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8·15 통일 독트린 발표 "자유 확산으로 통일 달성"
임종석 "통일 하지말고 2개 국가 수용하자" 文 "기존 통일 담론 재검토 필요"
與 "김정은 주장 그대로 받아들여.. 친북 넘어 종북" 맹폭
尹 "2국가론, 반헌법적 발상"
야권 내 갑론을박.. 김민석 "DJ는 김정은에 동조 않을 것" 임종석 "평화 공존 하자는 것"

윤석열 정부와 문재인 전 정부의 통일 담론이 부딪히는 양상이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정부와 문재인 전 정부의 통일 담론이 부딪히는 양상이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월 15일 광복절 기념사를 통해 통일 독트린을 발표한데 이어 최근 문재인 전 대통령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새로운 통일 담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임 전 실장이 통일 대신 남과 북이 국가로 존재하면서 평화로운 관계를 맺는 '2국가론'을 제안하자 정치권에서는 연일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민주당 내 친문계와 친명계간 이견이 불거지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尹, 8·15 통일 독트린 발표 "자유 확산으로 통일 달성"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8·15 통일 독트린'을 발표하며 통일을 위한 3대 비전과 3대 추진 전략을 각각 제시했다.

3대 비전은 △자유와 안전이 보장되는 행복한 나라 △창의와 혁신으로 도약하는 강하고 풍요로운 나라 △세계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나라이며, 3대 전략은 △자유 통일을 추진할 자유의 가치관과 역량 배양 △북한 주민의 자유 통일에 대한 열망 촉진 △자유 통일 대한민국에 대한 국제적 지지 확보가 포함된다.

여기에 통일 프로그램 활성화를 비롯한 7대 통일 추진 방안을 공개하면서 북한 주민에 대한 인권 유린 개선을 위해 힘쓸 것임을 천명하고 북한 주민의 변화를 위해서는 '정보접근권'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많은 북한 이탈주민은 우리 라디오 방송, TV를 통해 북한 정권의 거짓 선전 선동을 깨닫게 됐다고 증언하고 있다"며 "북한 주민들이 자유의 가치에 눈을 뜨도록 만드는 일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를 뒷받침할 방안으로 '북한 인권 국제회의'와 '북한 자유 인권 펀드', 남북 간 대화를 위한 실무 차원의 '대화협의체' 설치도 제안했다.

윤 대통령 약 2주 후인 29일 국정브리핑 후 기자회견에서 '통일 독트린'과 관련해 "우리의 통일은 반드시 평화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통일은 기본적으로 자유라고 하는 것이다. 전쟁을 방어해야 되는 경우 이외에는 침략 전쟁은 수행하지 않는다는 것이 자유 민주주의의 본질"이라면서 "우리가 자유 민주주의 체제니까 우리가 우월하고, 수단·방법을 안 가리고 통일을 하겠다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헌법 자체가 통일을 전제로 해서 만들어놓았다. 분단을 고착화시키는 헌법이 아니다"라며 "그래서 이번 8·15 통일 독트린이 새로운 걸 낸 게 아니고 우리 헌법에 충실한 통일관을 갖자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임종석 "통일 하지말고 2개 국가 수용하자" 文 "기존 통일 담론 재검토 필요"

이런 가운데 문재인 정부의 초대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 전 실장은 지난 19일 9·19 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 기조연설을 통해 2국가론을 제시했다.

이날 임 전 실장은 "통일, 하지 맙시다"라며 "(남북이) 그냥 따로, 함께 살며 서로 존중하고 같이 행복하면 좋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이어 "객관적 현실을 받아들이고 두 개의 국가를 수용하자"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국가보안법 폐지 △통일부 정리 △헌법 영토 규정 개정 등을 주장했다.

임 전 실장은 "현시점에서 통일 논의는 비현실적이며 통일이 무조건 좋다는 보장도 없다"며 "통일을 꼭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내려놓자. 단단히 평화를 구축하고 이후의 한반도 미래는 후대 세대에게 맡기자"고 말했다.

