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이종훈 명지대 연구교수, 시사평론가] 한동훈 대표가 정치적 검증대에 올랐다. 지난 총선에 이어 두 번째다. 첫 번째 검증을 좋은 성적으로 통과하지 못했지만, 그때는 윤석열 대통령 핑계를 댈 수 있었다. 이번에는 다르다. 성과를 내지 못하면 정치권 퇴출까지 각오해야 한다. 주어진 시간은 1년 2개월이다.

그 사이에 큰 선거가 없다는 점은 기회이기도 하지만 위기이기도 하다. 큰 선거가 있어야 당내 세력 기반 확충이 가능하고, 여기에 선거 결과까지 좋다면 차기 대선주자로서 입지가 탄탄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현안 극복에 승부수를 걸 수밖에 없다.

당면한 현안은 세 가지 키워드로 요약 가능하다. 첫째, ‘김건희’다. 대표 경선 과정에서도 김건희 여사 문자 메시지 패싱 논란이 불거졌지만, 김 여사 이슈는 한 대표가 지난 총선 비상대책위원회를 이끌 때부터 발목을 잡았던 변수다.

한 대표는 대표 경선 과정에서 제3자 추천 방식의 채상병특검법 발의를 공약했다. 이런 속에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수사대상에 김건희 여사까지 포함한 세 번째 특검법을 발의했고, 한 대표에게 결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당내 반대를 극복하지 못해 공약한 특검법 발의에 실패한다면, 한 대표는 다시 윤석열 아바타론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둘째, ‘친윤계’다. 한동훈 대표는 첫 최고위원회 구성에조차 어려움을 겪었다. 친윤계 정점식 전 정책위의장이 버티기를 한 때문이다. 결국 윤석열 대통령과 독대까지 한 끝에 계파색이 그나마 옅다는 김상훈 의원을 정책위의장에 임명할 수 있었다.

이로써 한동훈 대표가 5대 4로 자신에게 유리한 최고위원회 구성에 성공했다는 평가지만, 그렇다고 김 정책위의장을 친한파로 구분하기도 어렵다. 그가 결정적 순간에 누구 편에 설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국회의원 성분을 분석해보면 한 대표는 더 불리한 처지다. 지난 총선 과정에서 친한계를 공천하긴 했지만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여기에 친윤계 중 친한계로 전향한 국회의원을 포함하더라도 절대 열세다. 결국, 대다수인 친윤계 국회의원을 자기 편으로 만들어나가지 못하면, 차기 대선 경선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셋째, ‘콘텐츠’다. 한 대표는 지난 총선 당시 김포시의 서울 편입을 대표 공약 중 하나로 내세웠다. 이후 경기분도 문제와 충돌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두 가지를 동시에 추진하겠다고 주장해 전문가들을 의아하게 만들었다. 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 데에서 나온 실수다.

한 대표는 최근 금융투자세 폐지를 적극 설파 중이다. 마치 한동훈표인 것처럼 주장하고 있지만, 실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때 이미 공약한 내용이다. 더욱이 한 대표는 최근 ‘금융투자소득세 시행 시 1400만 개인 투자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금투세 과세대상이 전체 투자자의 2.5%에 불과한 데 말이다.

사안의 내용과 맥락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김포시 서울 편입 당시처럼 발언을 이어가면 곧바로 검사 출신이라 정책 콘텐츠가 부족한 윤석열 대통령과 무엇이 다르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것을 벗어나지 못하면, 윤석열 아류론에 빠지고 말 것이다.

앞서 지적한 세 가지 이외에도 한동훈 대표가 보완해나가야 할 점은 많다. 1년 2개월 동안 얼마나 진도를 뺄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
이종훈 정치평론가

이 종 훈

  정치평론가

  정치학박사

  명지대 연구교수

  정치경영컨설팅(주) 대표

전 국회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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