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통일하지 말고 두 개의 국가를 수용하자" 주장
김민석 "남북 누구도 설익은 발상을 갑자기 던질 권리 없어" 비판
정동영 "2국가론 헌법 위반, 남북은 나라 아닌 통일 지향하는 특수관계"
박지원 "학자는 평화 먼저 챙기자 할 수 있지만 정치인으로선 부적절"
정세현 전 장관 "임 전 실장 발언과 햇볕정책은 맞닿아 있어" 힘 싣기도
국민의힘 "민주당 공식 입장 밝히라" 촉구…여권 인사도 비판 가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민석 최고위원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409/664590_471568_1432.jpg)
[폴리뉴스 박상현 기자]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두 국가론' 한마디에 더불어민주당 내 친명과 친문 사이에 분열이 일어날 조짐이다. 임종석 전 실장의 '두 국가론'에 친명의 좌장격인 김민석 수석최고위원이 그 누구도 '설익은 발상'을 갑자기 던질 권리는 없다고 맞받아치며 논의할 가치도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임 전 실장은 지난 19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통일을 꼭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내려놓자. 통일을 버리고 평화를 선택하자"고 주장했다.
임 전 실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이었을 뿐 아니라 1980년대 전국대학생협의회(전대협) 의장을 지내면서 학생운동을 하면서 평생 통일 운동을 전개해왔던 정치 인사이기에 이날 발언은 큰 파장을 일으켰다. 게다가 임 전 실장의 이른바 '두 국가론'은 김정은 위원장의 '적대적 두 국가론'과 닮았다는 얘기까지 나오면서 더더욱 논란이 일었다.
임 전 실장의 발언은 민주당에서도 찬반 양론이 분분하다. '평화로운 한반도를 구현하여 번영된 통일국가 건설의 기반을 조성한다'는 민주당 강령과도 배치되고 있기 때문에 당 안팎에서 충분한 숙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는 반면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과 임 전 실장의 논리가 맞닿아있다는 주장도 있다.
'친명' 정동영 - 박지원 '헌법 위반, 통일 거두고 평화만? 성급해" - 정세현 "국민 통일 의지 사라졌는데 무슨 감동"
특히 친명 인사 중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 통일정책을 주도했던 박지원, 정동영 의원은 강력 비판하고 나섰다. 반면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임 전 실장의 '2국가론'에 동조하고 나섰다.
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친명' 정동영 의원은 지난 20일 전남 목포 호텔현대에서 열린 '9.19 공동선언 6주년 기념 포럼'에서 "안타까운 심정에서 평화를 우선 정착시키는데 집중하자는 취지로 얘기했을 것이지만 2국가론은 헌법 위반"이라며 "남북은 나라와 나라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된 특수 관계다. 그 기둥 아래 통일을 추진해왔는데 이를 변경해야 할 어떠한 사정도 없다"고 지적했다.
또 김대중 정부에서 비서실장을 지내며 김정일 위원장과 첫 남북공동회담을 물밑에서 성사시키고 문재인 정부에서 국가정보원장을 지낸 '친명' 박지원 의원도 이 자리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은 통일정책이 아니고 교류협력 평화정책으로 임 전 의원의 두 개의 한국, 통일이 아니라 평화를 지키자는 발언은 햇볕정책과 비슷하다"며 "학자는 통일은 거두고 평화 먼저 챙기자는 주장이 가능하지만 현역 정치인의 발언으로는 성급하다"고 에둘러 비판하기도 했다.
반면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 걸쳐 통일부 장관을 지내고 문재인 정부 시절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을 지낸 정세현 전 장관은 "우리 국민의 통일 의지가 사라지는데 '헌법에 평화통일을 규정했으니 밀고 나가야 한다'는 것이 무슨 감동을 줄 수 있겠느냐"며 "김대정 전 대통령은 무력통일과 흡수통일을 배제하고 교류 협력을 활성화 하면서 통일은 후대에 맡기자고 했는데 이는 임 전 실장이 말한 것과 비슷한 논리"라고 주장했다.
