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 러 동결자산 활용 우크라 69조원 지원 합의.. 러 "EU에 매우 고통스러운 대응할 것"
푸틴 "우크라 4개 지역 철수·나토 포기하면 평화협상".. 젤렌스키 "히틀러와 똑같아"
우크라 평화회의 80개국 공동성명, 우크라이나 영토보전, 무력 사용 자제 원칙 선언
러시아·중국 불참.. '러·중' 주도 브릭스 진영 서명 거부 "사태 해결 한계"

하르키우 전선의 우크라이나 병사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하르키우 전선의 우크라이나 병사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지난 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이어 16일 우크라 평화회의에서 80개의 서방 정상들이 '공동성명'을 내고 우크라이나 지원을 다짐했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이번 평화회의에 불참한데다 브릭스 국가 등 10여개국은 공동성명에 서명을 하지 않으면서 러시아를 압박하기 위한 단일대오 형성에는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 평화회의 개최 전 우크라이나군이 자포리자 등 네 지역에서 철수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을 포기한다면 휴전이 가능하다고 밝히며 브릭스 국가들이 서명을 거부할 명분을 제시해주었다.

G7, 러 동결자산 활용 우크라 69조원 지원 합의.. 러 "EU에 매우 고통스러운 대응할 것"

G7(미국·일본·영국·캐나다·독일·프랑스·이탈리아) 정상들은 13일(이하 현지시간) 러시아 동결 자산으로 우크라이나에 500억달러(약 68조5천억원)를 지원하는 데 합의했다.

연합뉴스와 주요 외신에 따르면 G7 정상들은 이날 이탈리아 동남부 풀리아주 브린디시의 보르고 에냐치아 리조트에서 개막한 G7 정상회의 첫날부터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확대를 의제로 다뤘다.

G7 의장국인 이탈리아의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회의 뒤 취재진에게 "우리 관할권에 동결된 러시아 자산의 수익을 활용해 대출 형식으로 연말까지 우크라이나에 약 500억달러를 추가 재정 지원하기로 정치적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이번 합의에 대해 "역사적인 조치"라며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독립과 주권을 지키는 데 필요한 용기를 주는 매우 강력한 약속"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G7 회원국, 유럽연합(EU), 호주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이유로 자국 기관들이 보관해온 러시아 중앙은행 보유외환 2천820억달러(약 375조원)를 동결했다.

미국은 애초 동결 자산을 몰수해 우크라이나를 직접 지원하자고 제안했으나 대부분의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이 예치된 유럽 국가들은 법적 문제를 이유로 난색을 보여왔다.

이에 G7 정상들은 러시아 동결 자산을 직접 처분하지 않으면서 동결 자산에서 나오는 이자 수익을 담보로 우크라이나에 500억달러를 올해 말까지 지원하는 것으로 절충점을 찾았다.

G7의 합의에 러시아 측은 즉각 반발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서방이 동결한 러시아 자산에서 수익을 취하려는 시도는 범죄"라며 "러시아 정부는 이에 대응할 것이며 이는 EU에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우크라 4개 지역 철수·나토 포기하면 평화협상".. 젤렌스키 "히틀러와 똑같아"

G7 정상회의에서 러시아 동결자산의 이자 수익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겠다는 결론이 내려지자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4일 우크라이나군이 자포리자 등 네 지역에서 철수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을 포기한다면 평화 협상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로이터 및 AFP통신에 따르면 푸틴은 만약 우크라이나군이 자포리자, 헤르손, 도네츠크, 루한스크 지역에서 철수하고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 계획을 포기한다면 러시아는 당장 내일이라도 평화 회담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지역은 러시아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점령한 지역들로 우크라이나 전체 영토의 약 18% 정도다.

또 푸틴 대통령은 서방의 해외 러시아 자산 동결을 '도둑질'이라고 비난하며 반드시 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서방 국가들이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일종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모든 속임수에도 절도는 여전히 절도이며 처벌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아돌프 히틀러와 똑같은 일을 저지르고 있다"라며 "이것이 바로 우리가 그의 메시지를 신뢰할 수 없는 이유"라고 반박했다.

