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청탁금지법상 공직자 배우자 제재 규정 없어 종결"
15명 중 9명 '종결'.. 수사기관 '이첩' 및 '송부' 각 3표
'김건희 디올백' 신고한 참여연대 "국민 상식 무시한 결정"
민주 "고위공직자 배우자에게 뇌물 가능" "검찰에 수사 가이드라인 제시"
권익위원장 출신 전현희 의원 "감사원, 검찰과 정권 행동대장 경쟁"
장성철 "권익위 결정, 국민 감정과 다른 판단.. 특검에 힘 실어주는 惡手"
검찰 명품백 수사 결과 관심.. 이원석 "검찰 차원 수사 일정 차질 없이 수행할 것"
![김건희 여사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406/652867_458752_4543.jpg)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국민권익위원회가 10일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명품 가방을 수수했다는 내용의 비위 신고 사건을 '위반 사항 없음'으로 종결 처리하며 파문이 일고 있다. 당장 야권에서는 '공직자의 배우자가 뇌물을 받아도 문제가 없다'는 논리라며 이른바 김건희 특검법을 통해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권에서도 이번 결정은 민주당이 추진 중인 김건희 특검법의 정당성을 부여한 악수(惡手)라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해당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을 향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이원석 검찰총장은 11일 "검찰은 검찰 차원에서 수사 일정을 차질 없이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익위 "청탁금지법상 공직자 배우자 제재 규정 없어 종결"
15명 중 9명 '종결'.. 수사기관 '이첩' 및 '송부' 각 3표
앞서 참여연대는 지난해 12월 19일 윤 대통령과 김 여사, 그리고 명품 가방을 건넨 최재영 목사를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권익위에 신고했다.
김 여사는 2022년 6월과 9월 재미교포인 최 목사로부터 윤 대통령 당선 축하 선물 명목으로 명품 향수와 화장품, 300만원 상당의 디올백을 받은 사실이 인터넷 매체 서울의소리를 통해 공개됐다.
신고를 접수해 조사에 착수한 권익위는 지난 3월 사건 처리 기간을 한 차례 연장한 뒤 '위반 사항 없음'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권익위 정승윤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은 10일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에서 "청탁금지법상 공직자 배우자에 대한 제재 규정이 없기 때문에 종결 결정했다"는 전원위원회 의결 결과를 발표했다.
정 부위원장은 또 "대통령과 이 사건 제공자에 대해서는 직무 관련성 여부, 대통령 기록물인지 여부에 대해 논의한 결과 종결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청탁금지법 시행령 14조 1항에 따른 종결 사유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청탁금지법 시행령 14조에 따르면 신고내용이 명백히 거짓인 경우, 신고자가 보완요구를 받고도 보완 기한 내에 보완하지 않은 경우, 신고 내용이 언론매체 등을 통해 공개된 내용에 해당하고 조사 등 중에 있거나 이미 끝난 경우로서 새로운 증거가 없는 경우, 법 위반행위를 확인할 수 없는 등 조사 등이 필요하지 아니하다고 인정돼 종결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인정되는 경우 등에 해당하면 신고를 종결할 수 있다.
권익위 전원위원회에서는 15명의 위원들의 의견이 엇갈린 것으로 전해진다.
10일 JTBC에 따르면, 전원위원회 표결 결과 '종결'이 9표, 수사기관으로 '이첩'과 '송부'가 각각 3표씩 나왔다고 한다. 즉, 김 여사 사건 처리를 놓고 6명은 종결 결정에 반대한 것이다.
회의에서 종결을 반대한 위원들은 "청탁금지법에 '공직자 등'이란 표현은 굉장히 광범위한 것 아니냐. 더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JTBC는 보도했다.
'김건희 디올백' 신고한 참여연대 "국민 상식 무시한 결정"
이같은 결정에 신고 주체인 참여연대는 권익위를 강력히 규탄했다.
참여연대는 10일 논평을 내고 "공직자(배우자 포함)는 어떠한 명목으로든 금품을 받으면 안 된다는 국민의 기본적인 상식을 무시한 결정으로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며 "부패방지 주무기관으로서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고 대통령 부부에게 면죄부를 준 권익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여연대는 권익위가 윤 대통령이 청탁금지법에 따른 신고 의무 등을 다했는지를 사실상 판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공직자인 윤 대통령이 배우자가 금품을 받은 사실을 알고 서면으로 신고했는지 여부, 해당 금품을 반환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적법하게 처리했는지 여부"라며 "윤 대통령이 청탁금지법을 따르지 않았다면 처벌할 수 있음에도 배우자의 제재 조항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윤 대통령의 법 위반 여부는 덮어버린 것"이라고 했다.
이어 "권익위는 이제 공직자들에게 공직 윤리를 지켜야 한다고 요구하는 부패방지 주무기관의 자격을 잃었다"며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며 상식에 반하는 결정을 한 책임을 지고 유철환 위원장은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 "고위공직자 배우자에게 뇌물 가능" "검찰에 수사 가이드라인 제시"
더불어민주당도 "고위공직자의 배우자에게 뇌물을 줘도 직무관련성이 없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권익위가 인정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해식 대변인은 10일 논평을 내고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다. 국민권익위원회가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의혹 신고 사건을 수사기관에 이첩하지 않고 자체 종결 처리했다"며 "대통령의 대학동기 위원장과 검찰 출신 부위원장이 있는 권익위가 대통령과 영부인의 해외순방 출국길에 꽃길을 깔아주었다"고 지적했다.
