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후보자 "좌파 영화 우리 DNA에 스며들어" "봉준호·정우성 좌파.. 나훈아·김흥국은 우파"
尹, 이진숙 추천 이유에 "방송 공정성·공공성 담보할 적임자"
민주 "10번이든 100번이든 탄핵".. 국민 여론, 임명 반대 50.7%
MBC 출신 정동영 "이진숙, 어떻게 극우가 됐나?"
與·보수성향 언론노조 "마타도어 중단하라.. 이진숙 잔다르크 역할 해야"

[출처=MBC 갈무리]
[출처=MBC 갈무리]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과거 여러 연예인들을 좌파와 우파로 구분한 발언이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 후보자에 대해 방송 공정성과 공공성을 담보할 적임자라고 추천 이유를 밝혔으나 이 후보자의 발언만 놓고 보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국민의힘과 보수 성향의 노조 및 시민단체는 이 후보자 엄호에 나서고 있으나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임명 강행시 즉각 탄핵 절차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이 후보자 "좌파 영화 우리 DNA에 스며들어" "봉준호·정우성 좌파.. 나훈아·김흥국은 우파"

10일 MBC 보도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지난 2022년 자유민주당(대표 고영주)이 주최한 행사에서 강연을 했다. 당시 이 후보자는 특정 영화들과 연예인들을 좌파‧우파로 분류한 자료를 제시하며 "문화 권력도 좌파 쪽으로 되어 있죠? 기가 막힙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좌파성향의 영화를 만들면 히트 친다. 그것은 알게 모르게 우리 몸의 DNA에 스며든다"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자가 '좌파'로 분류한 영화에는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과 '괴물', '설국열차'를 비롯하여 5.18 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택시운전사'와 친일파 암살 작전을 다룬 '암살', 재벌가의 비리를 폭로한 '베테랑' 등이다.

반면, △국제시장 △태극기 휘날리며 △인천상륙작전 △연평해전 등은 우파 영화로 분류했다.

이 후보자는 "우파 영화도 물론 있지만 좌파 (영화)가 몇 십 배 더 많다"고 말했다.

이어 "연예계도, 아시죠?"라면서 '연예계도 좌파 편중'이라는 강연 자료를 제시했다. 해당 자료에는 좌파 연예인으로 △김제동 △김미화 △강성범 △노정렬 △정우성 △권해효 △안치환 △김규리 △문소리가 이름을 올렸다. 정우성의 경우 세월호 다큐 그날 바다의 나레이션을 했다는 이유를 들었으며, 문소리는 청룡영화제 시상자로 올라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잃은 동료를 추모하며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언급했다는 이유가 첨부됐다.

우파 연예인으로는 △나훈아 △김흥국 △강원래 △소유진 △설운도의 이름이 제시됐으며 별도의 설명은 없었다.

해당 보도에 대해 이 후보자 측은 "인사청문회에서 답변하겠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尹, 이진숙 추천 이유에 "방송 공정성·공공성 담보할 적임자"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일 국회에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을 요청하면서 국회 정무위원회는 오는 22일 김 후보자 청문회를 여는 안을 두고 여야 간사가 협의하고 있다.

이 후보자 지명 직후 야권에서는 과거 정수장학회 지분 매각 논의 및 노조 탄압 논란 등을 문제 삼으며 철저한 검증을 예고한 상태다. 여기에 연예인을 좌파와 우파로 나눈 이 후보자의 과거 발언이 인사청문회에서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윤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추천하면서 "언론인 출신으로서 방송의 사회적 책임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고 있는 만큼, 방송의 공정성과 공공성을 담보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대한 요구가 어느 때보다 높은 이 시기에,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임무를 완수할 수 있는 적임자로 판단된다"며 추천 이유를 밝힌 것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이 후보자가 치우치지 않은 리더십을 발휘할 거라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방송기자 시절부터 사실에 기반한 균형 있는 일 처리를 해온 만큼, 여야 추천위원으로 구성된 합의제 행정기구의 장으로서 사회 각계각층의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하고, 어느 한쪽에도 치우침 없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된다"고 말했다.

[출처=MBC 갈무리]
[출처=MBC 갈무리]

민주 "10번이든 100번이든 탄핵".. 국민 여론, 임명 반대 50.7%

MBC 출신 정동영 "이진숙, 어떻게 극우가 됐나?"

이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결과와 관계 없이 윤 대통령이 임명 가능하다. 이 후보자의 전임자인 이동관·김홍일 위원장 임명 당시에도 임명을 강행한 바 있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일찌감치 이 후보자에 대한 탄핵 가능성을 시사하며 임명을 반대하고 있다.

박찬대 민주당 당 대표 직무대행 및 원내대표는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후보자는 MBC를 이명박 정부에게 상납하려 했던 김재철 전 MBC 사장의 입이자 분신 같은 사람이며 당시 수많은 언론 탄압과 더불어 이태원 참사 음모론까지 부추긴 부끄러운 역사를 갖고 있는 인물"이라며 "모든 공영방송을 '땡윤 뉴스'로 뒤덮으려고 위법과 탈법을 강행한다면 국민이 부여한 권한을 10번이든 100번이든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영교 최고위원도 "이 후보자는 세월호 유족의 조급증이 민간 잠수사의 죽음을 불렀다는 엄청난 막말, 패륜 막말을 늘어놓은 사람"이라며 "좀 할 만한 사람을 데리고 와라.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사람을 방통위원장으로 갖고 와서 MBC를 민영화하려고 하나"고 꼬집었다.

