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회노동위원회, 정년 연장 문제 공론화 위한 여론 수렴
한동훈 “일하고 싶으면 계속 일할 수 있어야”
조경태 “정년연장은 시간문제”
민주당, 22대 국회에서 정년 연장 관련 법안 다수 발의
재계 “법정 정년 연장 시 임금 부담 가중” 우려
노동계 “법정 정년 60세 이상이나 실제 퇴직연령은 56세…소득절벽 기간 길어져”
![60세 정년 이후 고용연장 추진 (PG)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412/672736_481204_940.jpg)
[폴리뉴스 고영미 기자] 초고령사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여야가 앞 다퉈 정년 연장을 이슈로 띄우고 있다. 당정은 정년연장을 위한 사회적 합의에 속도를 낼 것을 주문하며, 이르면 연말까지 정년연장의 범위와 시행 시기 등 대략적인 로드맵을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국민의힘은 현재 60세인 정년을 65세까지 단계적으로 늘리는 법안을 추진한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도 정년 연장과 관련된 법안을 연속 발의 하며 여야간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이같은 정치권의 움직임에 재계와 노동계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법정 정년을 연장하면 임금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재계는 임금의 유연성을 강화할 수 있는 임금체계 개편 선행을 요구하고 있다. 노동계는 여야협치를 통해 2025년 이내 정년연장 법제화를 요구하고 있다.
초고령 사회+생산가능인구 하락…정년연장 논의 물꼬 틔여
그간 정치권에서도 정년 연장의 필요성은 강조돼 왔으나 고령층 일자리가 증가하면 반대로 청년층의 일자리는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과 기업에 임금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민감한 사안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한국 사회가 초고령 사회에 진입을 앞둔 데다 생산가능인구도 지속 하락하는 점이 논의의 필요성을 대두시켰고, 연금수급 개시 연령이 65세로 점차 상향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퇴직 이후부터 연금을 받기 전까지의 소득 공백(크레바스)도 논의 지점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412/672736_481208_1337.jpg)
이에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정년 연장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해 본격적인 여론 수렴에 나선다.
3일 경사노위에 따르면 경사노위는 오는 12일 서울에서 대국민 계속 고용 방안 마련 토론회를 개최한다. 경사노위 산하 ‘인구구조 변화 대응 계속고용위원회’가 노사 간 쟁점사항을 소개하는 한편 국민 의견을 수렴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토론회는 노동계와 경영계, 공익위원들이 추천한 발제자 3명이 각 주체의 입장을 설명한 뒤 참석자들이 이에 대해 질의하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경사노위는 토론회 등을 통해 국민 여론을 수렴하는 한편 계속고용위원회 내 공익위원들이 만든 중재안 등을 바탕으로 추후 논의를 본격적으로 진행할 방침이다.
앞서 정부도 대통령직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서 논의가 진행 중인 '정년연장'과 관련, 개략적으로라도 방향성을 구체화할 것을 주문했다고 전해진다.
국민의힘 “격차해소특위, 정년연장 추진”
국민의힘 격차해소특별위원회도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정년연장 쟁점과 과제'를 주제로 1차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격차해소특위를 신설한 한동훈 대표는 토론회에 참석해 “이 문제(정년연장)는 어느 한쪽이 밀어붙여서 될 문제는 아니다. 토론 과정에서 국민들의 공감을 얻어야 한다. 단순하게 찬반 문제로 접근할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오른쪽 두번째)가 27일 오전 국회에서 '정년연장 쟁점과 과제'란 주제로 열린 당 격차해소특별위원회의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4.11.27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412/672736_481206_116.jpg)
이어 한 대표는 "일하고 싶으면 계속 일할 수 있도록 정년연장 등을 제도 개혁하자는 말씀을 드리겠다. 지금 건강수명 지표가 70세를 이미 넘어섰다. 그 정도 나이까지는 노동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지 않나. 분명히 (정년연장의) 필요성이 있다“라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우리가 인구 절벽을 맞이하고 있다. 노동력의 부족이다.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라며 “좀 도발적이고 위험한 주제지만, 정치에서 이런 문제에 대해서 논의하는 과정을 가감 없이 공개하면서 토론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격차해소특위는 2033년까지 현재 60세인 법적 정년을 단계적으로 65세까지 늘리는 정년연장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의 국민연금 수급개시 연령 상향 계획에 맞춰 생계에 어려움이 없도록 법적 정년도 맞추자는 취지로 이날 정책 토론회는 관련 입법을 추진하기 전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날 토론회에선 ‘재고용 방식’도 언급됐다. 현재 정부와 노동계, 재계 등이 논의하는 계속 고용 방식은 두 가지로 나뉜다.
우선 ‘고령자고용법(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상 60세 이상으로 규정된 법적 정년을 65세 이상으로 단계적으로 높이는 안, 법적 정년은 현행 60세를 그대로 두되, 기업이 자율적으로 정년퇴직자를 다시 고용하는 안이다.