이 대변인은 "영부인이 사적 공간에서 수백만원 대 명품백을 버젓이 받는 장면을 전국민이 봤는데 권익위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한다. 청탁금지법에 배우자 처벌 규정이 없다는 이유"라며 "권익위는 청탁금지법 빠져나가기 일타 강사를 자처한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권익위는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했다. 윤석열 정부에 최소한의 자정조차 기대할 수 없음이 명백해졌다"며 "권익위의 조사 결과는 결국 특검으로 가야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의혹의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은 조속히 김건희 특검법을 통과시켜 명품백 수수 사건은 물론이고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서울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등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모든 의혹을 명명백백하게 국민 앞에 밝혀내겠다"고 했다.
이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이 끝난 뒤 추가적인 당 차원의 조치가 이뤄질 수 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권익위의 결과가 방금 발표가 됐기에 당 차원에서 논의된바는 아직 없지만 검찰에 일종의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거 아니냐는 느낌이 든다"며 "결국은 검찰에 수사를 맡길 수 없고 특검을 통해 해결해야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고 밝혔다.
권익위원장 출신 전현희 의원 "감사원, 검찰과 정권 행동대장 경쟁"
권익위원장을 지낸 전현희 민주당 의원은 10일 "전직 권익위원장으로서 분노를 넘어 참담한 심정"이라고 비판했다.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석열 정권의 권익위는 독립적인 반부패총괄기관으로서의 책임을 망각하고 감사원, 검찰과 함께 정권의 행동대장으로서의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그는 "대통령과 가족, 측근들의 비위 의혹에 대해서는 정권의 눈치를 보며 무딘 칼날을 휘두르고 반대편에 대해서는 가혹한 잣대를 들이댔다"며 "권익위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망각한 이중적 잣대와 내로남불 행태에 전직 권익위원장으로서 분노를 넘어 참담한 심정"이라고 했다.
이어 "공직자의 반부패를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인 청탁금지법을 정권수호를 위해 무용지물로 전락시키고 제물로 바친 국민권익위는 더 이상 기관의 존재의미가 없다"며 "민주당은 절대 좌시하지 않고 이런 무도한 일을 자행한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권익위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성철 "권익위 결정, 국민 감정과 다른 판단.. 특검에 힘 실어주는 惡手"
정치 전문가들도 이번 권익위 결정이 민주당의 김건희 특검법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10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서 "청탁금지법상 배우자를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권익위의 판정이 이해가 되지만 신고 6개월 만에야 이러한 판결을 내리는 것은 국민의 감정, 상식, 입장과는 다른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명분과 힘이 실리는 악수를 스스로 두고 있다"며 "이건 여권에 더 안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방송에서 장윤선 정치전문기자는 권익위의 종결처리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장 기자는 "이 정도의 의혹이 제기되면 법률적으로 미비한 점은 있으나 관련 조항을 들어서 검찰에 이첩할 수도 있고 경찰에 이첩할 수도 있는 것"이라며 "그걸 권익위가 알아서 종결하고 없던 걸로 처리한다는 건 있을 수가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권익위의 권한을 통해서 여러 가지 수수한 정황이 있으면 관련된 내용을 조사해야 되는 것"이라며 "6개월 동안 가만히 두고 있었던 것이 선거 때문에 눈치 보기 했던 건가라는 생각도 드는 것이고, 이 와중에 버젓이 이렇게 처리한다는 것은 더 이상 눈치 보지 않아도 된다는 판단인 것인지 그러면 권익위는 권력 앞에는 굴종하는 조직으로 남아 있어도 되는 건지 권익위에 있는 직원들도 굉장히 참담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검찰 명품백 수사 결과 관심.. 이원석 "검찰 차원 수사 일정 차질 없이 수행할 것"
검찰은 이른바 김건희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전담 수사팀을 꾸려 수사를 진행 중이다. 권익위가 법 위반사항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 만큼 검찰 수사 결론도 이와 비슷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검 측은 권익위의 결정이 나온 직후 "구체적 결정 내용을 확인하기 어려워 권익위 결정에 대한 입장을 말씀드리기는 어렵다"며 "검찰은 절차에 따라 필요한 수사를 계속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원석 검찰총장도 11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찰은 검찰 차원에서 수사 일정을 차질 없이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장은 '명품백 수수 의혹과 함께 김 여사가 연관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도 검찰이 동시에 수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는 질문에는 "구체적인 수사 일정은 수사 진행상황에 따라 협의해 차질없이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도이치 사건 수사와 관련해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 회복을 법무부 장관에게 요청했느냐'는 질문에는 "지난 정부 법무부 장관이 (도이치 사건 수사에 대한)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했고 지난 정부의 후임 법무부 장관은 수사지휘권 박탈 상황이 여전히 유지가 된다고 재확인했다"며 "저는 일선 검찰청에서 다른 일체의 고려 없이 증거와 법리대로만 제대로 수사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답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이었던 2020년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도이치 수사와 관련한 검찰총장의 지휘권을 박탈한 이후 아직까지 이 사건과 관련한 수사지휘권이 회복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면서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수사와 관련해 대통령실과 다시 갈등설이 불거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에 "증거와 법리대로 한다면 그런 일은 없으리라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