이어 "우리 국민 내부에도 통일에 대한 강한 의구심이 존재한다. 젊은 세대로 갈수록 이 의구심은 거부감으로 나타난다"며 "남북 모두에게 거부감이 높은 '통일'을 유보함으로써 평화에 대한 합의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상대에 대한 부정과 적대가 지속되는 조건에서 통일 주장은 어떤 형태로든 상대를 복속시키겠다는 공격적 목표를 갖게 된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통일 독트린' 구상에서 밝힌 자유통일론을 그 예로 들었다.

그는 "신뢰 구축과 평화에 대한 의지 없이 통일을 말하는 것은 상대에 대한 공격과 다름없다"면서,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을 두고 "좋게 얘기하면 '힘에 의한 평화, 그냥 얘기하면 '전쟁불사'로 보인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같은 자리에서 문 전 대통령도 "북한이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고 나서면서 기존 평화·통일 담론도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하게 됐다"며 임 전 실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즉, 사실상 전임 대통령과 핵심 측근이 현 정부의 통일 정책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며 새로운 통일 담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이다.

與 "김정은 주장 그대로 받아들여.. 친북 넘어 종북" 맹폭

이같은 주장에 대해 국민의힘은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다.

한동훈 대표는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그동안 통일을 부르짖으면서 평생을 살아온 임종석 씨의 입에서 나온 것이 북한의 김정은이 하는 내용과 같다"라고 지적했다.

한 대표는 "지금까지 주사파, 종북 소리 들으면서 통일 주장하다가 갑자기 이렇게 말이 바뀌는 것이야말로 이런 분들이 실체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김정은 정권이 북한에서 갑자기 무너지면 중국이나 러시아가 동북공정식으로 북한을 차지하려 해도 우리가 그냥 중국이나 러시아와 동등한 국가일 뿐이니 구경만 해도 한다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이어 "통일은 감정적인 구호가 아니라 당위이고 목표이자 현실"이라며 "동북공정도 아니고 종북공정하자는 얘기인가"라고 반문했다.

장동혁 최고위원도 "논쟁, 비판할 가치도 없다"며 "국민들 염장 그만 지르시고 북한 가서 사세요"고 꼬집었다.

인요한 최고위원은 "우리 헌법에 북쪽의 국민은 우리의 국민으로 돼 있는데 '통일은 포기해야 한다'는 그런 발언은 매우 적절하지 않고 이해가 잘 안 간다"고 지적했다.

통일부 장관을 지낸 권영세 의원은 24일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 배승희입니다'에 출연해 "임 전 실장의 발언은 통일을 포기하자는 데 방점이 있다"며 "스스로가 친북을 넘어 종북임을 확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철수 의원은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통일을 포기하자는 것은 민족의 역사와 국가의 미래를 포기하자는 것"이라며 "이같은 주장을 가장 반길 사람은 북한의 김정은이다. 김정은의 주장을 충실히 받드는 사람이 최고위층에서 국가를 통치했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통일을 포기하고, 두 국가를 인정하자는 임종석의 주장은 매우 충격적"이라며 "역사와 미래를 포기하는 주장이며, 헌법과 국민에 대한 배신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태영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사무처장 역시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통일이 되면 고향으로 돌아갈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탈북민과 이산가족들의 희망에 재를 뿌렸다"며 비판했다.

태 사무처장은 "북한 현실에 눈감고 불과 몇 년 전까지 일평생 통일을 외치던 분들이 어찌 그리 쉽게 통일을 포기하자고 할 수 있는지, 정말 그동안 통일을 진정으로 염원하셨던 것이 맞는지 묻고 싶다"며 "북한이 두 국가론을 주장하며 반(反)통일노선을 펼치는 지금, 오히려 자유민주주의에 입각한 자유 통일에 대한 우리의 의지를 더욱 단단히 모을 때"라고 강조했다.

尹 "2국가론, 반헌법적 발상"

윤석열 대통령도 '남북 두 국가론' 주장에 대해 "대한민국 헌법이 명령한 자유민주주의 평화통일 추진 의무를 저버리는 반헌법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24일 국무회의 모두 발언에서 "평생을 통일운동에 매진하면서 통일이 인생의 목표인 것처럼 이야기하던 많은 사람들이, 북한이 '두 국가론'을 주장하자 자신들의 주장을 급선회했는데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면서 "자신들의 통일 주장에 동의하지 않으면 반통일, 반민족세력이라고 규탄하더니 하루아침에 입장을 180도 바꾼 것을 누가 납득할 수 있겠나"고 반문했다.

