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사, 지난해 8월 교외 이전 계획 발표.. 총선 후 '교내 별도 장소 설치' 검토
민주, 총선 승리 후 육사 찾아 흉상 이전 전면 백지화 촉구
"민심은 흉상을 단 1cm도 옮기지 마라" "철거시 국방 장관 탄핵"
광복회 "홍범도 흉상 이전하려면 차라리 폭파하라" "총선민의 거스르는 비겁한 짓"

홍범도 장군 흉상 [사진=연합뉴스]
홍범도 장군 흉상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육군사관학교가 지난해 8월 교내 종합강의동 충무관 앞에 세워진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육사 밖으로 옮기겠다고 발표했으나 최근 교내 별도 장소에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4·10 총선에서 범야권이 압승한 이후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중단을 압박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육사, 지난해 8월 교외 이전 계획 발표.. 총선 후 '교내 별도 장소 설치' 검토

지난달 26일 SBS는 육사가 학교 안에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그대로 두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육사는 지난해 8월 홍범도 장군 흉상을 육사 밖으로 내보내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홍범도 장군을 비롯한 독립운동가 6명의 흉상은 지난 2018년 문재인 정부 시절 육사에 세워졌으나 현 정부 들어 신원식 국방부 장관을 비롯하여 여권 내에서 홍범도 장군의 소련 공산당 입당 경력을 문제삼으면서 흉상 이전 논의가 시작됐다.

당시 이종섭 국방부장관은 "북한을 대상으로 전쟁을 억제하고 전시에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는 육사에 공산주의 경력이 있는 사람이 있어야 되겠느냐는 지적이 있었다"고 이전 계획에 힘을 실었다.

이에 육사는 "홍범도 장군 흉상은 육사의 정체성과 독립투사로서의 예우를 동시에 고려해 육사 외 독립운동 업적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적절한 장소로 이전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물론 광복회, 한국독립유공자협회 등 독립운동 관련 단체와 한국역사연구회, 역사문제연구소 등 역사학계에서 강하게 반발했고 이후 육사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SBS는 "홍범도 장군 흉상을 육사 밖으로 옮기지 않고 육사 안 별도 장소에 배치하는 방안이 적극 검토되고 있다"며 복수의 육군 고위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홍범도 장군 흉상 등 충무관 앞 독립운동가 6명의 흉상은 물론 삼국시대부터 근대까지 대표적 장군들의 흉상까지 새로 세워 육사 안 다른 장소에 영구 전시한다는 것이다. 해당 내용은 조만간 육군과 국방부에 보고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 총선 승리 후 육사 찾아 흉상 이전 전면 백지화 촉구

"민심은 흉상을 단 1cm도 옮기지 마라" "철거시 국방 장관 탄핵"

이처럼 육사의 입장 변화에는 지난 4·10 총선에서 범야권이 압승한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의원들과 당선자들은 지난달 25일 육사를 찾아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존치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독립영웅역사왜곡저지특별위원회'는 독립운동 관련 단체 관계자들과 함께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방부와 육군은 지금이라도 조국의 독립을 위해 헌신한 선조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국회와 국민의 목소리에 따라 관련 계획의 전면 백지화를 선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송옥주·우원식·박찬대·김병주·윤후덕 의원, 김용만·김현정·윤종군·박선원 당선인, 이종걸 전 의원 등이 참석했다.