재계는 고용의 경직성 등을 이유로 법적 정년연장에 반대하고 있고, 재고용 방식은 노동계가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한 대표는 “‘재고용이나 임금체계 개편을 통해서, 어쨌든 일하고 싶은 사람이 계속 더 일할 수 있게 하는 포괄적인 논의의 주제라는 전제에서 논의를 하면 더 생산적인 얘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격차해소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경태 의원은 “초고령 사회가 다가오고 있다. 정년연장은 시간문제이지, 우리가 맞닿을 수밖에 없는 주제”라며 “이미 일본은 65세 정년연장으로 확정이 됐고, 유럽에서는 68세로 연장이 제도화돼 있다. 미국과 영국은 정년이 폐지된 그런 상태”라고 설명했다.
격차해소특위는 다음 달까지 총 세 차례에 걸쳐 정책토론회를 열고, 각계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며, 국민의힘은 현행 60세인 법정 정년을 65세까지 단계적으로 늘리는 법안을 조만간 당론으로 발의한다는 계획이다.
민주당 “정년연장 관련 법안 다수 발의”
민주당은 지난 4월에 치러진 22대 총선 당시 중소·영세기업부터 단계적으로 법정 정년을 연장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이후 22대 국회에서 강훈식·김주영·박정·박홍배·박해철·서영교·한정애 의원 등이 ‘고용상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일명 고령자고용법)을 각각 대표발의 했다.
대부분의 법안은 근로자의 정년을 65세 이상으로 정하고, 사업장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시행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또, 정년을 연장한 사업주에게는 장려금 지급 등 필요한 지원을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강훈식 의원이 지난 7월 발의한 법안은 2명 이상의 자녀를 둔 근로자의 정년을 연장하도록 규정했다. 박정 의원의 법안은 65세로 정년을 늘리되 사업장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시행해 정년을 연장한 사업주에겐 장려금 등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서영교 의원의 안도 사업장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시행하도록 했는데 해당 법안들은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고령자고용법을 발의한 김주영 의원은 "정년 연장 문제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도 다루고 있어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전하며 "임금체계 개편 문제는 법에 담을 수 없는 내용이고, 노사 간 합의 사항이기 때문에 많은 토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정년 연장은 필요한 논의지만 사회적 여파를 줄이기 위해선 임금체계 개편, 청년층의 반발 완화 방안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국의 연공서열형 임금체계을 손대지 않은 채 정년 연장을 하면 기업의 부담을 가중할 수 있고, 오히려 중장년 근로자의 조기 퇴직을 장려하거나 청년 일자리가 축소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재계 “일률적인 정년 연장 반대…고령 인력 활용 가능한 환경 조성”
정치권으로의 논의 확대에도 기업들은 정년 연장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분위기다.
국내 기업들은 대부분 근속 연수에 따른 연공서열형 임금 체계를 택하고 있어 법정 정년을 연장하면 임금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특히 올해부터 본격화한 경기침체로 긴축 경영을 해야 하는 기업들로선 정년 연장은 큰 비용 부담이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지난달 종업원 300인 이상 국내 기업 121곳의 인사 노무 담당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고령자 고용정책에 관한 기업 인식 조사'에서 응답 기업 67.8%가 정년 연장 시 경영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경협이 김현석 부산대 교수에게 의뢰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65세 정년 연장 도입 시 추가 고용 비용은 최대 30조 2천 억 원까지 증가했다.
재계 측은 우리나라의 경직적인 노동시장 구조 때문에 일률적인 정년 연장보다는 생산성 등을 반영한 임금체계 개편 등을 통해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고령 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임영태 경총 고용·사회정책본부장은 “단순히 법정 정년을 일률적으로 늘리는 것은 기업경영과 청년고용에 부담이 된다”라며 "고령 인력 활용 확대를 위해서는 생산성과 임금 간의 괴리를 줄이고, 임금의 유연성을 강화할 수 있는 임금체계 개편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노동계 “2025년 이내 정년연장 법제화 촉구”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계단에서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들이 65세 정년연장 법제화 국회입법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12.3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412/672736_481209_1542.jpg)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정년연장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자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조속한 법제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노총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국민연금 수급개시연령과 연계한 65세 정년연장 법제화 국회 입법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앞서 한국노총은 지난해 국민연금 수급개시연령 단계적 연장에 맞춰 법정정년을 65세로 늘리자는 내용의 국민동의청원을 실시해 당시 국회 상임위원회 회부 기준인 5만 명을 달성해 소관 상임위인 환경노동위원회에 넘겼으나, 제21대 국회 회기 만료로 폐기된 바 있다.
한국노총은 "어느 나라도 경험해보지 못한 급격한 인구 고령화가 한국사회를 위협하고 있다"라며 "지난 2013년 고령자고용법 개정으로 법정 정년이 60세 이상으로 의무화되었으나 실제 퇴직연령은 56세에 머물고 있어 공적연금조차 받지 못하는 소득절벽 기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즉각 정년연장 법제화 ▲국민연금 의무가입연령 상향 전 정년연장 ▲양질의 일자리 확대 ▲고령자 재교육과 직업훈련 내실화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 정년연장 논의를 제안하고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고 있으나 노사 간 쟁점이 워낙 커 접점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사용자는 숙련노동자를 활용할 수 있는 '퇴직 후 재고용' 방식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저성과를 이유로 쉽게 해고할 수 있고 임금하락과 노동조건을 크게 후퇴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회는 시대적 과제인 정년연장 논의를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된다"며 "여야협치를 통해 2025년 이내 정년연장 법제화를 촉구한다"라고 했다.