앞서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부원장 출신인 이연희 의원은 지난 7월 11일 당 전국당원대회 준비위원회 강령정책분과 1차 토론회에서 "한 민족, 두 국가에 대한 논의를 해야 한다. 강령 작업에 '두 개의 국가'라는 인식으로 대북 정책을 짜는 것도 논의되면 좋겠다"는 말로 일찌감치 '2국가론'에 대한 토의를 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전략총괄을 맡고있는 김민석 수석최고위원은 임 전 실장의 '2국가론'을 정면 비판했다.
김 수석최고위원은 22일 자신의 SNS을 통해 "김대중 대통령은 '국민이 외교를 알아야 한다. 내부의 오류와 치열하게 싸우라'고 했다. 김대중같은 국제적 경륜이 필요한 시기라는 절박감이 밀려오는 요즘 드는 생각 몇가지를 적는다"며 두 국가론이 절대 안 되는 이유를 적었다.
김 수석최고위원은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은 비판되어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이라면 김정은 위원장을 설득할지언정 동조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평화적 장기공존 후에 통일문제는 후대에 맡긴다는 역사적 공감대를 도발적으로 바꾸고 '두 개의 국가론'으로 건너뛸 이유가 없다. 남북 양쪽에 흩어진 혈육과 인연들을 영영 외국인 간의 관계로 만들자는 설익은 발상을 갑자기 툭 던질 권리는 남북 누구에게도 없다"고 주장했다.
![19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에서 임종석 2018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409/664590_471569_1531.jpg)
여권 "민주당, 두 국가론에 대한 명확한 입장 밝히라" 압박
김민석 수석최고위원이 '두 국가론'을 자신의 이름을 걸고 비판한 것은 국민의힘 등 여권의 공세가 이미 시작된 시점에서 나름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김준호 국민의힘 대변인은 22일 논평을 통해 "임종석 전 실장의 발언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반헌법적 종북 발언'이었다. 분단의 아픔을 겪고 있는 대한민국이 지난 수십년간 자유민주주의에 입각한 평화 통일을 목표로 쏟아온 국가적 역량과 수많은 이들의 헌신을 모욕했다"며 "문재인 전 대통령조차도 김정은의 '적대적 두 국가론'에 대해 평화와 통일이라는 겨레의 염원에 역행하는 반민족적 처사라고 했는데 김정은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언사를 내뱉은 것은 북한 독재 체제를 묵인하겠다는 태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김 대변인은 "이런 상황에서도 민주당은 임 전 실장의 발언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당의 입장을 명확히 밝히고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에 대응해 헌법에 기반한 평화적 통일을 지향한다는 통일 관련 민주당 강령에 대해서도 국민 앞에 소상히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철수 의원도 22일 SNS을 통해 "통일을 포기하고 두 국가를 인정하자는 임종석 전 실장의 주장은 매우 충격적이다. 역사와 미래를 포기하는 주장이며 헌번과 국민에 대한 배신"이라며 "통일은 역사 과제일 뿐 아니라 전쟁 위기에서 벗어나 대륙과 해양으로 뻗어갈 국토를 회복하고 우수한 인적 자원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이 초강대국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통일은 대한민국의 희망이자 미래이기에 통일을 포기하자는 것은 민족의 역사와 국가의 미래를 포기하자는 것이며 비정상 국가인 북한에 굴종하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재명 대표의 생각 또는 더욱 궁금해진다. 이재명 대표 또한 늘 평화가 최선이라고 주장한다. 이재명 대표가 말하는 평화가 북한 김정은 체제의 안정과 분단 고착화인지 그리고 통일에 대한 포기인지 분명히 답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태영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도 이날 논평을 통해 "불과 몇 년 전까지 일평생 통일을 외치던 분들이 어찌 그리 쉽게 통일을 포기하자고 할 수 있는지, 정말 그동안 통일을 진정으로 염원했던 것이 맞는지 묻고 싶다. 임 전 실장의 발언으로 고향에 돌아갈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탈북민과 이산가족에게 재를 뿌렸다"며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론을 주장하며 반 통일노선을 펼치는 지금이 오히려 자유민주주의에 입각한 자유 통일에 대한 우리의 의지를 더욱 단단히 모을 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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