14일 나토 국방장관회의에서도 푸틴 대통령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은 "푸틴은 우크라이나의 영토를 불법적으로 점령하고 있다"라며 "그는 우크라이나에 평화를 가져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지시할 위치에 있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가 (전쟁을 끝내기로) 선택한다면 오늘 당장 끝낼 수 있다"라며 "우리는 그에게 그렇게 하고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철수할 것을 촉구한다"라고 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도 "이건 선의로 이뤄진 제안이 아니다"라며 "이건 우크라이나가 지금까지 러시아가 점령할 수 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영토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곧 더 많은 무력·점령 행위를 의미하며 러시아의 목표가 우크라이나를 통제하는 것임을 보여준다"라고 비판했다.

우크라 평화회의 80개국 공동성명, 우크라이나 영토보전 및 무력 사용 자제 원칙 선언

러시아·중국 불참.. '러·중' 주도 브릭스 진영 서명 거부 "사태 해결 한계"

지난 16일 스위스에 열린 우크라이나 평화회의에서도 우크라이나의 영토보전을 지지하고 무력 사용을 규탄하는 공동성명이 채택됐다.

100여개국 대표들이 모인 가운데 이틀간 열린 우크라이나 평화회의에서 채택된 80개국이 찹의한 공동성명은 참가국이 국제법과 유엔 헌장을 기반으로 우크라이나의 지속 가능한 평화 체제를 위해 건설적으로 논의했다는 사실과 모든 국가의 영토보전과 정치적 독립을 위해 무력 사용을 자제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또 우크라이나의 원전 시설은 우크라이나의 완전한 주권적 통제 하에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정해 놓은 원칙에 따라 안전하게 운영돼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흑해와 아조우해에서 자유롭고 안전한 상업적 항해와 항구 접근이 중요하며 우크라이나의 농산물은 안전하게 제공돼야 하고, 식량안보를 어떤 식으로든 무기화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공동성명에 포함됐다.

마지막으로 전쟁포로의 완전한 교환·석방과 난민이 된 우크라이나 아동·민간인 억류자의 송환을 촉구하는 내용이 실렸다.

비올라 암헤르트 스위스 대통령은 이날 폐회 연설에서 "공동성명은 우크라이나 국민과 전쟁으로 인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모든 이들에게 보내는 분명한 신호"라며 "유엔 헌장에 근거해 우크라이나 평화를 추구하자는데 공통된 이해를 가졌다는 점은 더욱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공동성명에는 참가국 중 브릭스(BRICS) 소속 국가 등 10여개국은 서명에 참여하지 않았다.

브릭스는 러시아, 중국이 주도하는 신흥 경제국 연합체이다. 브릭스 가입이 승인된 사우디아라비아와 가입을 추진 중이거나 관심을 표명한 인도네시아, 태국, 리비아, 바레인 역시 공동 성명에 서명하지 않았다.

외교가에서는 비서명국은 러시아,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이같이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들 비서명국의 공통점을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을 통칭)라고 짚었다.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인 유럽정책분석센터의 우크라이나 전문가 볼로디미르 두보비크는 "서명하지 않은 국가들은 양보를 바탕으로 평화를 이루자는 것으로 보인다"며 "우크라이나의 양보를 의미하고 기본적으로 러시아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중국 "성과 제한적" 러시아 "스위스 평화회의 예상대로 실패"

이번 우크라 평화회의에 불참한 중국과 러시아는 성과를 내기 어려운 회의였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17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평화회의가 성공적이고 역사를 만들 수 있다고 선언했지만 참석한 외국 고위 인사와 언론은 그만큼 성공적이지 않았다는 것을 분명히 알았다"고 보도했다.

환구시보는 "한 세력은 선과 악의 서사를 조장하고 러시아를 지지한다는 명분으로 국제사회에 분열과 진영 대립을 일으키려 한다"며 "중국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일으킨 것도 아니고 사태의 당사자도 아니지만 평화 회담을 촉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론은 일반적으로 평화에 대한 희망이 여전히 매우 희박하며 회의에서 얻은 실제 결과는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공통적이고 포괄적이며 협력적이고 지속 가능한 안보 개념 없이는 관련 평화회의는 거의 성과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 레오니트 슬루츠키 러시아 하원 국제위원장도 16일 "스위스에서 열린 회의는 예상대로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평화정상회의'는 평화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러시아가 불참한 상황에서 모든 결정은 무의미하다"면서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에서 단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또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회의 하루 전인 지난 14일 제시한 협상안을 상기하면서 이것을 '진짜 평화공식'이라고 강조했다.

슬루츠키 의원은 그러면서 "서방 지도자들이 이중잣대로 (러시아의) 합리적인 평화구상을 계속 거부하는 한 마지막 우크라이나인까지 대리전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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