의원은 유경준 후보 화성 유세현장에서 "이조심판, 종북심판 같은 슬로건으로 선거를 치르면 중도층 표심이 더 멀어진다"고 지적했다. 일부 정치전문가들도 "이조 심판으로 목소리를 높여도 지지층 결집 이상의 효과를 거두긴 힘들다"고 충고한다.

일부에서는 한 위원장의 막말이 강경 지지층에 대한 일종의 선물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 여론 조사에서 여당의 전통 강세에서도 일부 야당의 근소한 우세 또는 경합으로 나오자 국민의힘이 다급해진 것이 아니냐는 평가도 있다. 더구나 한 위원장은 그동안 공격적인 발언을 한 적은 있어도 거친 단어를 사용한 경우는 없었기에 여당의 열세로 인해 심적으로 부담을 안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서 내놓은 '이조 심판론'은 갈수록 힘을 잃고 정권 심판론이 대세로 자리한다는 것이 고민이다. 심판론에 심판론으로 맞불을 놨다가 오히려 덫에 걸린 형국이다. 급기야 경남 김해을에 출마한 조해진 후보는 31일 국회에서 시국 기자회견을 열고 "이대로 가면 국민의힘의 참패고 대한민국은 망한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에게 무릎꿇는 것이 살 길"이라고 말했다. 여당 후보들까지 정권 심판론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야당 심판과 견제를 멈춰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다.

한편 한동훈의 거친 발언에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물론 예전 국민의힘에서 함께 했던 이준석, 천하람 등이 있는 개혁신당까지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김민석 민주당 총선상황실장은 "무학대사께서 '부처님 눈으로 보면 다 부처로 보이고 돼지 눈으로 보면 다 돼지로 보인다'라는 '불안돈목'의 고사를 남기신 바가 있다"며 "굳이 한 위원장과 똑같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이번 선거를 임하지는 않겠다는 취지에서 대응하지 말 것을 후보들에게 공지했다"고 말했다.

또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한 마디로 말해서 조금 켕기나 보다"라고 일침을 놔고 신장식 대변인도 "한 위원장이 정말 급하기는 급한 모양"이라고 지적했다. 

천하람 개혁신당 총괄공동선대위원장도 "처음 유세하느라 조금 흥분하신 것 같은데 막말을 한다고 해서 본인들이 정치를 거지같이 하는게 사라지는게 아니다. 남 탓하기 전에 윤석열 정권부터, 국민의힘부터 제대로 하고 있는지 돌아보시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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