황정아 민주당 대변인도 7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5·18 민주화운동 영령들에게 폭도, 홍어족이라며 모욕하는 글에 좋아요를 누르고, 이태원 참사 기획설을 퍼트려놓고, 본인 검증보도에는 허위사실 명예훼손 고소라니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며 "본인이 퍼트린 극우 가짜뉴스에 대해서나 사죄하고 후보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자가 끝까지 자리를 내려놓지 않는다면, 국민의 분노가 이 후보자를 탄핵할 것임을 명심하길 바란다"고 경고했다.

국민 여론도 이 후보자에게 불리한 상황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 의뢰로 6~8일 실시한 조사(ARS,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2%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신임 방송통신위원장 후보로 내정된 이진숙 전 대전 MBC 사장에 관한 임명에 대해 '찬성' 33.4%, '반대' 50.7%로 나타났다.

이 후보자의 MBC 선배인 정동영 민주당 의원은 "인사청문회에서 어떻게 해서 극우가 됐나 물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11일 KBS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이 후보자는 노조 활동을 했던 기자다. MBC 노조는 월급 올려달라는 복지 투쟁하는 노조가 아니라 '공정 방송하겠다'는 '방송 독립'을 주창했던 노조다. 지금도 마찬가지"라며 "공정 방송이 MBC 노조의 본질인데, (이 후보자는) '그때 노조는 순수했고 지금 노조는 변질됐다' 이렇게 강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초의 여성 종군 기자라는 이미지(도 있다). 그런데 어떻게 해서 이렇게 극우 인사로 변절, 변질이 됐을까 하는 데 의아하다"며 "청문회에서 좀 물어보고 싶다. '어떻게 해서 극우가 됐냐, 당신은?"이라고 반문했다.

與·보수성향 언론노조 "마타도어 중단하라.. 이진숙 잔다르크 역할 해야"

반면, 국민의힘과 보수성향의 언론노조는 이진숙 후보자 엄호에 나서는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최수진 수석대변인은 7일 논평에서 "제2·제3의 이동관도 탄핵하겠다더니, 새 후보를 지명하자 마자 이진숙 후보자를 향해서도 탄핵의 칼날을 세우며 '끌어내릴 것' 엄포를 놓기에 바쁘다"며 "무도함을 넘어 공영방송 장악을 위한 의지가 잔악할 정도"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6일 미디어특별위원회 논평에서도 "이진숙 후보자에 대해 민주당과 민주노총 자매단체들이 총출동해 왜곡 발언을 쏟아내자 MBC 내부에서 사실관계 검증에 나섰다"며 "마타도어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보수 성향의 MBC 3노조는 지난 5일 성명에서 이 후보자가 MBC 기획홍보본부장 시절인 2012년 MBC 지분의 30%에 해당한 정수장학회 지분 매각을 고려했던 배경 등 3가지 쟁점에 반박입장을 냈다.

3노조는 "(2008년) 광우병 허위보도에도 MBC는 전혀 자성하지 않았고 언론노조 중심으로 2012년초 무려 170일 파업을 해 극도로 노사관계를 악화시켰다"며 "그 과정에서 MBC가 자체적으로 개혁방안을 모색하던 와중 지분매각이란 방법을 꺼낸 것 아닌가"라고 반박했다.

또, 민주노총 언론노조가 이 내정자를 '부역자'로 지칭, MBC기자회에서 제명했다는 주장에도 "도대체 무슨 범죄행위 '부역자'란 말인가"라며 "MBC 기자회가 언제나 민노총 언론노조의 파업직전 제작거부로 파업선동을 담당해왔다"면서 "제명 조치는 이 내정자가 얼마나 치열하게 그들과 싸워온지 알려주는 시금석"이라고 맞받았다.

이 내정자가 일부 언론·방송에서 이태원 참사를 부추겼다는 음모론을 제기했다는 것에 대해서도 "이 내정자는 이태원 참사 당일과 전날, KBS와 MBC가 각각 사고현장에서 100여미터 떨어진 지점에서 이태원 핼러윈 축제를 홍보하는 내용의 뉴스중계를 앞다퉈했다는 문제를 지적한 것일뿐"이라고 말했다.

언론비평시민단체 미디어연대도 9일 성명에서 "민주당과 좌파 단체 및 언론이 이 후보자에 대해 이런 적대감을 드러내는 것은 다음 달로 예정된 방통위의 공영방송 3사(KBS·MBC·EBS) 이사진 개편을 앞두고, 이 후보자를 어떻게든 낙마시켜 방통위 기능을 마비시키겠다는 계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후보자가 야당의 파상 공세를 이기고 속히 방통위원장에 올라, 지금까지 보여준 능력과 투지로 이들 현안을 잘 해결해 주기를 기대한다"며 "바야흐로 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미래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해야 할 한국의 방송·통신 산업이 내우외환에 허덕이며 길을 잃은 지금 상황에서 이 후보자가 마땅히 '잔다르크'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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