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개 의대 중 31개 모집인원 결정.. 1500명 안팎 증원
법원 "10일까지 증원 근거 제출하라" "판결 전까지 증원 결정 안돼"
대통령실 "어이 없다.. 판사가 월권" 교육부 "충실히 소명할 것"
윤석열-이재명, 영수회담서 의대정원 확대 공감대
의협 "의료농단이자 교육농단" "2천명 의대증원 뜯어고칠것"
![정부는 2025학년도 의대 모집 인원을 확정하며 정원 확대 드라이브를 유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405/646346_451813_2622.jpg)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의사단체가 제기한 의대 증원 관련 소송에서 법원이 2천명 증원에 대한 근거를 정부에 요구하며 제동을 걸었으나 정부는 2025학년도 의대 모집 인원을 확정하며 정원 확대 드라이브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열린 영수회담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의대 정원 확대에 공감을 보인 만큼 여야 합의를 명분 삼아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반면,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신임 회장은 법원의 판단을 근거로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을 "의료농단이자 교육농단"이라고 비판하며 "2천명 의대증원을 뜯어고칠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32개 의대 중 31개 모집인원 결정.. 1550명 안팎 증원
교육계에 따르면 각 대학은 지난달 30일까지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이 증원된 32개 의대 중 차의과대를 제외한 31개교가 내년도 모집인원을 결정해 대학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 사항을 제출했다.
차의과대는 의학전문대학원이어서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변경해야 하는 의무가 없다. 이달 중으로 모집 인원을 결정한 뒤 6월 1일 발표하는 모집 요강에 반영할 계획이다.
9개 지방 거점 국립대는 모두 기존에 발표된 증원분의 50%가량을 줄여 모집하기로 했고, 사립대는 대부분 증원분을 100% 모집하거나 10∼20명 소폭 줄이기로 했다.
정확한 증원 규모를 공개하지 않은 순천향대, 단국대, 건양대, 차의과대 모두 사립으로 이들 대학이 100%를 선발한다고 가정하면 내년 의대 모집 인원은 1천550명 안팎으로, 당초 2천명보다 450명 줄어든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회의'를 주재하며 "어제까지 이번에 정원이 늘어난 전국 32개 의대가 2025학년도 모집인원을 결정해 대교협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제 남은 절차는 대교협 심의뿐이다. 대교협은 이달 말까지 대입전형위원회를 열고 각 대학이 제출한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 사항에 대해 심의한다.
대교협 관계자는 "(대입전형위원회 본위원회가 열리기 전) 소위원회 등도 있어 이달부터 심의는 시작한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법원 "10일까지 증원 근거 제출하라" "판결 전까지 증원 결정 안돼"
대통령실 "어이 없다.. 판사가 월권" 교육부 "충실히 소명할 것"
지난달 30일 법원이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대해 근거를 제시하라며 제동을 걸었으나 최근 영수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가 의대 정원 확대에 공감대를 형성한 만큼 정부는 정면 돌파 의지를 보이고 있다.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판사 구회근)는 전공의·수험생 등 18명이 복지부와 교육부를 상대로 제기한 의대 정원 증원 처분 취소소송의 집행정지 항고심 심문기일에서 정부 측에 의대 증원 처분과 관련된 추가 자료와 근거들을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의대생과 교수, 전공의 등이 여러 차례 정부를 상대로 의대 정원 2천명 증원·배분 결정의 효력을 멈춰달라며 법원에 집행정지 신청을 냈지만 법원이 연이어 각하한 가운데, 법원이 처음으로 정부에 증원 근거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것이다.