이어 "이들은 통일을 버리고 평화를 선택하자며, 통일부도 없애자, 헌법의 대한민국 영토 조항과 평화통일 추진 조항도 삭제하자고 주장까지 하고 있다"면서 "북한이 핵 공격도 불사하겠다며 적대적 두 국가론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평화적 두 국가론이 과연 가능이나 한 얘기인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통일을 포기하면 남북의 갈등과 대립은 더욱 첨예해질 것이고, 한반도의 안보 위험도 커질 것"이라며 "우리 정부는 늘 평화적인 자유 통일을 주장해 왔다. 앞으로도 평화적인 자유 통일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23일 국제사회에 '8·15 통일 독트린'을 알리고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주한 외교단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날 설명회에는 영국, 크로아티아, 에스토니아, 필리핀, 과테말라, 콜롬비아, 슬로바키아, 태국, 스웨덴(대사내정자), 덴마크(대사대리), 인도네시아(대사대리) 등 10개국 대사·대사대리를 포함해 28개국 및 유럽연합(EU)의 외교관, 유엔세계식량계획 등 국제기구를 합쳐 총 37명이 참석했다.

김수경 통일부 차관은 인사말에서 "8·15 통일 독트린이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의 골간을 유지하면서 시대적 요구와 변화된 현실을 반영해 이를 보완했다"고 설명했다.

김 차관은 "8·15 통일 독트린이 통일구상이나 선언과는 크게 세 가지 면에서 차이가 있다"면서 "북한정권뿐만 아니라 북한주민에 대한 구체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고, 북한의 호응을 기다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대한민국이 지금 할 수 있는 실행방안을 포함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야권 내 갑론을박.. 김민석 "DJ는 김정은에 동조 않을 것" 임종석 "평화 공존 하자는 것"

임 전 실장의 2국가론에 대해 야권 내에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정동영 의원은 다음 날인 20일 '9·19 공동선언 6주년 기념 포럼'에서 "안타까운 심정에서 평화를 우선 정착시키는 데 집중하자는 취지로 얘기했을 것"이라면서도 "내 생각에 2국가론은 헌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남북은 나라와 나라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된 특수 관계"라며 "그 기둥 하에서 통일을 추진해왔는데 이를 변경해야 할 어떤 사정도 없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 국가정보원장 출신인 박지원 의원도 같은 자리에서 "통일이 아니라 평화를 지키자는 임 전 실장의 발언은 햇볕정책과 비슷하다"면서도 "학자는 그렇게 주장할 수 있으나 현역 정치인의 발언으로는 성급했다"고 평가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임 전 실장의 구상을 지지했다.

정 전 장관은 "우리 국민의 통일 의지가 사라지는데 '헌법에 평화통일을 규정했으니 밀고 나가야 한다'는 게 무슨 감동을 줄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무력통일과 흡수통일을 배제하고, 교류 협력을 활성화하면서 통일은 후대에 맡기자고 했는데, 이는 임 전 실장이 말한 것과 비슷한 논리"라고 언급했다.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은 22일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은 비판돼야 한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이라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설득할지언정 동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평화적 장기공존 후 통일을 후대에 맡긴다는 역사적 공감대를 도발적으로 바꾸고 '두 개의 국가론'으로 건너뛸 이유가 없다"며 "남북 양 쪽에 흩어진 혈육과 인연을 영영 외국인 간의 관계로 만들자는 설익은 발상을 툭 던질 권리는 남북 누구에게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임 전 실장은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가치와 지향만을 남긴 채 통일을 봉인하고 두 국가 체제로 살면서 평화롭게 오고 가며 협력하자는 게 뭐 그렇게 어려운 얘기"냐고 밝혔다.

그는 "통일을 얘기해도 좋을 만큼 평화가 정착되고 교류와 협력이 일상으로 자리 잡은 후에 그때 미래 세대가 판단하자는 게 이상하냐"며 "지금 윤석열 정부야말로 김정은 위원장의 '적대적 두 국가'에 정확하게 동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다시 집권하면 예전처럼 남북 간 대화가 재개되고 비핵화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생각도 대단한 오산"이라며 "상대의 변화와 한반도 주변 환경에 대해 깊고 진지한 고민이 더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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