특위는 "이번 총선 민심은 역사 이념 전쟁을 계속하려는 대통령의 독단을 단호히 심판했다"며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훼손하고 국민통합에 반하는 시도를 매섭게 심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발의된 '육군사관학교 내 독립유공자 흉상 등 존치 촉구 결의안'을 언급하며 "22대 국회에서는 21대 국회서부터 이어진 국민 명령을 받들어 결의안 내용을 반드시 실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의 역사 전쟁에 맞서 흉상 철거계획을 완전히 백지화하고 조국의 자주독립을 위해 고귀한 희생을 다 한 독립 영웅의 명예와 독립 투쟁의 역사를 지켜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범도 장군 기념사업회 이사장을 맡은 우원식 의원은 "윤석열 정권이 촉발한 역사 전쟁을 둘러싸고 총선에서 드러난 국민들의 민심은 '흉상을 단 1cm도 옮기지 마라'였던 것"이라며 "22대 국회는 국민 뜻을 받들어 우리 민족의 역사의식을 지켜내겠다. 윤 정부는 나라 정체성을 훼손하는 역사 전쟁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독립운동가 백범 김구 선생의 증손인 김용만 당선인은 "광복군은 오늘 창설된 게 아니다. 대한제국군과 의병, 독립군의 역사가 이어져 광복군이 된 것이고 그것이 우리 국군의 정체성"이라며 "흉상 이전 시도는 국군 정체성을 부정하는 시도이고, 임시정부 법통을 잇겠다는 헌법정신도 부정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총선 과정에서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도 '나는 흉상 철거에 반대했다'고 말했다"며 "자랑스러운 독립운동 역사와 헌법정신을 훼손하지 말고, 윤 정부는 흉상 이전 계획을 백지화하라"고 말했다.

박선원 당선인은 "어떤 국가도 찬란한 독립전쟁의 역사를 숭상하지 않는 곳은 없다. 그런 짓을 왜 하느냐면 윤석열 정부가 본질적으로 친일매국 정권이기 때문"이라며 "22대 국회에서는 일체 허용하지 않겠다. 홍범도 흉상 철거를 시도하면 국정감사는 기본이고 국방 장관은 탄핵을 각오하셔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광복회 이종찬 회장 [사진=연합뉴스]
광복회 이종찬 회장 [사진=연합뉴스]

광복회 "홍범도 흉상 이전하려면 차라리 폭파하라" "총선민의 거스르는 비겁한 짓"

육사가 홍범도 장군 흉상을 교내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광복회는 "흉상 이전을 하려면 차라리 폭파하라"면서 흉상을 그대로 두라고 압박하고 나섰다.

광복회는 2일 성명을 내고 "선거가 끝나자 마자 국방당국이 행한 조치가 멀쩡하게 서 있는 육사내 독립운동 선열들의 흉상을 이전한다는 소식을 듣고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신원식 국방 부장관은 육사 내 독립영웅들의 흉상을 지긋지긋하게 여기고 이전시키려 한다면 차라리 폭파해 없애버려라"고 밝혔다.

이어 "흉상철거가 당당하다면 총선시기에 내놓고 국민의 심판을 받을 일이었다"며 "민감한 선거시기에는 국민의 지탄이 두려워 숨겨놓았다가 이제 변형된 형태로 독립영웅들의 흉상을 슬쩍 옮기려는 것이 비겁하다"고 지적했다.

광복회는 "흉상 철거‧이전 계획 백지화가 이번 총선의 민심이자 국민들의 지상명령"이라면서 "국방당국은 흉상 이전이 과연 온당한 일인지를 국민에게 먼저 묻길 바라며, 그럼에도 '전 시대 다른 군 영웅과 함께 전시 운운'하며 이동할 경우,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을 경고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방부가 멀쩡하게 서 있는 독립영웅 흉상 철거와 이동계획을 사주, 독립운동가를 부끄럽게 하고 군의 정체성을 훼손했다는 이번 총선 민심의 심판에 따라 국방장관의 사퇴를 요구한다"며 "전 세계 해외동포들로부터 거족적 거부를 당할 경우 우리의 국방이 심각하게 훼손되는 데 대한 책임질 것"을 경고했다.

광복회는 "육군사관학교는 독립선열들의 영웅적 대일항쟁의 정신을 누구보다도 나서 제일 먼저 가르쳐야하는 곳"이라며 "육군사관학교에서 독립영웅들의 흉상을 없애려는 이런 매국적 행동은 윤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변절시키는 행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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