재판부는 이달 중순께 항고심에 대한 결론을 내겠다면서 그 전에는 의대 증원분이 반영된 내년도 대입 시행계획이 승인되지 말아야 한다는 점도 언급했다. 법원이 정한 제출 시한은 오는 10일까지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대통령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판결이 아닌, 재판 중에 나온 말이니 사법적 구속력이 없다'거나 "판사의 '월권' 아니냐"는 반응도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1일 MBC에 따르면 대통령실 관계자는 "행정부가 학과 정원을 늘리는데 사법부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판례가 남으면, 앞으로 가처분 신청이 들어올 경우 모든 학사 변경에 일일이 사법 판결을 기다려야 하는 거냐"며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또 재판부가 내년도 대학 모집정원 제출 마감 직전에 정부의 승인 보류를 주문한 데 대해서도 "사법부의 역할은 법적 안정성 유지인데 정책 의사결정 직전에 혼란을 초래하는 건 대단히 무책임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법원이 정원 증원의 근거 자료를 요구한 것에 대해서는 "정부가 지금까지 근거로 내놓은 공식 페이퍼만 수천 장은 된다"며 그걸 증명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것부터가 난센스"라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와 교육부는 일단 근거 자료를 충실히 확보해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복지부는 그간 제시해온 의대 2000명 증원의 근거가 된 의사 수 추계 보고서를 비롯해 관련 자료를 재판부에 충실히 제공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정부는 2035년에 의사 1만5000명이 부족하다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2025학년도부터 의대 입학정원을 2000명씩 매년 늘리겠다고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기존에도 한국개발연구원(KDI)을 포함해 세가지 논문을 참조해 10년 뒤에 전체적으로 의사 부족분이 1만5000명 정도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을 했다"며 "이 중 5000명은 인력·운영 효율화와 기술개발로 상쇄하고 나머지 1만명에 대해서는 의대 증원으로 대응하겠다는 게 증원 근거의 기본 틀"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러한 근거를 가지고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공개를 해왔는데도 불구하고 의료계에서는 과학적이지 못하다고 공격했다"며 "(증원 필요성에 대한) 설명은 충분히 해왔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재판부에 (2천명 증원 결정에 대한 근거를) 충실히 소명할 계획"이라며 "보건복지부와 논의해 (제출 기한인) 10일까지 자료를 충실히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달 29일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첫 영수회담에서 양측이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에 공감대가 형성된 것을 근거로 여야가 합의한 사안이라는 주장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의협 "의료농단이자 교육농단" "2천명 의대증원 뜯어고칠것"
의사단체는 이번 법원 요청을 두고 정부가 의대 증원을 강행한 결과 절차상 문제가 드러났다며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다. 동시에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을 '의료농단'으로 규정하며 "의대 2천명 증원 등 불합리한 정책은 뜯어고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신임 회장은 2일 취임식에서 "지난달 30일 서울고등법원은 의대 증원 인원을 2천명으로 정한 과학적 근거와 회의록 등을 제출하고, 법원이 판단할 때까지 의대 모집정원 승인을 보류할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며 "정부의 무도하고 일방적인 정책 추진에 제동을 건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마주한 가장 큰 이슈인 의대 정원 2천명 증원 문제를 비롯해 진료 현장에서 겪는 각종 불합리한 정책들은 하나하나 뜯어고쳐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의협은 과학적 근거를 제시해 정부 정책이 얼마나 잘못됐고, 한심한지 깨닫도록 하겠다"며 "오늘이 의료농단이자 교육농단을 바로 잡는 시작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3년의 공식 임기를 시작한 임 회장은 본격적으로 의대 증원 등 정부 정책에 반대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임 회장은 당선 전부터 "저출생으로 인해 정원을 500∼1천명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 데다 당선 직후에는 대통령 사과와 보건복지부 장관 파면 등을 대화의 조건으로 내걸면서 강경 노선을 걸어왔다.
지난달 28일 열린 의협 정기 대의원총회에서는 "최전선에서 사투하고 있는 전투병의 심정으로 결연하고 강한 모습으로 대응하겠다"며 "잘못된 정책에 대해서는 목에 칼이 들어와도 올바른 목소리를 낼 것이고, 의료를 사지로 몰아가는 정책은 죽을 각오로 막아낼 것"이라고 결연한 의지를 드러냈다.
임 회장은 최근 새 집행부 인선도 마무리했다.
특히 정부가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각종 법률 검토를 해오던 와중에 임 회장은 회원 대상 법률서비스를 로펌 수준으로 강화하기 위해 통상 2명 수준이던 변호사 출신 법제이사를 4명으로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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